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서정홍)


쇠고기 문제, 독도 문제, 남북 문제 등 보통 외부와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내부의 결속은 강해진다는게 상식인데, 광복절 오늘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갈등의 양상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친일파 후손들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빼앗은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고, 또 자주 승소하는 현실에서 광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합의 없이, 통일 세력들을 제거하고 외세의 지원을 받아 무리하게 단독 정부를 세운 세력들이 '건국절'이라는 엉뚱한 기념식을 만들어 국가적으로 치르는 것을 보면, 국민을 통합해야할 책임이 있는 이 나라의 정부와 사회 주도 세력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화가 난다.

하지만 광복절 오늘, 우리 우리가 시급히 논의하고 풀어가야할 문제가 드러난 통계 결과 보도가 충격적이다. 우리 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하지만 행복지수는 178개국 중 102위. 국가 발전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이유는 '돈'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만큼 경제 배분이 잘 안되고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돈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소라는 것에 대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받아들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이지만, 결국 개인, 가족이 논의의 기본 단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하지 길지 않은 글로 말해 주고 있지만, 결국 행복한 삶, 가정을 만들기 위해 부모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작가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용돈은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은지, 아이에게 무엇을 사 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잡지, 시집, 어린이 신문, 영화 소개, 우리말글 공부의 중요성, 글쓰기 지도 등 아이를 키울 때 고민하게 되는 문제에 대한 조언과 함께,
'풀꽃 이름 몇 개나 아나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공부보다 먼저인 것들, 영환이는 어른들을 못 믿는대요,
알맞게 먹으면 의사도 필요 없어요,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 어린이들, 공부에는 아름다운 목적이 있어야 해' 등이웃과 자연, 노동과 문학, 세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풍요롭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나는 아버지같이 될 거예요'라고 쓴 아이 이야기를 읽을 때면 부모로서 가장 행복한 말이 무엇인지, 아이를 정말 건강하게 키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중학생 정도 되면 제 또래끼리 노는 게 더 즐겁고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 나와 다른 삶을 걸어갈 게 분명하다. 아이에게 내가 부모 노릇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도 10년을 넘지 못할 것 같다. 함께 놀아주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처럼 제대로된 아버지 노릇까지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자식은 가장 가까이에서 내 모든 것을 속속들이 흡수하고 있는 존재라는 어떤 경계의 의미에서 간단하게 소감을 적는다.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
국내도서
저자 : 서정홍
출판 : 보리 200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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