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틴6teen(이시다 이라)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16. 12. 24.
4teen(포틴)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남자 아이들의 우정을 잘 표현한 책이 없어 이 책의 특정 부분을 발췌해 수업도 진행했다. 그러면서 4teen 이후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다룬 6teen의 출간 소식은 그래서 반가웠다.
희한하게도 초등과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 큰 성장이 일어난다. DNA에 코딩된 것도 있겠지만, 환경의 영향이 크다. 일본 나이로 16세, 우리 나이로 17세는 공부의 정도나 진로 계획에 따라 성격이 다른 학교로, 지역으로 활동 범위가 커진다. 당연히 보고 듣는 것도 달라진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실존적 고민, 전망의 불확실함이 외롭고, 높고, 쓸쓸함을 낳는 것은 아닐까.
4teen의 10대 4명은 6teen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술에 취한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던 ‘다이’는 아버지가 돼 수산시장에서 일하며 야간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나이토 준은 동경대를 가장 많이 진학하는 명문고를 다니고 여전히 성적이 좋다. 조로증 환자인 나오토는 사립명문고를 다니고 인생의 절반을 넘겼다. 서술자이자 도립고에 다니고 있는 데쓰로는 좀더 다양한 경험과 사색을 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성적이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가 14세라면, 16세는 호기심을 넘어 실행이 가능한 나이이다. 호기심에 비해 실행은 불안하다. 작가는 흔들림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건강한 16세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6teen에는 기존의 4teen에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마사아키’, 부모의 이혼을 휴대폰 소설로 풀어가는 ‘사리나’, 완벽하고 도도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반드시 남자랑 해보아야겠다는 ‘마아사’, 연애와 우정은 함께 갈 수 없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몸소 느끼게 해준 흑발마녀 ‘유이카 선배’, 거짓 소문으로 친구들 사이의 따돌림을 당하다 스위트 섹시 식스틴으로 나타난 ‘고스기 마호’, 그리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려 했던 ‘유주르’의 이야기까지, 성과 사랑, 우정, 죽음 등 16세에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자극적이라 생각되지 않는 건 그 사이에서 건강하게 풀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29) “글세, 그럴까? 나는 오랫동안 살아봐서 그런지 누가 누굴 위해서 뭘 한다는 말을 믿지 않아. 누가 무슨 짓을 하든 그 절반 이상은 자기를 위해서 하는 거야. 인간은 원래 그런 거야.”
(30) “언젠가 내 딸이라는 사실이 창피하다고 했지. 돈 몇 푼에 남자한테 몸을 파는 엄마는 인정할 수가 없다고. 하지만 아무리 못난 어미라도 어미는 평생 어미일 수밖에 없는 거다. 자, 그만 돌아가자. 오늘 밤엔 네 그 못된 서방 얘기나 실컷 듣자꾸나.”
✎ 식스틴의 첫 번째 이야기는 이들의 아지트가 된 사치 할멈의 ‘몬자 히마와리’ 가게에서 시작된다. 여전히 여‘성’에 대해 관심 많은 식스틴들은 이혼녀가 돼 돌아온 딸까지 마음에 둔다. 하지만 거기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딸과 엄마의 자기만의 사랑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된다.
(58) “아직 열여섯 살이니까... 천천히 결정하려고... 그건,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을 보고 결정할지도 모르지.”
나는 조금 실망했고 조금 두근거리기도 했다. 마키가 같은 반 친구고 더구나 남자였다는 사실에는 놀랐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랑 똑같은 열여섯 살이고 장차 뭔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처지라는 데는 다를 게 없었다. 같은 시대를 같은 나이로 살아가고 있다.
✎ 화자인 데쓰로가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가 심하게 예쁜 여자가 되어 나타났다. 마사아키는 클라인펠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남자 아니면 여자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16세는 선택을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인가.
(102) “자기들끼리 좋아서 결혼하고 좋아서 애를 낳은 사람들이 이젠 좋아하지 않는다고 멋대로 헤어지겠다는 거야. 연애니 어른이니 결혼이니, 다 웃겨. 그런 건 다 자기도취 같은 거겠지. 자기 욕망을 연애니 사랑이니 하는 포장지로 멋지게 싸놓을 뿐이야.”
✎ ‘하늘의 십자가’라는 휴대폰 소설을 쓰는 ‘사리나’는 부모의 이혼으로 힘든 상황을 자기보다 더 힘든 주인공을 내세워 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는 것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란다. 욕망, 열정 어느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될까.
(149) 최소한 가슴이라도 제대로 보여주면 좋았잖아. 그날 밤 나는 그녀의 몸을 떠올리려고 애쓰며 마스터베이션을 했다. 아무리 후회해도 지나간 버스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만약 다시 한 번 그녀가 그런 제의를 해도 나는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이 후회할 것이다.
왜냐하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딱 한 번 요행처럼 그짓을 한다고 해도 역시 거기에는 그다음이 없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연결되어야 한다. 뭐, 어른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열여섯 살이라면 이 정도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면서도, 아버지로서 확실하게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몸과 마음이 함께할 때까지 참는 모습은, 성의 쾌락을 수단으로 빠지지 않는 건강함이 보인다.
(152) 인기가 없어서 평생 여자랑 사귀어보지도 못하면 어쩌나. 왜 학교생활도 텔레비전도 영화도 음악도 이렇게 따분하기만 할까. 이 사회가 내가 비비고 살아갈 자리가 있을까.
특히 심각한 것은 맨 마지막 불안이다. 대학에 겨우 비비고 들어가고 취직난 속에서도 어떻게든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고 해도 과연 내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좋아하는 일도 전혀 없다. 조금 선망하는 직종은 있지만 그런 직업을 얻는 것은 굉장히 힘들 것 같다.
✎ 어쩜 이리 일본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의 상황은 비슷할까. 이 책이 2009년에 지어졌으니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179) ‘오늘 날씨 좋군요’라든지 ‘날이 제법 선선해졌군요’라는 대화가 최고의 호사라는 세계도 의외로 나쁘지 않은 건 아닐까. 풍요나 종신연금이나 경제성장률 같은 것에 평생 매달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가. 내 주위에는 준과 나오토, 이번 일화에는 등장하지 않은 다이 같은 친구가 있고, 도쿠 아저씨 같은 재미있는 어른도 있다. 신중하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이를 먹어갈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이래서 이른바 ‘사토리’ 세대가 태어난 것인가. 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229) 동정을 졸업하고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나 자신이 변한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섹스는 매우 신비하고 강렬한 경험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한 번 했다는 것 정도로는 나나 고스기 마호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우리는 하기 전보다는 아주 조금 경험이 풍부해져서 그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이케부쿠로 거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264) “나는 남는 것보다 사라져버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나오토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럼 된 거 아냐? 우리 넷이 이렇게 함께 있는 순간도 여기서 오간 이런저런 이야기도 유즈루의 죽음으로 이렇게 한없이 공포에 사로잡힌 것도 전부 사라져버리는 거야.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역으로 보자면 여기 있는 네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겠지.”
“그래? 아무도 모를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 그것이 산다는 건지도 모르지. 출세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 죽음이 저어되는 핵심적인 이유를 잘 짚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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