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의 작가 김인해가 단편집으로 돌아왔다. 김인해만의 여섯 작품으로 오롯이 단편집을 채웠다. 여섯 작품 모두 수준 이상이었다. 1. 그러나 아무 일도 없듯이 배봉기의 ‘괴물 연습’이라는 단편이 떠올랐다. ‘괴물’이란 다름 아닌 성적 지상주의에 매달린 우리 아이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든, 아는 형이 학교 옥상에서 자살을 하든 오로지 시험과 성적만 생각하는 아이들! 이젠 가족 모임이나 제사, 심지어 장례식조차 뒷전이다. 이런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은 우리들이고 그 폐해가 조금씩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비약인지 모르지만 몇 년 전 성적향상을 강요하는 엄마를 살해하고 몇 개월 간 시신과 함께 지낸 고3 학생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2. 우리들의 사춘기 - ‘사춘기’는 개인적으로 ‘지랄 총..
‘사고로 일곱 살이 되어 버린 아버지, 야동, 몽정, 자위, 매운 맛’ 등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배치했음에도 나는 조금 싱겁게 읽었다. 이런 자극적인 인생의 양념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는 중심 줄기와 섞이면서 짜지도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삼삼한 맛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면, 일단 처절한 외로움 속에 몽정과 자위를 하는 주인공 길동, 아픈 과거를 매운 맛으로 잊으려 하는 미령,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 희우, 그리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가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마파두부와 고추조아를 가리킨다. 일곱 살짜리 지능을 가진 아버지와 재개발 보상금을 주식으로 날려버리고 도망간 형, 끊임없이 닭을 튀겨야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함께 나눈 즐거움이나 행복보다는 함께 나..
의 단촐함과 간략함에 이 책을 골라 들었다. 굉장히 메마르고 건조한 하멜의 기록에는 하멜일행들의 인간적인 체취를 맡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감이 있었다. 13년이나 지낸 그들은 정말 단순히 부역이나 하고 제주에서 한양으로 다시 병영, 여수로 옮겨다니는 수동적인 생활만을 했을까.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았을까?김영희 작가는 400쪽이 넘는 소설 속에 그들의 체취를 담았다. 그리고 효종, 현종 시대의 문화, 역사, 당쟁으로 인한 소모적인 정쟁, 현실성 없는 북벌 정책, 그리고 청나라 정세, 일본의 정세, 유럽의 정세까지 담아냈다. 특히 하멜 일행을 제대로 쓰지 못한 당시 조정의 임금과 사대부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그들을 제대로 쓰지 못해 뒤의 아픈 역사를 가져왔다고. 나름 일리 있는 의견이라고 생..
예상대로 암울했다.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다룬 성장소설이라니. 소설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저지른 범죄를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역순행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영화 의 타락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읽으면서 이옥수 작가의 를 떠올렸다. 폭력을 저지른 아버지와 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주인공과 은 주인공은 닮았으면서도 달랐다. 폭력에 대한 용서와 잊을 수 없는 분노! 이 작품과 이옥수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과연 폭력은 쉽게 치유되고 아물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작품을 읽다보니 의 주인공 편에 손을 들고 싶었다. 폭력은 그렇게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용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머니와 누나, 여자친구..
끝까지 읽었지만, 어려운 발음의 나라들과 언어, 어려운 한자, 그리고 불교의 역사적인 사건들의 2/3 이상은 그냥 흘려버리듯 읽었다. 그것까지 꼼꼼히 읽다가는 1년이 가도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열심히 파고 읽는다 해도 과연 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글자만이라도 끝까지 읽었다는 것을 나름 위안으로 삼아 본다. 부끄럽지만. 어쨌든 글자 하나라도 다른 책과 비교하며 뜻을 분석하며 주석을 달아 놓은 작가의 집념과 공부 내공(역사적, 불교적, 한자 및 다른 언어, 역사 풍습에 대한 지식 등등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지만, 그 앞에 꼭 정수일이라는 이름을 새겨놓아야 할 것 같았다. 또한 정수일 님의 다른 책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또한 혜초를 앞서간 법현, 오..
이번에 고른 책도 ‘열일곱’이다. 요새 청소년 문학의 화두가 ‘열일곱’이라 관련 책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열여섯’들과 진지한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무의식에 열일곱 이야기를 골라내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열일곱’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가 떠올랐다. 오토바이와 주인공의 얼굴로 장식한 표지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파랑 치타의 ‘강호’와 빨간 바이크 ‘재하’가 비슷했다. 하지만 ‘강호’가 학교에서 ‘파랑 치타’라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마음을 잡아가는 것과 다르게 ‘재하’는 ‘드림레이스’의 예비 과정을 이수하며 자신감과 함께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 이른바 ‘문제’ 상황을 풀어 가는 두 책의 차이가 ‘내게’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문제 상황에 주목하여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치유..
열일곱 전문계 여학생의 유쾌 발랄 상큼 찔끔(?) 성장기. 흥미를 끄는 제목부터, 10명의 남자들로 이어가는 10개의 챕터들, 그리고 ‘떡실신’ 동아리를 중심으로 때로는 배꼽을 잡고, 때로는 스릴 있고, 때론 묵직하게 그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사건들이 반짝반짝 다양한 빛깔을 내는 구슬처럼 엮여 있다. 할아버지에게 3대에 걸친 한을 만들게 한 전두환, 성장은 더디나 자존심 하나는 최강(입으로만) 최강태진, 부모님의 잘 나가는 대학동창 조 기자, 풀이 꺾인 카리스마 한상진 선생님, 각도가 조금 엇나간 사랑 선우완, 부모님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오빠 나금호, 비뚤어진 소유욕의 화신 찌질이 오정우, 누구도 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나성웅, 정말 돌을 던지고 싶은 변 모씨, 영원한 판타지 ..
참 독특한 소설이다. 주인공 에밀리앵 만큼 독특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결말을 보고 무척 당황(황당?)했지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정말, 무척 궁금하다. 에밀리앵의 아버지도 등장할 것 같고, 엄마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도 새롭게 전개될 것 같고, 특히 마르틴느 마리와의 사랑 이야기와 에밀리앵의 계속되는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어서 빨리 다음 책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아이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매료시키며, 베이비시터를 거쳐 과외교사로 거듭나는 에밀리앵의 활약상은 의 귀여운 악동 아드리안 모올을 떠올리게 한다. 이름도 비슷하지 않은가? 처럼 특별한 갈등 상황이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 다방면에서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등장하기에, 아이들..
작가의 전작 의 뒷이야기다. 이야기의 흐름, 편집, 그림 등 많은 면에서 과 비슷하고 또 이어져 있다. 에서 문제 삼고 있었던 '나의 리듬', '나만의 것'에 대한 화두가, 에서는 '나만의 꿈'과 연결돼 있다. 중3이 된 사유키는 특별하게 꿈이 없다. 그런데 믿고 따르던 신지 오빠가 음악을 접고 방황하며 '꿈'에 대해 고민한다. 게다가 공부를 썩 잘했던 친언니, 사촌 오빠 모두 꿈을 접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걸 보며, 인어 공주가 '인간의 다리'와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버린 것처럼 자신의 리듬을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사유키에게 큰아버지(신지의 아빠)는, 자신만의 꿈을 찾아보라고 한다. (100) “사유키 넌, 늘 신지한테 기대를 했지. 녀석의 꿈에 지나치게 기대했어. 이제, 포기하는 게 좋아..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우수교양도서로 지정했을까? 대통령의 정치적 양자 격인 사람이 장관으로 있는 부서에서 이 책을 '우수교양도서'로 지정한 이유가 무엇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된 것인지, 책을 읽고 나타날 반응이 그들의 의도 대로 진행되리라 믿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작가는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다. 에서도 난독증에 걸릴 정도로 입시에 억압 받았던 서술자가 마음을 풀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시골 고향의 자연 환경이었으며, 에서는 애벌레를 중심으로한 약육강식의 세상이지만 자연의 법칙에 합당한, 인위적이지 않는 가장 자연적인 것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이 책 에도 친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낙태에 대한 기억과 장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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