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잽 테르 하르)


아직 우리 교육은 장애 문제를 ‘남’ 일로 일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0%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 중 90%가 후천적인 사고로 장애를 갖지만 학교에서 장애는 ‘남’의 일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 때문일까. 장애 문제 자체를 거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이기 때문에 장애우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장애우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지만 대체로 장애 문제를 일시적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만 제공한다.

<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는 불의의 사고로 두 눈을 잃은 10대 소년 베어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끝없이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육체적인 불편 없이 생활했던 사람이 앞을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차라리 죽지 못한 것을 한탄할 수도 있고,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장애를 느끼는 순간마다 장애와 장애의 원인을, 그런데도 나와 아무런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시시때때로 치밀어 오르지 않을까? 그런대로 베어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정신적인 눈을 조금씩 떠간다. 또 자식의 아픔 때문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부모와 학교에서 그림자 같은 존재였던 티어드의 적극적인 모습, 죽음을 목전에 둔 대학생이 베어에게 끊임없이 살아갈 이유를 자극하는 것을 보면 장애는 베어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제목처럼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혹 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인생은 끝난 게 아니며 또 새롭게 출발해 볼 수 있다는 것,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참견할 때에는 차분하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어떤 일을 결정할 때에는 더 많은 사람과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되짚어 주고 있다.

내용도 쉽고 작가의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여 있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특히 남에게 보여주는 부분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아이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삶의 목표와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해준다. 


(154) 갑자기 베어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디딘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보이지 않는 눈은 그동안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던 티어드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고, 예전에는 꿈만 꾸어 왔던 모험까지 감행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니 말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네미크,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 얼굴이 베어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 얼굴들은 베어의 눈꺼풀 뒤에 숨어 있는 알 수 없는 여명의 세계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처음에는 슬펐지만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사람들 외모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베어가 만나는 사람들이 긴 머리를 했든, 짧은 머리를 했든, 보석을 하고 있든, 어떤 옷을 입고 있든 그 사람을 아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외모 대신에 뭔가 다른 것, 그러니까 훨씬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은 말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영혼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188)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의견을 말하거나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이는 정말 엄청난 일인데 말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는 사람들은 물론 진정한 친구들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베어를 두고 온갖 충고를 합니다.
“나 같은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있겠어요.”
“나라면 그냥 정상적인 아이처럼 다루겠어요. 그게 제일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괜찮아,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야
국내도서
저자 : 잽테르하르 / 이미옥역
출판 : 궁리출판사 200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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