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열일곱(한창욱)

이번에 고른 책도 ‘열일곱’이다.
요새 청소년 문학의 화두가 ‘열일곱’이라 관련 책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열여섯’들과 진지한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무의식에 열일곱 이야기를 골라내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열일곱’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가 떠올랐다.
오토바이와 주인공의 얼굴로 장식한 표지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파랑 치타의 ‘강호’와 빨간 바이크 ‘재하’가 비슷했다. 하지만 ‘강호’가 학교에서 ‘파랑 치타’라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마음을 잡아가는 것과 다르게 ‘재하’는 ‘드림레이스’의 예비 과정을 이수하며 자신감과 함께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

이른바 ‘문제’ 상황을 풀어 가는 두 책의 차이가 ‘내게’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문제 상황에 주목하여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치유해 가거나, 모둠 활동을 하며 서로 위로와 배려하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 모임에서, 이 책 “멋지다 열일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일단 책은 잘 읽힌다.
무협 영화에서 절대 고수가 되기 위해 미션을 하나하나 수행해 가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드림레이서’가 되기 위해 7가지 미션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먼저 7가지 미션은 다음과 같다.

-나의 일대기를 적어보자(목표 세우기),
-중단기 계획을 세우자,
-파워지수를 높이자(목표에 맞는 장점 키우기),
-시간을 관리하자(계획을 실천하는 과정),
-인맥을 쌓자(관계, 멘토 세우기),
-교양을 쌓자(공부하는 즐거운 갖기),
-생각하는 힘을 키우자(창의력과 통찰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

미션들은 서로 연결돼 있고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운 갈등 상황도 있다. 가족과 첫사랑이 동기부여가 되고 문제를 풀어가도록 돕는 멘토가 있으며, 그 멘토들은 이야기 전체로 보면 반전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재미있는 책만큼 재하처럼 다쳐서 키우던 꿈을 잃고 방황하거나,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현실을 살아가기에도 벅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예정된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낸다면 좋겠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우리 아이들이 공감을 통해 자신의 삶으로 끌어 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문학은 삶을 총체적으로 다루거나 특정한 부분을 재구성해 문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제시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미래의 3퍼센트가 되기 위한 미션이 책의 졸가리이고, 인물과 배경, 사건 등은 적절히 맞춰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좀 삐딱하게 바라보면 소수 3퍼센트의 아이들이 미래의 3퍼센트가 되기 위한 미션을 통해, 미래 3퍼센트들에게 정당성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상류층 3퍼센트에 들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조바심 내야할 일인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드림레이서’가 되기 위한 미션이 목표와 과정에 부합하며 올바른 것인지 고민이 된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발견한 사람들이 많다. 책을 여러 권 읽고도 적절한 계기를 만들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이 책 자체에 대해서, 또 교육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게 많은 책이다.


(23) 1979년에 마크 교수와 연구진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를 조사해봤어. 84퍼센트는 구체적인 계획인 없었고, 13퍼센트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던 거야. 10년 뒤, 1989년에 마크 교수와 연구진들은 다시 그들을 찾아가서 조사를 했어. 학벌이 좋았기 때문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던 84퍼센트의 졸업생들도 나름대로 잘살고 있었지.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던 13퍼센트는 그들보다 평균 수업이 두 배가 많았고, 글로 쓴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던 3퍼센트는 나머지 97퍼센트의 졸업생보다 평균 수입이 열 배에 달했던 거야.

(109) “뇌는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이내 싫증을 느끼거든. 얼마 동안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도 자기 최면만으로 야망을 이룰 수는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자기 최면에 더해서 주위 사람들의 인정이 있어야 해. ‘저 사람은 사업가로서 분명히 성공할 재목이야!’라는 식 있잖아. 모든 사람이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몇 사람에게만이라도 인정을 받는 거야.”
재하는 수긍할 수 없었다. 평판이나 인정 따위가 뭐가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어차피 내가 살아가는 인생, 내 결심만 확실하면 되지!
“왜냐하면 뇌 자체가 과장이 심하기 때문이야. 뇌는 칭찬 한마디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하다가도, 꾸중 한마디에 세상이 무너진 듯 낙담하기도 하지.”

(145)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어.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가 할렘 가에 자동차 두 대를 세워놓은 뒤 실험을 해봤대. 한 대는 보닛만 열어놓고,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어놓고 유리창을 깨뜨려놓은 거야. 일주일 뒤에 가 봤더니 한 대는 멀쩡한데, 유리창이 깨어진 차는 타이어와 배터리를 빼간 것은 물론이고 고철 수준으로 변해 있더라는 거야. 차이라고는 유리창이 한 장 깨진 것뿐인데.”
“사소한 것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야?”
“맞아! 사회적인 현상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에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적용돼. 네가 시간 관리를 잘해나가다가도 며칠에 한 번씩 자폭하고 마는 것도 그 때문이야.”

(153) “‘붉은 여왕의 법칙’이야. 그 안에는 모든 생명체가 끝없이 진화하지만 환경도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진보가 둔화된다는, 진화생물학적 이론이 담겨 있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얘기구나.”
“맞아! 모든 생명체들은 생존을 최상의 가치로 삼고 있어. 살아남기 위해서 저마다 최선을 다하지. 치타는 가젤을 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달리고, 가젤 또한 최선을 다해서 달아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타도 진화하고, 가젤도 진화해야만 하거든. 그런데 모두들 이렇게 열심히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 중에서 90퍼센트 가까이 멸종됐어.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
(중략)
“열 마리의 동물이 달리기를 한다고 가정해 봐. 2등으로 달리는 동물은 보나마나 이렇게 생각할 거야. 이 정도면 충분해! 내 뒤에 다른 동물들이 여덟이나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어때? 선두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패배자가 되잖아! 정말로 살아남고 싶다면 옆 사람의 눈치나 살피며 적당히 달려서는 안 돼. 그래 가지고는 마음의 위안 정도는 얻을 수 있겠지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어. 내가 빠르게 뛰고 있다고 느낄 때, 그보다 두 배쯤은 빠르게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거야!”

(207) “이번 미션은 고양 쌓기야. ‘교양 없는 자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거지가 되는 편이 낫다. 거지에게 부족한 것은 돈이지만, 교양 없는 자에게 부족한 것은 인간성이기 때문이다.’ 키리네학파의 창시자인 아리스티포스가 한 말이야.”
(중략)
“여섯 번째 미션은 얼핏 보면 평범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나도 그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어.”
“그게 뭔데?”
“우리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성공을 꿈꾸는 이유가 뭐니? 행복해지기 위해서잖아. 그런데 그 과정이 불행하다면 성공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232) “통찰력과 창의력을 키우려면 뭘 해야 하는데?”
“책을 많이 읽어서 폭넓은 지식을 쌓는 한편 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해. 또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고, 미심쩍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고.”

멋지다 열일곱
국내도서
저자 : 한창욱
출판 : 예담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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