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주디 블룸)

대단한 책이 등장했다. 이 소설을 놓고 일단 교사들과 함께 하루 빨리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캐서린의 감정, 행동, 선택, 심리 등 모든 것을 놓고 말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캐서린이 문제적인 인간형으로 설정된 것은 절대 아니다.

자상한 부모 아래 유복한 중산층 가정,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예쁘장한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읽어보면 알겠지만 캐서린의 선택이, 행동이 참 멋지지만, 시대와 사회, 국가를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서린을 통해 청소년의 성에 대해 직설적이면서 자연스런 이야기를 엮어간 작가가 정말 대단해 보일 뿐이다. 이 작품이 35년 전에 나온 것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러기에 현재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한 점도 그렇고 말이다.

일단 이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만약 권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와 함께 해야 하는지, 그리고 캐서린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것이 알고 싶다. 그러기 전에 충분히 선생님들과 토론했으면 한다.

**인상 깊은 구절

(43) “넌 정말 낭만주의자구나.”

에리카가 말했다. 

“하긴 넌 언제나 그랬지. 난 현실주의자고.”

“얼씨구? 슬슬 교수님처럼 말을 하네?”

“정말이야.”

에리카는 진지했다. 

“우린 섹스에 대한 시각이 달라. 난 섹스를 단순한 육체적 행위로 보는데 넌 그게 사랑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꼭 그런 건 아니라니까…….”

“그래 뭐,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받은 인상은 그래.”

“글세, 그건 네가 마이클을 몰라서 그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야.”

✎ 친구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자체도 충격적이고, 내용도 놀랍다. 이게 35년 전 미국의 이야기라니.


(68-69)  마이클이 돌아간 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를 기다리면서 마이클과 사랑은 나누는-마이클의 말대로 끝까지 가는-상상을 해 보았다. 나도 엄마처럼 소리를 낼까? 나는 아빠와 엄마가 언제 사랑을 나누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제이미와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될 때쯤 돼서 늘 안방 문이 닫혔기 때문에다. 그 후에 들리는 소리는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가 없었다. 안방 바로 옆이 내 방이었으니까. 가끔은 두 분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때로는 엄마의 가녀린 신음 소리나 “로저……로저…….” 하고 아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고 두 분이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지만 나는 늘 쑥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마이클과의 잠자리는 과연 어떨까? 때로는 너무나 간절히 바라면서도 또 어떨 때는 그 순간이 그저 두렵기만 했다.

✎ 성문제에 있어서 빼놓고 할 수 없는 이야기. 부모님들의 성은 어떨까 하는. 그런데, 캐서린이 가지는 생각이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


(107) “그래서 말인데, 성급히 뛰어들기 전에 그 뒤에 일어날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너한테 분명히 있어야 해. 섹스는 아주 단단한 결합이야.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냥 손을 잡는 정도의 관계로는 되돌아갈 수가 없어.”

“그것도 알아.”

“그리고 몸과 마음을 상대에게 모두 허락하고 나면, 상처받기가 굉장히 쉬워져.”

“그 얘기, 얼마 전에도 한 번 들었어.”

“정말이야.”

엄마가 말했다.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건 너한테 달렸어. 난 하라고 부추기지도, 절대 안 된다고 막지도 않을거야. 그러기엔 너무 늦었으니까. 그래도 엄만 네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길 바라.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내 결정 내리려고 물어본 거 아니야, 엄마.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정말이야.”

✎ 캐서린의 질문은 이거였다. 엄마에게 결혼 전까지 섹스를 해봤냐고. 엄마는 약혼 전까지는 처녀였다고 했고, 캐서린은 다시 질문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또 약혼할 때까지 기다릴 거냐고. 엄마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고 에둘러서 캐서린의 고민에 대해 조언을 한다. 상담책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 캐서린이 원하는 답은 듣지 못한다.


(158) 2시 45분에 병원에 도착해 접수원에게 이름을 말했다. 우리 상담 그룹은 젊은 커플 두 쌍을 포함해 모두 일곱 명이었다. 우리는 먼저 의사와 사회 복지사와 함께 일반적인 상담을 했다. 두 사람은 모든 피임 방법을 소개해 주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해도 좋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 이런 기관이 35년 전 미국에 있었더란다. 신체검사, 성병검사뿐만 아니라 개인에 맞는 피임법 추천까지. 2012년 스마트한 시대를 사는 우리나라는 어디쯤 왔을까?


(259) 나는 너를 사랑했던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아마도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너무나도 특별한 사이였기에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어떤 일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우리 나이가 열 살만 더 많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다만 영원한 관계를 약속하기엔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 영원을 말하던 마이클과 캐서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캐서린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캐서린의 마음의 변화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정말 진정한 성장소설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포에버
국내도서
저자 : 주디 블룸(Judy Blume) / 김영진역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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