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루이스 새커)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08. 7. 10.
살면서 누구나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크고 작은 구덩이가 수도 없이 많으며, 그 구덩이 안에 있을 때에는 그 구덩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다. 그리고 상대적인 크기로 느껴질 구덩이가 절대적인 크기로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운명으로, 그래서 비관과 절망에 빠지기 쉽다. 구덩이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상황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면의 힘’이 작용하거나, ‘외부의 힘’이 작용하거나. 그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또 ‘인연’이란 말로 두루뭉술하게 정리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어이없는 일을 당해, 물 없는 초록 호수의, 소년원 캠프에서 하루 종일 구덩이만 파는, 구덩이에 빠졌는데 구덩이를 파고 있어야하는 스탠리의 상황이 역설적이다. 하지만 역설의 특징처럼 낙천적인 성격과 생활력으로 삶의 구덩이에서 벗어나가는 유쾌하며 긍정적인 이야기이다.
이런 상징적인 구덩이를 스탠리는 현실적으로 판다. 그 자체로도 호수였고, 자신을 둘러싼 운명이 몇 대에 결쳐 몇 겹으로 쌓인 호수였던 큰 구덩이 속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한 크기의 수많은 구덩이를. 이 구덩이를 빠져 나갈 수 있는 힘은, 스탠리의 성격과 적응력이 가장 크지만, 스탠리를 자극하고 함께한 제로니, 또 스탠리에게 시야를 바깥으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증조부의 이야기, 그리고 의도한 발명에는 실패했지만 노력한 끝에 결과를 얻은 아버지의 노력 등이 한데 얽혀 가능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여러 대에 걸쳐, 여러 가문의 일이 짜임새 있게 어울린 구성력을 높이 산다. 읽다보면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잘 수긍이 안 된다.
먼저 스탠리 1세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제로니의 돼지를 기르는 이야기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젖을 먹지 않아 죽게 될 돼지를 키우고, 그 돼지를 안고 날마다 산으로 올라 다녔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그렇게 움직인 돼지가 가만히 있는 돼지랑 무게가 비슷했다는 것도.
캐서린이 샘과 사랑하면서 워커와 갈등을 빚게 된 이야기에 비해, 그 일로 20년간 악명 높은 악당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사회적 갈등에 한을 품었다고 하면 그럴 수 있지만, 가능한 일인가 싶고, 그런 과정에서 스탠리 1세가 재산을 빼앗기고 그것을 나중에 스탠리 4세와 제로니 외가 4세가 힘을 합쳐 워커 3세를 이긴다는 것도 그렇다. 실상 고가도로 밑을 지나가다 맞은 신발 때문에 소년원까지 가게 된다는 설정부터가 무리이다.
하지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서술자의 목소리에, 장면을 달리하는 여러 이야기가 제시되고 그것이 한데 모아져 가는 과정은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줄 수 있겠다.
느닷없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고,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세상이니, 그렇게 잘못된 장소와 시간에 있다 의도하지 않는 구덩이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는 적을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다. 구덩이 속에서 오히려 인간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단련되고 사회적 관계까지도 단련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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