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빅토리아 허시버거(토리)’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케빈’을 죽게(자살) 만든 사이버 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토리는 인정할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페이스북에 캐빈에 대해 장난을 친 정도이며, 자신보다 다른 운동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더 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들다고 모두 다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토리에게 재판을 하루 앞둔 날 자정에,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 희망으로 전화를 했다는 '앤디'와 통화를 하게 된다. 토리는 앤디가 자살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책임이 지워질 것 같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토리는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게 될까? 이 책의 주제는 선명하다. 제목 “손가락 살인”도 그렇고, 스마트폰의 앞면과 뒷면을 담은 표지도 그렇다...
청소년들의 문제 상황에 초점을 맞춘 독서 활동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독서 안내서 “내 마음 읽어주는 책 친구”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문제 상황을 갈등 대상과 세부 갈등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난 청소년 소설을 30편 소개하고 있는데요, 각 상황마다 △문제 상황 소개, △문제 상황이 잘 드러난 발췌문과 토론거리 제시, △책 전체 맥락과 토론거리 제시, △연관도서 소개로 구성해 독서 동기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갈등, -부모의 과도한 기대, 형제자매 간 차별, 이별(사별)의 아픔, 가정폭력, 가족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친구들과의 갈등, -사이버 폭력과 따돌림의 주도자, 방관자, 피해자의 극복 과정 사회와의 갈등, -학교와 인권, 민주시민..
사람과 로봇,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문제를 다룬 단편집 "안녕, 베타"와 연관된 책을 찾다 추천받은 책이 "한 스푼의 시간"이다. 제목만으로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희색 바탕에 점점의 흔적들과 파란 물방울 속 세상의 표지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았다. 직장에서 명퇴를 당하고, 새로 시작한 세탁소가 자리잡힐 즈음 갑작스럽게 아내와 사별한 명정은 아들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아들도 이국에서 이국으로 출장가던 중 항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고 아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홀로 살아내던 중, 아들이 남긴 인공지능로봇을 택배로 받으면서, 둘째를 낳으며 불려주려고 했던 '은결'이라는 이름까지 부여하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227) 사람이 무너지면 무너진..
“타인의 시간을 빼앗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265) 묵직한 말이다. 작게는 시간 약속에서, 크게는 일제의 식민 통치가 우리 국민들에게 빼앗은 것이 단 한 번뿐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실감난다. 단 한 번뿐이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게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하고, 선택하고, 노력하고, 아쉬워한다. 이 책에는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두 시대의 폭력이 ‘타임 슬립’을 통해 이어진다. 먼저 현재의 ‘햇귀’는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행동하지만, 햇귀에게만 온갖 폭력을 휘두르는 태후의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또 일제시대의 ‘수인’은 넉넉한 가정에서 가수를 꿈꾸며 행복하고 살고 있었으나 일본 경찰과 앞잡이의 계략에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가 옥고를 치르며 일본 경찰의 가정부로 산다. 그러고도 정신대에 ..
깔깔대고 웃다가, 뒤로 갈수록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제목 때문인지, 아니면 표지 때문인지 가볍게 읽을 만한 성장소설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작가는 그런 점을 처음부터 의도했는지, 갈수록 묵직해지는 삶의 무게에 나도 또한 어깨가 무거워지는 듯했다. 초반에는 네 소년의 우정을 그린 "포틴(4teen)"이 떠올랐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처럼 여행식 구조를 통한 과거 회상식 구성과, "날아라 로켓파크"처럼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긴 호흡을 닮아 있었다. 성장한 후에 청소년 시절을 바라보는 구조로 돼 있어서, 아이들에게 막상 권하는 게 주춤해진다. 그리고 80, 90년대 정서와 코드를 과연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재미있고, 기발하고, 익살스러운 ..
지금까지 김선영 작가의 소설 4편을 읽었다. 4권 모두 특별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금방 몰입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주관적인 시간의 흐름을, “특별한 배달”은 웜홀을 통해 현재 자신의 문제를 대면하는 내용을, “미치도록 가렵다”는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인까지 대상을 넓혀 성장과정에 대한 이해를 잘 나타냈다. “열흘 간의 낯선 바람”도 몰입감 있게 잘 읽힌다. 먼저 이 작품은 SNS의 문제점을 잘 포착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SNS에 대한 의존이 높아진 지금, SNS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만나야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보여지는 것으로 드러내는데 치우쳐 공허함만이 가득한 관계가 아..
4teen(포틴)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남자 아이들의 우정을 잘 표현한 책이 없어 이 책의 특정 부분을 발췌해 수업도 진행했다. 그러면서 4teen 이후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다룬 6teen의 출간 소식은 그래서 반가웠다.희한하게도 초등과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 큰 성장이 일어난다. DNA에 코딩된 것도 있겠지만, 환경의 영향이 크다. 일본 나이로 16세, 우리 나이로 17세는 공부의 정도나 진로 계획에 따라 성격이 다른 학교로, 지역으로 활동 범위가 커진다. 당연히 보고 듣는 것도 달라진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실존적 고민, 전망의 불확실함이 외롭고, 높고, 쓸쓸함을 낳는 것은 아닐까. 4teen의 10대 4명은 6teen에서 ..
귀신과 소통이란 다소 특별한 소재를 활용해, 제목처럼 조단조단 삶을 성찰하도록 이끄는 여운이 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점은, 귀신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서준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서준을 잃은 가족이 폭발 직전의 상황에 놓인 것도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집착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집착은 남녀 차별의식과 같은 선입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아리’ 역시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강한 기대와 유전학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집착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다는 내..
2014년 3월에 다시 읽었다. 2010년에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추천하기 어렵겠다는 감상을 블로그에 적었다. 작가의 의도를 다르겠지만 결국 '왕따'라는 문제를 죽음으로 끝맺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추천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꾸준히 이 책을 읽고 독서수행평가 검사를 하러 왔다. 아이들에게 제목의 뜻을 묻거나, 실패 다섯 개가 누구한테 있었는지, 가장 문제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인상 깊은 장면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아이들의 반응을 들으면서 스토리를 파악하고 있으나 자신의 삶으로 끌어와 공감하며 읽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영화로 개봉되고 점유율도 높게 나오면서 어떤 식으로든 거론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다시 읽게 되었다. 먼저 2010년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그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