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꿈은 거지였다(김양호)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06. 9. 8.
그렇게 배고픈 시절을 살지는 않았다. 하루에 한두 번은 라면이나 수제비를 먹어야 했지만 당시 아이들 꿈이 그렇듯 과학자나 선생님을 꿈꾸었던 시절이었다. 이 책을 읽을 우리 아이들도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만든 분위기 대로 열심히 소비하거나 부족하면 부모님과 협상을 거쳐 소비할 수 있는 기회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어린 시절의 모습은 아닐까.
<내 어릴 때 꿈은 거지였다>는 많은 것이 넉넉한 우리 아이들에게 가난 했지만 사람 냄새와 추억만큼은 풍족했을지도 모를 색다른 경험을 보여준다.
항상 배고팠기에 특별한 욕심 없이 신나게 놀면서도 그것으로 얻어먹을 수 있었던 거지가 꿈일 수 있었고, 다들 비슷한 형편이라 가족 같았던 이웃집 친구와 가족들의 이야기, 곡식을 얻어올 요량을 떠난 아버지 고향 사람들과 추억, 누군가 일생에 한 번은 무언가 열심히 해 봐한다는 생각으로 찾은 미래에 대한 희망, 줄곧 나이보다 조숙해 일찍 성에 눈뜬 남자 아이의 솔직함, 이런 것이 표준어와 외래어에 익숙한 귀와 입에 목포 사투리와 신선한 어휘들로 작가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특히 “낙타표 카라멜”은 체면이나 상황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했던 아이의 마음을 솔직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몇 가지 있다. 박상률의 <봄바람>이 아이들이 공유하기 어려워 보이는 가난한 섬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사춘기 소년의 이성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감 따위로 성장과정에서 겪는 아픔을 아이들에게 잘 호소하고 있지만, 이 책은 다소 짧은 에피소드의 연결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 어린 시절 당시의 목소리가 아닌 성인 화자의 냄새가 많이 나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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