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은 멋있었다(이윤세)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04. 4. 30.
1권만 읽고.
비디오 가게에는 비디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만화책, 할리퀸 문고, 여러 잡스런 소설책이 있다. 비디오 가게에 가는 이유가 뻔하다고 할 때 거기에 있는 모든 것들도 형식만 다르지 결국 똑같은 목적으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놈은 멋있었다"를 내 돈을 들여가며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것을 사 보거나 빌려보는 것 자체가 이런 류의 소설이 비빌 언덕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 잘가던 비디오가게에서 다행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이 너덜너덜하고 군데군데 테이프로 붙인 자국도 있다. 주인 아저씨는 이번이 59번째 빌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음.. 꽤 읽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토할 것 같이 속이 이상하고, 가끔 소름이 돋기도 했다. 또 1권을 읽고 잠자리에 들 때 눈이 너무 아파 튀어나올 것 같았다. 결국 병이 나고 말았다. 이 책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한 셈이다. 그래서 1권 밖에 읽을 수 없었다.
<나는 왜 그랬을까?>
1. 눈은 왜 아팠을까?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어법에도 맞지 않고, 쓰는 단어나, 이모티콘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었다. 되새길 내용이 전혀 아닌데 다시 읽어보는 구절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눈이 아팠다. 책을 쓰고 읽는 사람들로 형성된 공동체의 어법과 거리가 멀었다.
2. 소름은 왜 돋았을까?
마치 '다모임' 게시판을 보는 것 같다. 글 내용도 그렇고 아이들이 싸움해서 물어보면 결국 다모임 게시판이 문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가르쳤던 광산중 아이들의 다모임 게시판이 떠올랐다. 멋있다는 '그놈'이나 광산중 '그놈'이나 결국 '그놈'이 '그놈'인 이야기인 것이다.
100%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살았던, 그래서 몇몇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끔찍하게도 싫게 만들었던 '그놈'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아무리 '의리'와 '사랑', '우정'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결국 '깡패짓거리'인 것이다. 그래서 소름이 돋았다. 그놈과 같은 자리가 아닌 그놈의 반대편에 서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그놈은 멋있을 수가 없다.
3. 왜 토할 것 같았을까?
한마디로 역겨웠다. 이런 류의 글이 책으로 출판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멋진 놈'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멋진 놈'을 꿈꾸고 있을까? 갈수록 우리 사회는 '정글'이 돼 가고 있다.
<그래도 끝까지 읽었는데>
1. 그만그만한 감정의 배설장치라고 생각해서.
비디오 가게에 별의별 종류의 비디오와 만화책과 인터넷 소설과 할리퀸 문고가 있는 이유가 뭘까? 찾는 사람이 있고 장사가 되니까 있는 것 아닐까?
때론 "연필 부인 흑심 품었네" 같은 비디오를 보며 말초적인 신경 자극이 필요할 수도 있고, 말도 안 되는 만화를 보며 말도 안 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거고, 또... 인터넷 소설이나 할리퀸 문고도 그런 의미에서 존재하는 게 아닐까. 만들어지고 사서 읽고 그런 것에 반대할 생각은 없고. 다만 내가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2. 아이들의 코드 읽기
100% 아이들의 코드로 만들어진 책이므로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의 전후 관계를 살펴보면, '그놈'을 꿈꾸는 아이들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의 내용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니까.
상황분과의 활동 시각으로 볼 때 그놈 지은성이 갖고 있는 아픔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읽을 것 같았다.
<토론하고 싶은 것>
1. 이 책은 아이들에게 유익한가?
2. 이 책이 유익하지 않다면 우리가 추천하는 문학 작품과 관련지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3. 이 책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생각인가? 추천? 묵인? 반대?
*2004년 4월 30일 배추머리 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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