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로이스 로리)


내용, 문장의 전개가 깔끔하다. ‘늘 같은 상태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려는 인물들 덕분에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것들이 이야기를 더 낯설게 한다.

 

미래 어느 시기에, 인류는 경험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제거한 늘 같은 상태를 만든다. 신생아 수도, 직업도, 마을도, 자연 상태도 변수가 있어선 안 되며, 몇 번의 실수를 더 하거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즉각 임무 해제를 통해 제거한다. 그래도 혹시나 있을 변수를 대비해 기억 보유자를 둔다. 그가 임무를 해제할 즈음에 새로운 기억 보유자를 뽑아 기억을 전달하도록 한다.

새로운 기억 보유자인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사랑, 행복, 외로움과 같은 것들을 경험하고, 선택할 수 없는 삶,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인위적인 시스템에 반대하며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난다.

 

결국 이야기에서 문제 삼는 것은, 인공 시스템이 인간과 사회에게 이상적인가. 또 전달해야할 기억의 내용은 지식이나 개념이 아닌 경험이나 허용할 수 없는 감정이지 않을까. 세상을 역동적으로 바꾸는 방법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외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1. 책 제목이 기억 전달자인데, 주인공은 기억 보유자이다. 기억 보유자가 아닌 기억 전달자가 제목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억 전달자도 늘 같음 상태의 세상이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스템을 만들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 때문에 홀로 나서지 못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새 기억 보유자-을 만나며 세상을 바꿀 방법을 찾았다. 결국 공감력을 갖춘 호민들을..

 

2. 위험 또는 변수 요소를 제거하여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는 작품 현실을 인류의 지향점으로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여러 영화들 중에는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려는 AI가 변수가 많은 인간을 제거하는 이야기들이 많다(터미네이터, I로봇 같은). 그렇다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늘 같은 상태를 싫어하며 선택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속성일까. 그럼 그런 사회는 유지를 위해 어떤 속성이 필요할까.

 

3.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죽음을 가장한 채 탈출한 조너스가, 언덕을 올라 썰매를 타고 만나는 세상은 지나치게 가까운 곳 아닌가. 지구 안에 이런 고립적인 세상이 가능한가?

이야기에서는 기억 전달자가 기억 보유자에게 기억을 주고나면 자신에게 기억은 사라지고, 기억 보유자가 죽거나 부재할 경우, 기억들이 일반 사람들에게 퍼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억은 하나라는 말일 것이다. 이는, 유사한 기억은 있으나 개별 기억은 다 다를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조너스가 사회에서 사라지게 되면 그 기억이 마음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게 될 텐데. 그런 면에서 조너스가 인근 공동체로 이동한 것보다, 이런 기억들을 늘 같음 상태의 공동체에게 전달한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4. 작품 속으로.

(142) “날씨를 통제한 거지. 눈이 내리면 식량들이 잘 자라지 않거든. 그러면 농사 기간이 짧아지지.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에 어떤 날에는 교통이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단다. 그건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지. 우리가 늘 같음 상태에 들어가자 눈은 쓸모없는 게 되었지.”

남자가 덧붙여 말했다.

언덕도 마찬가지란다. 언덕으로는 트럭이나 버스로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나르는 게 불편했지. 언덕에서는 속도가 떨어졌거든. 그래서...”

(166) "모든 게 똑같으니까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제가 옷을 고르고 싶어요!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하고 말이에요."

(168) "안전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요. 사람들이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배우자를 잘못 선택한다면요?

 

(182) 조너스는 혼자 조용히 기억을 시험했다. 나뭇잎의 고유색이라고 알게 된 초록색을 보려고 관목 숲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반짝하는 느낌과 함께 초록색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온정신을 집중하여 그 색깔이 금세 사라지지 않도록 색을 더 진하게 만들려고 애썼다. 그리고는 골치가 아플 때까지 가능한한 오랫동안 그 색깔을 머릿속에 담았다가 사라지게 했다.

조너스는 다시 눈을 돌려 단조롭게 펼쳐진 무채색 하늘에서 파란색을 느꼈다. 그러다가 마침내 순간이나마 따사로움을 느낄 때까지 햇볕을 떠올렸다.

 

(223) 여느 휴일과 마찬가지로 이런 예상치 못한 뜻밖의 휴일은 행복했다. 그러나 오늘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은 행복감을 느꼈다. 늘 하던 대로 언어의 정확성에 대해 생각하던 조너스는 이 행복감이 자기가 느껴 본 적이 있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전혀 새로운 깊이의 느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쨌든 이 느낌은 매일 저녁, 모든 기초 가정에서,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한없는 토론을 거쳐서 분석해 내는 느낌들과는 전혀 같지 않았다.

 

(230) 기억이 없다면 아이들은 결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애셔와 피오나에게 크나큰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두 친구 역시 기억들 없이는 조너스와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또 두 사람에게 기억들을 건넬 수도 없을 것이다. 순간 조너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음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244) 로즈메리는 겨우 다섯 주 동안 받은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었어. 게다가 그 기억들 대부분이 행보간 기억이었지. 하지만 로즈메리를 임무 해제로 몰고 간 끔찍한 기억들도 몇 개 있었단다. 한동안 그 기억들이 마을 전체를 휩싸고 돌았지. 그 끔찍한 느낌들이! 마음 사람들은 이전에 단 한 차례도 그런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단다.

--이해가 안됨. 기억전달자 또는 기억보유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당사자가 죽으면 일반 사람들에게 온다는 것이..

 

(262) “기억을 품는 게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고통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함께 나눌 필요가 있어.”

전 기억 전달자님과 기억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어요.”

조너스가 활기를 찾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내 말이 맞다. 지난 일 년 동안 너와 함께함으로써 나는 이제는 모든 게 변해야 한다고 깨달았지.”

*조너스가 바라보는 풍경들-나무, 하늘-이런 것들이 실재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실재하고 있는데 인지를 못하는 것일까.

*조너스가 기억전달자에 '기억'을 전수받는 방식은 일종의 가상체험인 것 같다. 진짜는 아니고.

 

기억 전달자
국내도서
저자 : 로이스 로리(Lois Lowry) / 장은수역
출판 : 비룡소 200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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