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임철우)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02. 5. 29.
모든 인간은 별이다.
별은 때가 되면 어머니를 통해 사람이 되고, 사람은 때가 되면 다시 별이 된다. 그래서 누가 죽었거나 태어났을 때 밤하늘의 별을 보면 못 보던 별이 하나 더 생겼거나, 또 있던 별이 사라진다. ‘유성’은 바로 별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소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람의 이야기에는 별들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인간 세상에서처럼 이치를 따지거나 자로 재는 것이 의미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한스럽거나 고통스러워 보이며, 짠한 일들도 처절한 리얼리티로 부여받기보다는 인간세상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살만한 이야기 거리로 보여진다. 인간 세상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그것이 지금은 없다. 특히 현대사회의 정점을 보여주는 도시에서는. 그래서 도시에서는 별도 잘 보이지 않는가 보다. 곧 인간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된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그 섬은 지금은 없는 곳이다. 지도에도 당연히 없다. 발전이라는 무수한 변화를 거치면서 작가를 비롯한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는 원형의 모습으로 남은 그 공간이 바로 ‘그 섬’이다. 본래 별들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통용되고 벌어질 수 있는, 그래서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답답하고 안스러운 일이 벌어지지만 곧 풀리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을 ‘큰 마음먹고’ 이야기하는 작가들의 글들을 많이 본다. 박완서 씨의 ‘그 많던 싱아는...’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작가들이 그리는 세상을 보면서 그 때를 눈물겹게 그리워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는~’ 것처럼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품고 있는 원형은 다른 것 같다.
악의 없고, 자연스럽게 풀리고, 모든 것이 하나의 세상사처럼 보이는 그런 원형은 어떤 모습일까?
[독서퀴즈: 내용확인]
1. 모든 인간은 (별) 이다.
-크거나 작거나, 반짝이건 흐릿하건, 못생겼거나 예쁘거나, 네모졌건 동그랗건, 길쭉하건 뭉툭하건 간에, 우리는 모두 언제인가 저 아득히 먼 밤바다에서 내려온, 똑같은 고향을 지닌 똑같은 별들인 것이다.
2. “사람들 저마다 영롱하게 빛나던 하늘의 맑은 별들이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 먹어 버리고 말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별이다. 그들은 누구나 마음 속에 조금씩은 아름답고 맑은 지느러미 하나쯤은 아직 지니고 있으며, 알고 보면 그건 그들이 한때 별이었음을 증명하는 작은 흔적이기 때문이다.”에서 아름답고 맑은 지느러미는 언제 발견되며 그것의 의미는?
-불편한 잠자리에서의 꿈속, 몽롱한 취기에 젖어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후미진 골목, 꿈속에서 듣는 어머니의 음성, 어린시절의 이야기, 낯선 술꾼의 울고 있는 꼴에서
⇒진솔한 우리의 생활을 의미함.
3. 우리가 여전히 별인 증거는?(20쪽)- 별과 사람의 공통점이나 ( ) 안을 채워보는 것은.
-별들도 사랑을 한다(저마다의 차이를 인정하며)
① 두 짝의 고무신처럼 이딜 가든 (정다운) 사랑
②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지팡이처럼 (닮은 꼴) 사랑
③ 상이군인의 목발처럼 서로 다르지만 저 한쪽만으로는 결코 서지 못하는 (간절한) 사랑
④ 북과 북채처럼 맨날 두들겨 맞고 두들켜 패는 (딱한) 사랑
⑤ 닮은 구석이라곤 눈꼽만치 없어도, 정물화 속 사과와 꽃병마냥 더 없이 자연스레 어울릴 줄 아는 (그윽한) 사랑
⑥ 허수아비와 참새같이 서로 쫓고 달아나야만 하는 (얄궂은) 사랑
⑦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어쩔 수 없이 헤어져 떠돌아 다녀야만 하는 (막막한) 사랑
⑧ 돌멩이와 발부리마냥 서로 껴안기만 하면 아픈 상채기를 만들어내는 (애처러운) 사랑
⑨ 오직 저 혼자 열매를 맺고 씨앗을 삼켜야하는 무화과나무의 (고독한) 사랑
⇒별들의 모든 형태와 빛깔, 관계들은 똑같은 사랑이다. 결국 낙일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바로 이런 사랑의 모습이다.
4.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름보다는 살았던 고향이나 특징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① 벌떡녀: 어떤 사내하고든 눈이 맞기만 하면 그저 벌떡벌떡 뒤로 드러눕기 때문에 생긴 별명
- 엉덩이가 헤프기 때문.
② 뒷간네: 친정어머니가 용변을 보다가 뒷간에서 그만 낳았기 때문에.
5. 넙도댁이 정신을 놓친 이유은?
- 남편 강주병의 딴 살림과 가정 폭력 때문.
6. ‘넙도댁’과 ‘업순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중심으로.
- ‘넙도댁’과 ‘업순네’는 (목포의 눈물)로 한스러움을 달랬고, 괴로움 때문에 (미쳤다.)
그러나 넙도댁은 끝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제정신이 돌아오지 못한 반면, 업순네는 가족과 조상의 힘으로 극복했다.
낙일도 사람들이 봄이 더디게 오기를 기다리는 이유는?
- 농토가 부족한 섬이라 겨울철 서너 달 동안의 바다농사에 한 해의 생계를 걸기 때문.
7. 낙일도의 사랑
- 자연의 순리에 따라 느슨해지고 사랑이 시작됨. 농촌과 달리 어촌은 늦겨울까지 일이 끝나므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짐. 물론 큰 악의는 없음.
8. 할머니에게 철이(작가)의 태몽은?
-돼지꿈. 할머니는 돼지꿈을 두 번이나 꾸고 또 손수 받아내서인지 철이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준 것 같다.
9. “계집년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처럼 중학교까지 나왔지만 남편 잘못 만나 신까지 내린 사람은?
-업순네
10. 소동이 아저씨는 왜 옥님이 이모와 결혼하려 했을까?
-정착하고 싶은 아저씨의 마음과 기쁨을 함께하고 좋은 일에 함께하려는 마을 공동체의 모습에 포함되려고.
[독서토론]
1. 작품 전체적으로 ‘업순네’와 ‘약산 할멈’의 이야기와 같이 전통적인 종교의 영향이 많이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무당, 굿’은 ‘그 섬’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있을까.
2. ‘낙일도’에 살고 있는 여인들 모두가 하나같이 남편에게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다. 물론 그 남편은 대체로 생활력이 없다. 작품의 시대가 지금과 그렇게 멀지 않음에도 ‘낙일도’의 남녀 관계가 나타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3. 작품 전체적으로 ‘정상인’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4. 작가의 추억 속에 있는 원형 말고,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원형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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