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7일 전쟁(소다 오사무)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11. 11. 28.
“B군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전국 1등’ ‘서울대 법대’를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10시간 동안 때리는 등 체벌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은 “당시 전국 4000등 정도의 성적을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62등으로 위조한 사실이 어머니에게 들통 나면 심한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고3 우등생 친모살해 사건 전모 중에서, 이훈철 기자 <일요신문> 2011.11.27.
(216) “아키라 공부는 하고 있는 거야?”
이번에는 아키라의 엄마가 나섰다.
“공부를 어떻게 해. 참고서도 없는데.”
“그럴 줄 알고 참고서 갖고 왔다. 자, 올려줄 테니까 손을 뻗어.”
아키라 엄마는 책 몇 권을 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나 있는 거야? 해방구라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해방구라는 건, 공부에서도 해방되는 곳이란 말이야.”
“공부에서 해방되다니. 너는 중학생이야. 중학생한테 공부 빼면 뭐가 남는다고 그래?”
(330~331) “우리는 아이들을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착한 아이’란 대체 어떤 아이일까요? 그것은 어른의 꼭두각시죠. 다시 말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에 순응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게 교육이죠.”
“그건 바람직한 인간상인 것 같은데요.”
"이건 어른 쪽에서 생각해낸 발상입니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이는 어른의 노예가 아닙니다.”
“하고자 하는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간 것입니다. 나중에 뉘우치고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겠죠.”
어머니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해방구에 넘쳐흘렀다.
“여러분, 이것은 바로 묵시록의 세계입니다. 모두 기도합시다. 신께…….”
묵시록의 세계에 살고 있다. 신은 우리에게 아이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고3 학생의 어머니 살해와 같은. 오로지 복종과 순응, 공부만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13세기 독일 하멜른처럼 어느새 아이들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나타난 25년 전 일본은 시공간을 건너뛰며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황스럽지만 교사인 나를 포함한 교육과 사회 전반의 부도덕함을 꼬집어 풍자한 일본에서 날아온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우리들의 7일 전쟁>은 묵시록의 세계에 던지는 유쾌, 상쾌, 통쾌한 저항이자 해결의 실마리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홀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길 거부하고, 1학년 2반 아이들은 7일 동안 해방구 안팎에서 멋지게 성장한다. 아이들은 라디오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미로를 만들고, 화약을 이용해 글씨를 만들며, 유괴범도 잡고, 부모와 교육계, 사회전반의 문제를 통쾌하게 꼬집으며 유쾌한 활약을 보여준다.
아이들을 움직이는 건 ‘사상’이 아닌 ‘생존본능’이라는 도루 부모님의 대화 장면을 되새기며, 조심스럽게 우리 아이들의 ‘해방구’를 꿈꿔 본다. 현재, 교육을 받을수록, 진급할수록 아이들은 총기를 잃어가고 배움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도덕적이지도, 삶에 대한 의지도 전혀 자극하지 못하는 학교. 그래서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약육강식과 같은 야생을 일깨워주는 경계의 공간이 돼 가고 있다. 이 속에서 아이들을 깨우자.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아니 ‘지금’, ‘여기’의 ‘해방구’를 만들어 ‘민란’을 꿈꿀 수 있도록 아이들의 생존본능을 자극하자.
아이들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하멜른의 묵시록에서 깨닫기를, 그리고 <우리들의 7일 전쟁>과 같은 아이들의 유쾌한 반란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25년 전 일본에서 보낸 유쾌한 메시지를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탐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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