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내리는 비(세르쥬 페레)


<당나귀 귀>로 유명한 세르쥬 페레의 작품이다. <당나귀 귀>에서 보여주었던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좀 더  밝아진 느낌이지만 냉소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은 여전하다. 


이 책은 여름캠프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얼핏 보면 꽤나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흘러갈듯 하지만 제목처럼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가로 막힌 듯 두 사람 사이엔 어떠한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아이들은 프랑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아이들이라 한다. 남자 아이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자식을 캠프에 보내는 것이 조금은 홀가분한 집안의 아이이고, 여자 아이는 성장했어도 부모의 손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금은 유약한 아이이다. 성별도 환경도 다른 이 두 아이는 모두 캠프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자아이는 집단따돌림의 아픈 추억으로 캠프에 가기 싫어하고, 여자아이는 사팔뜨기(약간)라는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역시 캠프에 가기가 싫다. 이렇게 싫어하는 여행을 우연찮게 함께 하게 되고, 우연히 남자아이를 괴롭히던 아이가 익사하는 사고로 인해 사건은 새롭게 전개된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남자아이는 여러 아이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여자아이 쪽에서 먼저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음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이 책은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아이는 서로간의 소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캠프 안의 많은 친구들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결국 무의미한 캠프생활은 끝나고,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채(물론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누군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끝나고 만다.

끝까지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어찌 보면 허무하고 맥이 풀리는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울림이 없는 만남을 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 조금은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세르쥬 페레의 정서는 내겐 버거운 것 같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
국내도서
저자 : 세르쥬 페레 / 장석훈역
출판 : 다림 200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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