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자국(조재도)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1. 5. 17.
학교 선생님이 쓰신 글이라 현장성이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계발활동에 대한 이야기, 야동, 자위행위, 수행평가, 프라모델 조립 등 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이라 더욱 생생하고 쉽게 빨려들었다. 개인적으로 중심축을 이룬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가족의 이야기’보다 ‘만두빚어 반’(계발활동 마인드비전반)의 활동이 더 눈에 들어오고 신선했다. 1년 간 자기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승운이를 형으로, 가족으로 품어 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제 아이들이 썼던 작품들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36쪽에 나오는 ‘만두빚어 반’의 시작을 여는 ‘주문(?)’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매일 들려주고 생각해 보게 하고 싶다.
이외에도 시골 아이들의 소소한 생활살이, 생각들, 점점 무너져 가는 농촌의 모습, 장애아를 둔 가족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아이들과 토론하기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36) 그대는 이 달에 해가 뜨는 걸 몇 번이나 보았나요?
해가 지는 건? 푸르른 창공, 새들도 보았나요?
무엇을 배웠나요? 불안한 적은 언제였나요?
울고 싶은 때는 언제였어요?
(48) 우리 동네 사람들은 형을 한 식구처럼 돌봐주었다. 밥 때 되어 형이 오면 먹던 밥이라도 덜어주었고, 넘어져 있으면 일으켜놓고 우리 집에 달려와 알려주었다.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인정에서 우러나는 마음 씀씀이였다. 그런 사실을 두고 엄마는 우리 동네가 아닌 저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아마도 형을 데리고 살지 못했을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74) “용기가 필요하겠죠? 숨기고 싶은 이야기라면 아마도 좋지 않은 일, 창피한 일,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일 뭐 그런 것들일 텐데, 그것을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자, 우리 한 번 용기를 내어 발표해 봅시다.”
선생님 말에 아이들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선생님, 숨기고 싶은 이야기 중엔 그런 좋지 않은 일도 있지만, 정말 자신만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 같은 것도 있지 않나요?” 노현주 누나였다. 현주 누가가 선생님을 똑바로 보며 말하자, 물론 그렇다며, 그런 소중한 이야기도 해보라고 한다.
(80) 자기 마음속에 감춰두고 있던 일도 다른 사람 앞에서 ‘나 이렇다’라고 공표해버리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러지 못할 때 그게 열등감이 되고 마음의 병이 되는 거지.
그러면서 선생님은 우리 마음속의 어떤 일을 진실 되게 이야기할 때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열린다고 하였다.
(110) 위 그림에서 갑자기 ♡가 사라졌던 순간처럼 가족이나 친구들고 같이 있으면서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습니까? 그런 감정을 ‘소외감’이라고 합니다.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나의 감정을 차분히 털어놓아보세요.
(115) 죽전원에서 고모는 가장 좋은 상태를 보였다. 항상 짜증만 내던 고모가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가졌던 반감이나 적개심도 좀 덜해졌다. 고모는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만의 세계에서 그녀는 여왕이고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게 치여 항상 혼자여야만 했던 그녀가 이제 자신의 세계를 만든 것이다. 정말 다행이고 또 잘 된 일이다. 그녀가 자신을 찾은 것이…….
(178) 하지만 가족은 참 묘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있을 땐 서로의 가치를 잘 모르다가, 누군가가 없어지고 나면 그때서야 울부짖고 슬퍼한다. 피로 맺어진 관계라서 그럴까? 잘은 모르지만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형이 사라지고 난 빈 자리는 슬픔 이외에 채울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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