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데이(루이스 새커)

"섬데이"
책따세의 2021년 겨울 추천 도서 목록을 보고 만났다.

'앤젤린'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내일 날씨도 알며, 처음 본 악기도 잘 다루는 천재다. 그래서 사람달은 앤젤린을 다른 사람으로 구별지으며 관계를 만들어 가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빠도 언젠가(someday) 위대해 질 딸에 대한 부담으로 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13) 어찌 보면 아벨은 앤젤린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했다. 멍청한 짓을 해서 딸을 망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 같은 바보가 어떻게 천재를 키울 있겠어?"
아벨은 종종 그런 의문을 품었다. 사람들이 딸을 천재라는 별명으로 부르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절반만큼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71) 아벨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아벨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은, 앤젤린도 이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아벨이 그냥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면 앤젤린도 이해를 했겠지만, 아벨이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앤젤린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딸의 태도를 오해하고 대화로 풀어가기 보다는 아는 척, 단절함으로써 상황을 모면한다.

앤젤린은 학교에서는 더 큰 외로움에 시달린다.
여덟 살이지만 뛰어난 능력 때문에 뚜렷한 이유 없이 6학년에 배정 받았을뿐 담임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천재라며, 아직 어리다며 따돌리고 놀린다. 특히 중심을 잡아 주어야할 담임 선생님은 관계에 있어서나 배움에 있어 통제적이다. 

(80) 사실 앤젤린은 수학이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하드리크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은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하드리크 선생님은 수학에 들어 있는 유머를 모두 죽여 버렸다.
하드리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암기야. 모든 방정식의 답을 암기해야 ."

 

그래도 앤젤린이 학교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또 다른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5학년 개리와 개리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친구가 되어 주려는 '미스 터본' 선생님, 그리고 함께 꾸민 어항 덕분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급이며 버티기 위해 맞춰 살려고 하자 이제는 자신을 수용하려는 담임 선생님을 피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유머를 즐겼던 앤젤린은 어디로 갈까.

(58) 전체는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전체의 일부분이다.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기 전에 전체와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에 태어나면서 그 균형을 잃어버린다. 앤젤린은 그 균형은 잃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으면 앤젤린은 천재로서 뛰어나기보다는 환경 미화원인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고, 그래서 아빠처럼 쓰레기부장을 맡고, 편견을 갖지 않고 사람들과 사귀며 어울리는 건강한 아이다. 마치 바다에서 서로 어울리며 또는 뒤섞이며 살아가는 바다 생물들처럼 균형감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적인 감각. 우리 모두 타고난 능력이었지만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남들의 시선에 따라, 또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믿으며 잃어버린 되살려야할 삶의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 "구덩이"처럼 재치 있는 문체가 이 글에서도 느껴진다. "수상한 진흙"을 읽으며, 작가의 목소리가 느껴지지 않아 다소 어리둥절 했는데, "섬데이"를 읽으며 다시 작가의 유쾌한 말투가 느껴져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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