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태풍(이상운)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작가의 경험이나, 1990년대 초 고등학교를 다녔던 내 경험이나, 201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나 본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마음이 뜨끔했다.

기성 세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다.
경험에서 보면, 지금까지 미래를 위해 경쟁적으로 준비한 시간 만큼 학교 교육은 망가졌다.  학급 환경 게시판을 석차로 도배했던 책속의 김만성 화백이나, 끊임없이 입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밤늦게까지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며, 밤 10시까지만 자율학습을 허용하고, 강제로 보충수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교육감을 비난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무엇이 다른가.

마음에 태풍을 품고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40년째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교육 주체들, 교육활동가들의 한계를 반성하며, 비극적으로 마무리하는 이야기의 끝이 가슴 아프게 한다.

Carpe diem!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

(31) 나는 태풍이 문집 제목으로 제격이라고 느꼈다. 우리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우리의 꿈과 미래가 태풍 같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는 그런저런 궁기를 하면서 한동안 편안하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우울한 학교 생활을 견뎌 냈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몽테뉴의 말이 옳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사람의 정신은 빈터와 같아서, 뭔가를 심고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했다.

(109) 민희는 천막에서 하룻밤 자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민희는 무척 아쉬워했다. 민희에게 아주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나도 아쉬웠다.
하지만 민희도 때가 되면 자기 친구들과 그런 기회를 갖게 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역사는 그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 사람에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그래서 어느 날 처음으로 집을 떠나 바닷가 천막에서 친구들과 별을 보며 잠들게 될 거라고.

(123) '탈옥수들, 감옥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운동장에서 개학식을 했는데, 확성기로 왕왕 울리는 교장 선생님의 따분하고 긴 말을 요약해 보니 그런 뜻이었다.
뭘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정말이지 당최 변한 게 없었다. 시멘트 건물도, 우리를 바라보는 김만성 화백의 눈빛도, 기껏 훈련시켜 놓았더니 방학 동안 다시 썩은 동태 눈깔로 돌아가 버린 우리를 노려보는 돌격대도, 교실의 삼류 벽화도 모두.
변한 것은 우리 자신뿐이었다.

내 마음의 태풍
국내도서
저자 : 이상운
출판 : 사계절 200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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