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프로젝트(이제미)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2. 1. 8.
재미있다.
이야기 초반부터 주인공 수선이 가족에 대한 반전이 있고,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있어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읽는이의 관심을 꾸준히 이끌어 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힘들고 어렵더라도 긍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꿈을 향해 뛰어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주된 사건이 지나치게 '픽션'이며,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개입이 지나치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학교의 모습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제공해 준다.
먼저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학교와 교사가 불편하게 등장한다.
(26) 아무튼 그는 다른 선생들처럼 석차에 연연하는 좀생이는 아니었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자신이 삼십칠 년을 살아오며 깨달은 진실을 학생들에게 용기 있게 얘기해 주는 유일한 산 지식인이었다. 다른 선생들은 그냥 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는 주의였다. 하지만 누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우리 학교 선생들은 죄다 간디, 예수, 헬렌 켈러 같은 사람들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 이 책에서 교사들은 죄다 '선생'들로 지칭되며, 아이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기는 커녕 '차라리' 수준의 '차악'으로 거론 된다. 어느덧 교사는 단지 먼저 태어났을 뿐이라는 '선생'의 의미로 사용되고, 이 선생들의 말은 아이들에게 진정성을 갖기 힘들다. 현실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다. 학교를 믿지 않는다.
(35) “모두들 똑같은 조건에서 왜 저마다 다른 행동을 했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그 답은, 자기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희들이 딴 생각을 하고, 문자를 보내고, 꾸벅꾸벅 존 것을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원인을 생각해 보고, 그 원인이 너희들을 괴롭게 하지 않는다면 그런 자기 자신이 떳떳하고 자랑스럽다면, 너희들은 당당할 수 있다. 저기 앉아 있는 저 최고야처럼 당당해야 한다. 하지만 그 원인이란 게 한심하고, 저급하고, 너희들 미래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접어라. 이게 오늘 내가 너희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다. 이상.”
✎ 교사들은 왜 공부해야하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달리 대안이 없으므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모두 ‘똑같은 조건’에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역설적으로 수선이의 꿈을 키워가는 절대적인 조력자도 교사이고 이야기의 주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교사의 역할이 크게 작동한다.
(107)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훨씬 편했다.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앞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며칠간 골치를 좀 썩었을 것이다. 코치가 있다는 건 이래서 좋은 거구나. 만약 허 코치가 해결책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뭐가 문제인지 몰라 자학하면서 끙끙 앓았을 터였다.
“자, 여기 이 부분도 참 좋아.”
(중략) 허 코치는 그 부분이 좋다고 과도한 칭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칭찬을 받으니 마음이 놓였다.
✎ 작가는 일부러 ‘선생’보다는 ‘코치’라는 단어를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다. 생각의 보면 교사의 존재는 티칭보다는 코칭에 더 적합하다. 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 방향 제시와 함께 필요한 순간을 잘 파악해 적절히 조치해 주는 것이 교사일 것이다.
(124) “난 단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이냐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그냥 생각만 하면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살 것이냐 하는 아주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사람들 대부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산단다.”(중략)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난 자격이 없어. 그건 네 아버지도, 교장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결정할 수 없는 문제야. 네 인생이니까. 정수선이라는, 장차 거대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될지도 모르는 한 가능성 있는 인재의 앞날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얘기다. 알겠냐?”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살아오면서 만난 많은 기성세대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하고 불행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통해 그 욕구를 충족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금 우리 아이들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전혀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하는 일들이 많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다 지쳐, 하고 싶은 일을 잊거나 찾지 못하고, 심지어 자존감 마저 잃은 아이들도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번데기 프로젝트"는 특별한 재능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주인공 정수선의 이야기로 그치면 안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주인공보다 좋지 않은 상황의 아이들도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 차원의 코칭 프로젝트, "번데기 프로젝트"가 우리 학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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