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원쉬엔의 글에는 일정한 향기가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자신의 관심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것에서 그런 의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산업화나 현대화된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좇아갈 생각이 없다. 산업화가 진행되기 이전의 중국, 문화대혁명이 있었고, 운하를 배경으로한 농촌의 삶이 배경이다. 특히 내가 읽었던 3편의 소설 , , 가 그랬고, 중 ‘안녕 싱싱’은 와 거의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야풍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지만 거기에서 아빠와 아이의 희망이 녹아있다. 산업화 이전에 삶은 결국 하늘에 의지하는 삶이다. 자연의 세세한 변화나 울림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아버지의 꿈과 아이들의 꿈은 겹쳐진다. 갑작스런 태풍에 야풍차는 부서질듯하고 아들은 목숨을 걸고 ..
새 학기,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광주국어교사모임 독서 소모임 ‘상캐’ ‘상캐’는 ‘문제 상황에 맞는 도서를 캐내다’를 의미합니다. 중고생 수준에 맞는 청소년 소설을 읽고, 아이들이 처한 여러 가지 갈등 상황(가족 문제, 친구·선후배 문제, 선생님·학교 문제, 성·사랑·이성 문제, 내적 갈등)에 맞는 도서를 발굴, 정리, 추천하여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도록 고민하는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9·10월호에 그동안 캐냈던 도서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후 새로 발견한 책과 새 학기를 맞아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새 학년을 준비하는 선생님과 함께, 성장소설 고전 다시 읽기)을 함께 추천합니다. 1.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에린 그루웰, 랜덤하우스코리아)..
처음부터 불편한 책“선생님! 무슨 사전을 읽어요?” 시험기간 중 자습을 시키고 난 뒤 책을 꺼내어 읽자 맨 앞에 앉아있는 남학생(책에 관심이 많은 이름은 항근이. 주로 판타지이지만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에 죽치고 사는 아이)이 관심을 표시한다. “그래 사전이다. 인디언 역사에 관한 사전..” 그리고는 책을 다시 들었다. 아마 이 책의 두께와 크기 때문에(색깔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거므스름한 갈색, 누군들 골치아픈 사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짐작을 했으리라. 웃으면서 다시 책을 들었지만 마음은 괴로웠다. 벌써 일주일간 50페이지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한마디로 매우 고통스러운 책이었다.(책을 읽기로 하고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지금 이렇게 다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감상하며 읽기'의 시작은 '공감하는 것'부터라 말한 적이 있다. 하연이의 선택과 결정,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묵직해지고 눈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무엇에 공감했는지 지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10대에게도 성적 호기심과 욕구가 있다. 그건 나 역시 경험했던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생명과 책임 등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에 이성적으로 통제하려했던 욕구이다. 하지만 이 책은 10대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고, 그 결과 갖게된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많은 부분을 풀어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묻기 마련이다. 하연이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나.사랑을 뭐라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연이와 채강이는 ..
친구가 죽었다. 친구의 유언은 살고 싶었던 킬리만자로에 데려 달라는 것. 친구는 희망을 잃었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건 파충류. 수회는 애완 동물들과 제인 구달처럼 킬리만자로에서 야생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싶었다. 야생 동물과 생활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지금 당장 애완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성적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엇비슷한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서 성적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고, 애완동물을 빼앗기고, 목표가 과정 중에 소멸된다. 킬리만자로를 인터넷으로 훑어보고 무작정 떠났다. 수회의 유골과 함께. 또 실연의 아픔을 오지의 봉사활동을 풀려는 사람과 함께. 그렇게 떠난 지구의 반대편, 케냐에선 가난과 에이즈로 희망이 잃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희망을 훔친다. 반면, 적은 돈을..
(11)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책을 펼치면 위 구절이 눈에 와 박힌다. (번역이 어색하기도 해서) 1318, 젊음 그 하나만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누가 말해준다 한들 그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테지만 책속의 그들은 팔팔한 돌고래처럼 같이 수영하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그 아름다운 시절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의 김준희처럼 그저 무기력하하고 막연하게 또는 불안하게 미래를 그릴 뿐이다..
자전거를 넘어 걷기가 유행이다. 속도에 대한 반발이다. 빛의 속도만큼 빠른 속도록 달려 왔으나 세상은 더 어둡고 절망적이라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서서히 걸으며 골몰하기 시작했다.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속도를 거스르는 이야기가 많다.아빠와 함께 함메르페스트를 향해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의 과거를 받아들이게 된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도 있고, 수배자가 된 친구의 형을 돕기 위해 떠난 여행에 여러 사람이 동행함으로써 여행 아닌 모험으로 성숙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도 있고, 오랜 가정 폭력의 결과 잔인한 가해자가 된 아이가 자신의 마음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의 마음까지 풀어주게 되는 "스프릿 베어"도 그렇다. 이들 책에 비하면 는 밋밋하게 걷는 이야기이다. 절도와 폭행의 가해자로, 사막의 도시를 벗어..
2009년 아침독서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거기에 작가가 '이경화' 님이라는 말에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보았는데, 사실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작가의 "나의 그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심리를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그 만큼의 새로움과 감동이 적다고 할까? 하지만 이경화 님이 그려낸 집단따돌림에 대한 우리 학교의 자화상은 자못 심각하다. 책제목 "지독한 장난"은 바로 집단따돌림을 의미한다. 이렇게 집단 따돌림을 둘러싼 세 명의 남학생 준서, 성원, 강민이의 마음을 프로레슬링에 대입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간다. 그 주변 인물인 혜진이와 은영이, 반장 지희, 이름뿐인 카리스마 담임선생님, 그리고 이름 없는 ..
크게 그대하지 않으며 읽었다. 전날 읽었던 때문이기도 했지만 라는 평범한 제목에, 표지 그림도 그다지 성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1인칭 주인공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리며, 장별로 끊어지는 구성도 눈에 걸렸다. 하지만 너무도 평범한 아이인 '에이지'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같은 리듬의 세계를 만나며 자신의 답답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현실은 우리 뜻대로, 더구나 중학생인 에이지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더 힘든 위기의 상황이 닥치고 좋아하는 음악마저 그만 두어야 하지만, 음악과 가족, 친구에 대한 믿음으로 잘 풀어나갈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지독한 입시 제도 아래 그려지는 학교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청소년 문학을 읽다보면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숨통이 트일만..
학교에 불어 닥친 시장주의 바람이 거세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학교는 숫자와 통계로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역시 이런 평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시교육청에서 발간한 2008년 겨울호에서 홍세화 씨는 프랑스의 교육은 일정한 성취를 이루기만 하면 되므로 자유롭게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발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1등을 해야하므로 1등을 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 많은 경쟁을 이끌기 위해 초등학교까지 일제 고사를 실시하고, 평준화를 흔드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더 많이 세우고 있으며, 심지어 중학교까지 국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서열화하고 있다. 대학교 입학에 수능 점수 비중을 높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서열화하는데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