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오문세)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제목처럼 내내 '그치지 않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인공이 여행 아닌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처음엔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무척이나 의아했다. 고교 자퇴를 하고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난다니, 게다가 형과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데... 

여행을 하는 도중 많은 인물을 만난다. 마치 부조리극처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선문답들이 오고가는데, 코드가 맞는듯 맞지 않는듯 하면서 대화가 이어져 나가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과거 의사였던 가수, 치매에 걸린 할머니(미세스 산타클로스), 노숙자, 목사, 풍선을 나눠주는 여자 광대(코가 파란), 기차에서 만난 대장과 판다, 그리고 19번!

아픈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그들을 만나면서 사고로 죽은 어머니와 자살한 형,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과거들을 떠올리며 조금씩 치유를 해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소설 중반부터 함께 다니는 형이 혹시 죽은 형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반전처럼 마지막에 형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아픈 과거를 잊기 위해 떠났지만, 그 과거를 다시 기억을 간직하며 내려오는 주인공의 어깨가 무겁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비도, 아버지의 말처럼 언제가는 그칠 것이다.

그러기에 조금씩 따뜻함이 배어 나는 소설이었다. 

우울했지만, 많은 여운이 남았다.

(241) 기억은 지워지는 게 아니다. 그냥 끊임없이 만드는 것이다. 만들고 또 만들고, 그러는 동안에도 만들어진 기억은 거기에 있다. 그것들은 늘 나의 곁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조금씩, 그렇지만 확실하게 마음속으로 들이는 중이다.


(258) 여전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칠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걸 비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말대로 그치지 않는 비는 없는 것이다. 먹구름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움직인다. 그 사이로 언뜻 무언가를 본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가 본 게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시 그걸 보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구름이 걷히고, 수없이 많은 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치지 않는 비
국내도서
저자 : 오문세
출판 : 문학동네 201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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