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속삭여 봐(강숙인)

 

귀신과 소통이란 다소 특별한 소재를 활용해, 제목처럼 조단조단 삶을 성찰하도록 이끄는 여운이 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점은, 귀신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서준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서준을 잃은 가족이 폭발 직전의 상황에 놓인 것도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집착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집착은 남녀 차별의식과 같은 선입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아리’ 역시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강한 기대와 유전학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집착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익숙한 내용에 재미를 주는 것은 작가의 의도, 즉 플롯 때문이다.

먼저,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이 된다. 작가의 메시지를 다음의 라틴어 세 구절로 정리해 보고 싶다.

“memento mori”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Carpe diem” 현실에 충실하라

“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라.

서준은 아마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를 포기한다는 것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좋은 방법은 아닌 듯 싶다. ‘Memento mori’의 관점에서 우리는 ‘carpe diem’해야 한다. 물론 각자의 여건은 다르다. 그러나 다른 것을 바라본다고 하여 현재의 삶이 변화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니체의 말처럼 적극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의지로 극복해 나가는 ‘Amor fati’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적인 관점에서 행동하라는 것이 이 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그렇다고 자신만의 치열한 삶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사색과 공감, 만족지연능력이 필요하다. 귀신이 되었다는 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직접 소통할 수 없으므로 매체(여기서는 아리)를 잘 활용해야하며, 그것도 하루에 1번, 1시간만 만날 수 있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49일 안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경청하고 공감해야 한다.

 

읽다보면 작명법도 인상적이다.

‘아리’는 고어로 ‘입’을 가리킨다. 아리가 살고 있는 집은 ‘그린 heal’이다. 언덕일 수도 있겠으나. ‘서준’은 逝(죽을 서), 俊(뛰어날 준)해서 죽을 운명이며, 유주(留住)를 머무리며 산다고 해석하면 무리일까.

 

이 소설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을 소재로 한 책들을 엮어 읽어 보는 것도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푸른 하늘 저편",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여름이 보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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