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홍세화)

모임에서 홍세화 님의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와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로 독서토론을 계획하였다.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뚜렷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줄거리를 요약할 수도 없고, 아이들 수준에 딱히 맞는 글도 아니라는 생각이 주된 것이었다. 또 사회적으로 뚜렷한 호응을 받았던 이 글을 학교 안으로 끌고 들어갔을 때의 논의 방법도 고민되었다. 지금도 우리 교육청은 정보통신윤리 운운하며 4.3 항쟁 사이트조차 접근할 수 없도록 해 놓았으니. 시간이 담보되면 더 충실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임이 보충해 주리라 믿는다.

독서토론과 독서지도방법을 고민하면서 이 책이 학생들에게 어렵고(실제로 홍세화씨 홈페이지에는 어렵다는 그래서 줄거리를 가르쳐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많았다) 해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히는 것보다는 계기적인 상황에 맞게 홍세화 씨의 칼럼이나 인터뷰로 훈화하는 방식 정도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정리하는 이 내용은 독서지도방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독서토론을 준비하는 우리 나라말향기 회원들의 문제제기를 돕는데 초점을 두었다.  <'~빠리의 택시운전사>'나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와 홍세화 씨 홈페이지 내용을 두루 살펴보면서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정리해 보았다.

[생각해 볼 문제]
1. 한 사회와 다른 사회의 만남 

남한의 국시는 반공이랍니다.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처럼 적극적인 가치를 이루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반대의 이데올로기였지요. 나는 이 반대이념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살찌운다는 것을 알아야 했어요.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벌써 공산주의자를 철저히 증오하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남한의 권력이 모두 이 증오의 이데올로기만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지요. 

결국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원인은 '분단'인가. '분단'되었기에 한 쪽 날개로만 살아가길 강요하는 것인가?

2. 서울과 빠리의 유행

빠리에서는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유행을 찾는 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한 유행을 따르고 있다. 다른 말로, 빠리에서는 유행이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는 데에 비하여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유행에 종속되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경향도 결국 한국 사회의 획일성과 프랑스 사회의 다양성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철학(생각, 똘레랑스)이 있는 사회와 없는 사회의 차이? '개성'은 존중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이들의 개성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갈 수 있을까?

3. 우리라면 벌써 통일을 이루고도 남았지
독일이 침략국이었기 때문에 분단된 반면에 한반도는 피해국이면서 분단되었다.
프랑스가 독일이나 너희 나라처럼 분단되었다고 가정해 보자구. 그것은 위기가 되는데 이때 프랑스인들은 똘똘 뭉치게 되지. 그 분단의 연유가 어떻든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합치니까 지금은 이미 통일을 이루고도 남았겠지. '프랑스 현지지사의 삐에르란 직원과'
우리는 분단을 위기 상태로 보고 있지 않거나 적어도 유지해도 문제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걸까?

4. 설득하는 사회와 강요하는 사회의 차이
베르뜨랑은 그의 권리를 주장한 데 반해 나는 그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을 하는 그를 미워한 점이다. 프랑스인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 주의 주장 또는 사상을 일단 그의 것으로 존중하여 받아들인 다음, 논쟁을 통하여 설득하려고 노력하는데 비하여 우리는 나의 잣대로 상대를 보고 그 잣대에 어긋나면 바로 미워하고 증오한다.
강요가 통하지 않으므로 편견이 설 자리가 없었다. 즉,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사회환경이 규정하는)' 이 택시운전사를 하나의 떳떳한 직업인으로 인정하였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는 직업에 귀천이 있는 사회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5. 나도 승차거부를 했다.
한국의 택시운전사들이 합승을 한다고 욕을 먹어야 하는 것도 운전사의 자질이 모자라기보다는 합승을 가능하게 만든 손님들의 요구 때문이며, 따블이나 따따블의 요금을 요구하게 되고 또는 무리하게 운전을 해야 하는 것도 실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과 함께 그렇게 일해 벌지 않으면 운전사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 때문이다. 서울의 택시운행의 난맥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하고, 그리고 택시요금을 대폭 인상하여 운전사의 처우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 항상 문제의 본질을 분명하고 제대로 파악해야 함.

6. 씰비와 실비
제로썸(zero sum) 이론 : 경제의 합계는 항상 영이기 때문에 부자가 있으면 당연히 가난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선 구조적으로 가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논리, 소유의 논리가 인간관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는 것에까지 이름. 주는 것은 곧 마이너스이니까 손해보는 것으로 그래서 되도록 주지 않고 마냥 받으려고만 함.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란 샘과 같아서 주면 줄수록 더욱 충만해지고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

모택동의 '물과 물고기론' : 필리핀의 후크와 막사이사이 이야기.

7. 인권 회복을 위한 노력들.
인간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아의 낙태수술에는 결사코 반대한다는 사실이었다. 반대로 인간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낙태수술에는 찬동하고 있다. 이 모순의 해답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사회의 책임'등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인종차별이 심하고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이 제1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나라이며, 특히 사회 주변계급에 대한 처벌과 축출이 가장 심한 나라는 미국이다. 사형집행은 사회의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똑같이 대어나지 않기 때문에 평등 개념이 창안되어야 했던 것이며, 인간이 모두 같은 이데올로기를 갖지 않기 때문에 인권 개념이 창안되어야 했다.
양심수란 고문 받은, 그리고 고문에 의한 의견수이다.(양심수와 의견수의 차이)

8. 한미행정협정의 내용
국군통수권을 미국이 송두리째 거머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필요로 할 때는 언제라도 또 어디든지 우리 땅을 수용할 수 있었고 또 일체의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었다.

9. 한국 사회가 정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똘레랑스가 흐르는 사회.
[똘레랑스의 의미]
1)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소수에 대한 다수의, 소수민족에 대한 대민족의, 소수 외국인에 대한 다수 내국인의, 약한 자에 대한 강자의, 가난한 자에 대한 가진 자의 횡포를 막으려는 이성의 소리.
-나와 남 사이의 관계, 다수와 소수 사이의 관계에서 존중과 포용의 의미.

2)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
-권력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지.
-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지되는 것도 아닌 한계자유.
-똘레랑스는 개인이 권력에 요구하는 것이지 권력이 개인이나 사회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 권력은 역사에 대한 책임만이 철저하게 요구됨. 


[똘레랑스의 역사]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회의론에서 출발한 이성주의와 대혁명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역사에서 시작.
-똘레랑스는 유럽의 처참한 종교전쟁이 낳은 교훈적 산물로 18세기에 칼라스라는 사람이 신교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인누명을 뒤집어쓰고 죽게 되자 이에 격노한 볼테르가 '똘레랑스 조약' 이라는 소책자를 썼(1763년)고 몽테스키외, 루소 등 모두가 이 개념을 발전시킴 


['情'의 사회 '한국'과 똘레랑스]
-정이 지나쳐 참견을 잘하고 강요하는 사회. 그리하여 나와 똑같은 이념과 신앙과 사상을 갖지 않으면 '적'이 됨. 권력의 남용과 비리에 대해서 잘 용납하고 잘 잊는 사회.
-똘레랑스가 없기에 이른바 '왕따 현상'이 일어나게 됨.
-사회적으로는 중용(中庸),개인적으로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자세는 한국식 똘레랑스라 할 수 있음.
-현재 한국에서는 경제정의만 얘기할 뿐 사회정의는 말하지 못함. 이제는 경제정의를 추구하면서 사회정의를 얘기할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단계라고 보고, 그것으로 톨레랑스 등 프랑스가 획득한 가치를 대중적으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똘레랑스는 자연의 법칙?]
-그런데 어제 남산에 올라갔더니 `서울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위대성은 서울을 둘러싼 산에서, 한강에서 온다고 느꼈어요. 남산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서울이 남으로, 북으로 뻗어나갔어요. 그 뻗어나감을 산과 강이 용인하고 있는 겁니다. 산과 강의 톨레랑스(관용)라고나 할까요(한겨레 신문 99.6.17)

*2002년에 독서토론을 준비하면서 메모한 글인데, 이래서 메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국내도서
저자 : 홍세화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199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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