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리의 비밀일기


한마디로 말해 여학생 대상 미국판 성교육(성폭행 대처) 지침서이다. 

이 글을 읽은 모든 여성 독자들은 남자의 존재에 대해 불쾌감 내지 혐오감까지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남자 인물들은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레슬리를 괴롭히는 제이슨은 물론이고, 다른 여성과 바람이 나 이혼한 아버지에, 여드름 투성이의 급우 어니 불더까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혐오스런 행동(특히 제이슨의)에 역겨움까지 느끼기도 하고, 과연 이게 현실일까,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되는 건가, 이건 성인도 흉내내지 못할 행동인데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지금은 아이들에게 읽혀야겠다고 생각한다.

먼저 주인공 레슬리의 발견이다. 레슬리는 이른 바 ‘노는 아이’이다. 복장이나 말투, 학교생활 무엇이든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없다. 치마는 짧고, 말투는 거칠고, 부모에게 반항적이며, 학교생활은 불성실하다. 특히 부모님의 이혼 이후에는 술, 담배는 물론이며, 학교를 빠지는 것, 백화점에서 물건 훔치기 등 모든 행동이 거침이 없다. 

이런 ‘노는 아이’가 쓴 일기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까? 따분하고 불쌍하기까지 한 그레이엄 영어선생님이 과제로 내 주셔서 어쩔 수 없이 쓰기 시작한 일기이지만 레슬리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노골적이며, 솔직하고 거친 표현들을 쏟아내지만 생각하는 그대로 레슬리의 진실만이 담겨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 참 다루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거침없는 ‘노는 아이’ 레슬리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한 설정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레슬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마음을 끌었다. 레슬리는 참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제이슨에게 빠져든다. 잘생기고, 부자이고, 어른스러운 제이슨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레슬리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판단력을 상실한다. 결국 제이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다시 ‘사랑’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제이슨의 ‘노리개(?)’가 된다.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제이슨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닌다. 

하지만 ‘레슬리의 비밀일기’가 새로 온 영어 선생님에게 읽혀지면서 제이슨은 레슬리에게 본색을 드러낸다. 레슬리는 목숨의 위협까지 받지만, 결국 법정에 서게 되고, 레슬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진다. 물론 문제의 시작은 레슬리의 방만한 생활이었지만,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었던 것도 레슬리의 거침없는 성격 때문이었다. 창피하고 숨길만한 이야기이지만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나선 레슬리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노골적인 성적인 장면, 거친 표현 등 읽기에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고 뻔한 성교육 교본 같은 냄새도 나지만, 레슬리의 불행을 통해 아무 대책 없이(특히 부모님의 무관심 속에) 방만한 생활을 하는 아이들,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아이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 주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레슬리의 비밀일기
국내도서
저자 : 앨런스트래튼 / 박슬라역
출판 : 토마토하우스 200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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