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닉 데이비스)

 

학교에 불어 닥친 시장주의 바람이 거세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학교는 숫자와 통계로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역시 이런 평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시교육청에서 발간한 <광주독서신문> 2008년 겨울호에서 홍세화 씨는 프랑스의 교육은 일정한 성취를 이루기만 하면 되므로 자유롭게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발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1등을 해야하므로  1등을 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 많은 경쟁을 이끌기 위해 초등학교까지 일제 고사를 실시하고, 평준화를 흔드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더 많이 세우고 있으며, 심지어 중학교까지 국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서열화하고 있다. 대학교 입학에 수능 점수 비중을 높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서열화하는데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라는 배움터는 희망이 아닌 절망을 학습하고 무기력을 강화하고 있다.

 

<위기의 학교>는 시장주의 교육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영국의 교육 정책을 비판한 <가디언>의 기자 ‘닉 데이비스’의 보고서를 모은 내용이다.

영국 교육의 붕괴는 사회 양극화 현상에 따른 빈곤의 문제를 방치 했고, 학교에 시장주의를 도입한 결과 황폐해졌다는 결론이다. 즉 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교육의 실패를 교사와 학교에 두어 학교를 자극하기 위한 각종 정책(학부모 선택권 강화, 성적 공개, 학생 수에 따른 재정 지원, 사립학교 우대 정책)을 펼친 결과 학교는 붕괴하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절망감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다.


영국과 우리나라는 교육 시스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다르다. 우리는 영국처럼 난민이나 외국인이 많지 않으며 뿌리 깊은 계급 사회도 아니다. 하지만 학교에 마음을 둘 수 없는, 학교가 절망을 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무단 결석생이 발생하는 영국과 무기력한 학생이 발생하고 있는 우리 나라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영국보다 더 많으며 그래서 공교육이건 사교육이건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학부모가 더 많다는 것을 희망으로 보아야할 것인지.


홍세화 씨의 책에서 보여준 프랑스의 교육 현실이나, 15살 하영이가 경험한 스웨덴 교육은 우리와 너무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판단이 어렵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 학교에 시장주의 도입을 가속화하고 영국의 전철을 밟아 가려는 우리 교육의 모습을 이 책에서 어느 정도 볼 수 있을 것이다.

 

(15) 닉 네이비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육 정책을 정치적인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며, 영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계급 사회 구조를 타파하고 계층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분발하라는 것이다. 또한 지역 간 불평등과 재정 부족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황폐화를 막아야 하며, 교육 전문가 집단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진정으로 학교 현장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라는 것이다. 특히 공교육 체제 안에 도입된 시장화 전략이 교육 현장을 얼마나 비교육적인 곳으로 변모시키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지적한다.(옮긴이의 말 중)


(183) 노동 계층이 좀 더 높은 수준의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힘은 정치적인 동시에 도덕적인 것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이 힘은 노동 계층에게 일할 능력을 주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계층에서 벗어나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희망을 품게 했다.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비판자들은 노동 계층의 교육 확대를 위한 조처에 대해, 자신들이 빈번하게 고발하고 있는, 불순한 사회 공학자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만약 여러분이 교육에서 사회 정의가 지닌 역할을 부정한다면, 당신은 보편적인 공교육을 지지하는 모든 논리적인 정당성들을 부인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보편적인 공교육은 인간다움과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경제적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위기의 학교
국내도서
저자 : 닉 데이비스(Nick Davies) / 이병곤역
출판 : 우리교육 200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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