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본래의 내용보다, 소설의 뒷장, 읽기 자료가 더 읽을 만하다. 이야기는 이나 와 비슷한데 18세기 말, 19세기 초 유럽의 학교 교육이 대체로 비슷하거나, 문제제기가 비슷한 글들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책에서 문제제기하려는 갈등 상황이나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아주 긴 가족사 소설의 1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는 특징 때문인 것 같다. 다만 19세기 수도원 학교에서 문제 삼는 많은 내용들이, 21세기 우리 학교교육에서도 금기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그러나 예전에 문제제기 했던 것들이 지금은 별로 문제가 아닌 것처럼, 지금 학교에서 문제제기하는 많은 것들 또한 별로 문제가 아닌 것이라는 생각을 얻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상당히 의도적으로 접근한 책인데, 소설 자체의 특성 ..
의 후속작. 세 아이들 중 가장 먼저 소희의 이야기가 나왔다. 착하고, 어른스럽고, 책임감이 강했던 소희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에도 고단한 삶이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 고모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어지는 가난과 외로움은 소희를 더욱 단단하고 어른스럽게 만든다. 힘든 소희에게 마치 하늘의 선물인양 어머니와 한 집에 살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환경의 가정으로 들어가지만, 절대 쉽게 ‘가족’을 이룰 수는 없었다. 소희 존재 자체를 ‘마음의 족쇄’처럼 여기는 친엄마와, 엄마의 사랑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우혁이나, 그 속에 이물질처럼 섞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소희가 새롭게 가족을 이루는 모양은 아슬아슬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여기에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마음의 위안을 찾아주는 채팅 친구 디졸브(재..
가난한 유년기의 성장소설은 참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 두 소설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초등 4학년 조연재와 아홉 살 백여민은 그리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시대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70년대 연재와 80년대 여민이랄까? 하지만 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옴망눈(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왠지 초롱초롱하고 총기가 있는 눈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녀의 그것은 다르다. 백여민은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마치 오빠 연후와 닮았다. 공부든 싸움이든 구슬치기든 치열하게 싸우고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린다. 물론 여민이는 오빠처럼 모범생은 아니지만-, 연재는 세상을 조용히 관찰하는 타입이고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신기종과 백여민이 싸우면서 쉽게..
'구제역', '조류 독감'으로 살처분된 소, 돼지, 닭, 오리가 100만 마리를 넘는다고 한다. 살처분. 국어 사전엔 없는 말이지만, '살'이란 말에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구덩이를 파 살아 있는 동물을 강제로 매몰하는 처분. 생명체이면서도 상품이기에 내릴 수 있는 처리 방법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집단으로 자살하는 동물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인위적이건, 자연적이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사인' 같아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동물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동물은 사람과 같다. 그것은 동물을 의인화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인 이라든가, 에 나오는 동물들은 본능적이지만 사고하는 동물과 인간의 두뇌 싸움 같은 게 있고, 이야기 말미에는 잡고 잡히는 관..
청소년 소설지만 아이들에게 권하기 조심스러운 책이다.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해야할 내용이겠지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고, 의미를 정리하는 데도 고민되는 내용이 많은 까닭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을 떠올렸다. 은 세계를 두 부분, '카인의 세계'와 '아벨의 세계"로 보고, 아벨의 세계를 포함한, 카인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큰 전환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 역시,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 또는 낮의 세계와 약탈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낮은 세계는 현실이며 권력과 이성과 이익이 지배하는 공간이며, 밤의 세계는 권력과 지배, 질서에 대한 도전의 세계이다. 그것이 약탈로 나타나며, 통념에서 자유로워 친구의 어머니를 마음에 두며, 교사와 학생이 사랑하는 세..
지금과 같은 저출산 사회에서 임신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모성애는 본능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본능이 꺾이는 경우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정을 이룬 성인의 경우가 이런데,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그 시작이라할 수 있는 ‘성’은 그 존재를 부정해야할 금기시할 일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가 매번 그렇듯, 한 걸음 허용했을 때 학생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에 ‘배수진’을 치며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들의 성경험은 빨라지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IMF 이후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살피는 가정의 기능과 역할을 무너뜨려 버렸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
영어 교사, 던프리 선생님은 일기 숙제를 내 주며, 읽지 말라는 일기는 읽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선생님의 약속은 그대로 지켜졌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을 믿게된 '티시'는 친한 친구에게조차 털어낼 수 없는 자신의 고민과 감정을 일기장에 쏟아낸다. 던프리 선생님은 '티시'가 일기를 꼭 읽어달라고 한 부분을 읽으며 '티시'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티시와 동생 매트가 생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다행히 '티시'에게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만나 빠르게 생활의 안정을 찾아간다. 글을 읽는 내내, 정말 완벽하게 무책임한 티시의 아빠와 엄마를 보고 놀랐다. 자식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해 자식의 행동을 교정하지 못한 티시 할아버지와 할머니, 딸에게 자존감을 주고자 했으나, 딸은 거기에 부담을..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분명 아이들은 봄이 이야기를 '인터넷 소설'로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봄이의 외모를 보았을 때 봄이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었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남는 것은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일까.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서술자가 등장한다. 먼저, 봄이의 담임교사. 과거 이성교제에서 큰 아픔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담임교사로 보낸 시간만큼 아이의 결석과 이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에 여유 있게 대처한다. 교사로 대표되지만 외모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대표한다. 그리고 봄이.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의 생각을 친구 각각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액자형 소설처럼 담임교사의 외화에 봄이의..
우리 지역에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고 나서 학교 모습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표출되고 있다. 그 시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가르칠 수 있는 제반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는 상태에서 ‘학생 인권 조례’ 같은 건 시기상조이며 지금도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려주다 중요한 시기에 놓치는 것이 많다는 입장과 그렇게 인격적으로 무시하면서까지 가르쳐야할 내용이 뭐가 있느냐 결국 수동적인 아이를 기르자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가 거세지는 이유는 진보 교육감의 당선과 함께 앞선 ‘바람’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다'는 아이에게 추천했다. 학교를 정리하고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에 다니면서 어떻게 생활해 나갈지 정리해보라..
몇 년 전 라는 책이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의 여중생이 목숨을 끊었는데. 그 아이가 읽던 책이 바로 라는 것. 당시 그 책을 권장도서 중 한 권으로 추천했던 국어 선생님에 대해 언론의 보도와 학부모의 입장은 강경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에게 ‘자살’에 대해, 그것도 제목도 선정적인 책을 추천했다며, 교사가 마치 자살을 부추긴 것처럼 보도했다. 사실 이 책의 주제나 소재 모두 ‘자살’은 아니다. 주요인물 재준의 죽음(오토바이 사고)을 두고 유미가 재준에 대해 추억하며 유미가 가족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목만으로 판단한 언론은 마녀사냥 식으로 교사를 몰아갔다. 그 후 그 교사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가 되었을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나 정세에 비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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