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놓친 날(장 뤽 루시아니)

특수 학교로 가는 통학 버스를 놓쳐 홀로 겪게 되는 세상의 끝.
장애우 벵자멩이 고집스러워 보이는 것은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해내기 위한 세상을 향한 도전이라는 것.
멀리에서 장애우나 비장애우의 삶을 본다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옮긴이의 마지막 말이 와 닿는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다는 것.
개인차만큼 삶의 무게도 다들 다르겠지만, 고통을 견디고 이겨 내며 성취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겠지.


*인상 깊은 구절

(17) 내가 매일 겪는 어려움을 반만 겪어도 사람들은 엄청 긴장할걸? 나의 하루는 극지 탐험을 떠난 모험가의 하루와 마찬가지라고. 내가 하루를 살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치는지 들어 볼래? 잘 들어 봐. 자 시작한다!
100미터 걸어가기, 계단 기어서 올라가기, 욕조에 들어가기, 이 닦기, 정확하게 말하기, 보통 사람처럼 흘리지 않고 밥 먹기, 컵 들어 올리기, 흘리지 않고 물 마시기, 침대에 바로 눕기, 혼자 옷 입기, 화장실 가기, 아프지 않게 고양이 쓰다듬기, 전화받기, 가게에서 물건 사기, 한 단어 이상 글씨 쓰기, 컴퓨터 자판 누르기.....
오늘은 이쯤 해 두자고. 벌써부터 질리면 곤란하니까.

(73) 필로나 박사는 차근차근 짚어 가며 말했다.
"벵자멩은 뇌 신경의 장애가 크기 때문에 언제나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있어야 하고, 주변 상황 또한 언제나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낯선 느낌이 들지 않는 환경 속에서 생활이 이루어져야 하고, 버림받았다거나 환경으로부터 소외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해 줘야 하기 때문에, 하루 일과는 일종의 의식처럼 완전하게 형식화돼야 합니다. 그것은 아주 길고 고통스런 학습 과정이 되겠지만 벵자멩의 발달에 핵심적인 요소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벵자멩은 삶을 배워 나가는 아기와 같아서...."

(90) 나를 정신 나간 놈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를 놀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정신병자 취급받는 것만큼 화나는 일은 없으니까. 나는 오늘 내가 사는 도시도 떠나지 못했다는 것 잘 알아. 이 따위 불편한 몸을 가진 나에게 고작해야 옆 동네가 세상 끝이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내 마음 속에 흐르는 차란한 별들의 강을 보지 못한다면 너희는 죽을 때까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여행을 마쳐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세상 끝을 보았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보고 싶어.

(옮긴이의 말) '사랑하는 엄마, 엄마가 제 걱정을 얼마나 많이 하시는지 알아요.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삶은 누구에게나 힘든 거잖아요.'
소녀의 말대로라면, 저들을 불쌍하게 보는 우리(보통 사람)의 삶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진 저들의 삶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버스 놓친 날
국내도서
저자 : 장 뤽 루시아니(Jean Luc Luciani) / 김동찬역
출판 : 청어람주니어 200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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