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하지 않을래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1. 10. 25.
|
요새 자주 읽는, 신경생물학에 따르면 호르몬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몸이 불편하기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그럴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했던 '테오'는 더이상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자신을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취급하는 주변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춘기 테오에게 인정 욕구와 독립 욕구가 생긴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립해야했고,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을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들은 고맙다는 말로 상쇄했다. 하지만 타고난 장애가 자립하는데 큰 방해가 되고, 장애 때문에 자립하려는 의지를 이해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테오는 패를 잘못 뽑았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테오 주변엔, 파트리스 선생님이나 앙투안 같은 조력자가 있다. 우리 상캐 모임의 김선희 선생님이,
"성장소설은 일종의 영웅소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래서 영화 '완득이'도 보고 싶습니다. 똥주의 역할이 그런 것 아닐까요. 교사의 역할도 그런 것 같습니다. 여리지만 따뜻한 모습."
인정과 독립의 욕구는 장애 여부를 떠나 성장 과정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반복하지만,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인정과 독립의 욕구 충족은 안정적인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중학생들에게 추천할 책이다.
한편 장애를 다룬 책 중에 <버스 놓친 날>은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시각이 주로 등장하고, <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냐>는 비장애우가 사고로 장애우가 됐으나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장애 문제를, 상대적으로 나의 상황이 더 낫다는 입장보다는, 상황과 정도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성장통을 겪는 또래라는 입장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
(40) 나는 얼굴에 번지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프랑수아즈 누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퍽이나 조촐한 승리였다. 어린애들이 뭐든 혼자서 하고 싶어하다가 참을성을 가지고 마침내 해냈을 때처럼 말이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프랑수아즈 누나가 나를 칭찬해주고 자랑스러워해 주기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 정도? 왜냐하면 프랑수아즈 누나는 내 엄마가 아니니까.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없다면, 힘든 일을 해냈다 한들 무슨 소용이람? 고맙다는 말을 줄이고 혼자서 해보려고 노력하는 게 무슨 소용이람?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일, 혼자서 기뻐할 수밖에.
⇒인정의 욕구
(56) 나는 절대 자립적인 아이가 되지 못할 것이다! 항상 남들에게 부탁하고, 고맙다고 말해야할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자립적인 아이가 되려고 쏟아부은 노력이 모두 헛된 것이었단 말인가!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내게 선의를 가져주기를 바라며 평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센터의 어른들처럼 제자리에서 빙빙 돌거나 바닷가 또는 복도 한구석에서 허공을 응시하게 될 것이다. 내가 혼자서 옷을 입고 혼자서 움직이려고 애를 쓸 때 그 어른들은 나를 비웃었겠지. 나는 작은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 처음부터, 태어날 때부터 전쟁에서 졌다. 나는 나쁜 패를 뽑았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자립하고자 애썼으나 절망에 빠졌다.
(69) “네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어. 반대로 네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지.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지 뭐냐. 그러니 한계에 맞닥뜨릴 때마다 낙심해서는 안 돼. 우리는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단다.”
“네 알아요. 하지만 제 한계는 너무 커요.”
“그렇지 않아. 사실 한계치고는 별것도 아니야.”
파트리스 선생님의 농담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네, 이제 이해가 돼요.”
“나 역시 이해가 된다, 테오. 너보다 더 장애가 심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마. 그게 너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 사실 한계와 가능성은 우리의 몸에만 있는 게 아니란다. 영혼에도 있고, 지성에도 있어. 네 영혼과 지성은 별로 한계를 갖고 있지 않을 게다.”
⇒장애우나 비장애우나 결국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정과 자립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타협에 있는 것 같다.
(168) “너도 알겠지만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일찍 걷고, 일찍 대소변을 가리고, ‘엄마’라는 말도 일찍 하기를 바라잖니.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경쟁에 참여할 수가 없었어. 처음에는 다른 아기들이 너보다 빨리 성장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팠단다. 너만의 고유한 리듬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그랬어. 하지만 그걸 받아들인 뒤부터는 훨씬 쉬워졌어. 그다음부터는 네가 숟가락을 언제 쥘 것인지, 다른 집 아이보다 먼저 기린 인형을 쥐고 흔들 것인지 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 중요한 것은 오로지 너의 성장과 행복이었어.”
⇒인정 투쟁의 상대적이며 궁극적으로 서로에게 의미 있는 행위인 것 같다.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 > 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데기 프로젝트(이제미) (0) | 2012.01.08 |
---|---|
팻걸 선언 (0) | 2011.10.26 |
멋지다 열일곱(한창욱) (0) | 2011.10.18 |
오, 나의 남자들(이현) (0) | 2011.09.19 |
내 이름은 망고(추정경) (0) | 2011.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