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살인(톰 레빈)

 

고등학생 빅토리아 허시버거(토리)’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케빈을 죽게(자살만든 사이버 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토리는 인정할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페이스북에 캐빈에 대해 장난을 친 정도이며, 자신보다 다른 운동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더 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들다고 모두 다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토리에게 재판을 하루 앞둔 날 자정에,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 희망으로 전화를 했다는 '앤디'와 통화를 하게 된다. 토리는 앤디가 자살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책임이 지워질 것 같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토리는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게 될까

 

이 책의 주제는 선명하다. 
제목 손가락 살인도 그렇고, 스마트폰의 앞면과 뒷면을 담은 표지도 그렇다. 쪽수를 표시하는 방법도. 장 끝에, 케빈에 대한 사이버 폭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페이스북의 화면도 사이버 폭력을 문제 삼고 있다.

'좋아요' 클릭 한 번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글이다.

 

(137) 수많은 사람들이 거지 같은 삶을 살고 있어. 그렇다고 모두 자살을 하진 않아. 그건 다른 사람 잘못이 아니야. 자기 책임이지. 아 그래? 네가 오늘 밤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면 그게 내 탓이라고 할 거니? 그거 알아? 난 지금 내 일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야. 네가 이러는 건 내 문제가 아니잖아. 내 주변에 자기들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차고 넘쳐.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니, 응?

 

자신의 아픔에는 민감하지만, 자신으로 인한, 또는 자신과 연관된 주변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228) "그래, 토리. 네가 한 짓이라곤 다른 애들 앞에서 멋있어 보이려고 유치한 농담이나 찍찍 해 댄 것뿐이야. 이 일이 생기기 전까진 케빈한테 문제가 있었단 사실도 몰랐겠지." (중략)
"하지만 넌 케빈을 도와주지도 않았어. 보고만 있었지. 컴퓨터 화면 너머에 편안하게 앉아 지켜보기만 한 거야. 그러다가 불길 위에 기름을 부었지. 뭘 위해서? 그럼 선배들이 너한테 스마일 이모티콘 같은 걸 날려 줄 테니까? 가끔 복도에서 아는 척도 해 주고?"
내 얼굴, 내 온몸이 앤디의 말 앞에 촛농처럼 녹아내렸다. 저격수처럼 날카롭고 완벽하게 정곡을 찌르는 말 앞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니, 토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려고 하지만 들인 노력의 10분의 1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계 유지도 관계 정리도 직접 대면해야 진심을 전할 수 있다.

 

<생각나는 책들>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트루먼 스쿨의 악플 사건과 엮어 읽을 수 있다.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른 친구에 대한 험담을 이용(허용)하는 것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토리가 주동자는 아니지만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친구를 절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보다는 방관자에 더 가까운 면에서는 방관자의 문제를 제기한 우아한 거짓말도 엮어 읽을 수 있다.

일이 벌어진 후 자기 스스로를 변호하려는 마음에 대한 성찰은 우리는 거짓말쟁이와 엮어 읽을 수 있겠다.

 

손가락 살인
국내도서
저자 : 톰 레빈 / 김배경역
출판 : 르네상스 20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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