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초콜릿(미리암 프레슬러)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08. 8. 27.
변화는 없었다. 지나의 처절한 다이어트처럼 몸부림치며 자신의 외모를 바꾸려는 노력도 없었다. 하지만 에바는 변했다. 자신의 비곗살을 저주하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던 그 때보다 에바는 살도 빠지지 않았고, 외모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에바는 스스로 여름처럼 싱그럽게 그렇게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었다.
에바는 보통 여자 아이들보다 살이 조금 찐, 통통한 정도의 몸을 가진 여자아이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할 땐 더없이 초라하다고 생각해 체육시간이나 친구들과 샤워할 일이 있을 때도 뒤처지고, 남들 눈을 의식하며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더욱더 작아져만 간다. 슬프고 힘들 땐 어렸을 때부터 어머님이 주셨던 초콜렛으로 마음을 달랠 뿐 마음을 털어놓을만한 친구도, 자신을 사랑해 줄, 또는 사랑할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미헬이라는 남자아이(우리 나라에서 보면 실업계 학생 정도)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그로 인해 더욱더 자신의 비곗살을 저주하지만, 자신의 외모보다는 다른 여자 아이들과 다른 매력을 알아주는 미헬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고 형제가 많은 미헬(주말 춤을 함께 추러 갔다가 불량한 성품의 형과 다투게 되고 큰 말썽이 생긴다)과 사귀는 것은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을 감싸고 있던 껍질을 서서히 깨뜨리며 서서히 몸과 마음이 성장한다. 결국 남자친구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면서 남들과 자신을 갈라놓은 것이 자신의 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외모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에바는 학급 친구들과도 점점 친해지고, 단짝 친구 크리스티나를 얻게 된다. 이제 힘들고 어려울 때는 초콜릿이 아닌 단짝 친구 크리스티나와 남자친구 미헬이 있어 더 이상 에바는 외롭지 않다. 에바에게 이제 초콜릿은 안녕이다
<인상 깊은 구절>
(39) 정말 속이 꽉 들어찬, 굉장한 냉장고였다. 완숙으로 삶은 달걀 한 개, 토마토 두 개, 햄 몇 조각, 그리고 살라미 약간이 연어와 토스트, 치즈를 뒤따랐다. 에바는 무아지경에 빠져 씹고 또 씹었다. 이 순간 에바는 그저 하나의 입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에바는 속이 불편해졌다. 자신이 부엌에 서 있다는 것을 전등이 켜져 있고 냉장고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은 것이었다.
에바는 울었다. 느릿느릿 냉장고 문을 닫고, 식탁을 치우고, 전등을 끄고, 침대로 돌아가는 동안 눈물이 솟아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에바는 시트를 머리 위까지 끌어 올리고서 베개에 파묻혀 흐느껴 울었다.
(147) 문제 중의 문제인 이 문제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문제는 바로 비곗살이었다. 에바와 주변 세계 사이에 가로 놓인 이 역겹고 물컹물컹한 지방층이 문제였다. 비곗살은 에바에게 완충지대이자 고치였다. 모든 게 오로지 비곗살 탓이었다. 비곗살은 비참, 소외, 냉대를 의미했으며 조롱과 두려움, 창피함을 뜻했다. 비곗살에 파묻혀 에바는 가려졌다. 지방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고 가볍게 살아가는 에바, 사랑스런 모습이어야 할 에바, 진짜 에바, 참된 에바가 말이다.
(204) 지방은 녹아내리지 않았다. 에바가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녹아내린 지방이 악취를 풍기며 배수구로 흘러들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에바는 갑자기, 자신이 원했던 에바가 되어 있었다. 에바는 웃었다.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프란치스카의 놀란 얼굴을 앞에 두고 깔깔 웃어대며 웃음 때문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여름날 같아 보여. 여름날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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