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나가키 히데히로)

방학을 며칠 앞두고 2시간 교무실과 복도가 시끌시끌했다. 선생님들의 신발이나 교과서를 빌려 달라는 아이, 학교운영위원실에서 제기차기나 팔씨름, 공기놀이를 하자고 초대하는 아이들로. 이른바 1학년부에서 주관한 '독서맨'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름에서 살짝 느껴지듯 SBS '런닝맨' 학교 버전이었다.

 

1학년부장 선생님의 강력한 독서교육 의지로 진행된 행사인데, 시교육청에서 중학생들에게 추천한 도서 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기후위기인간, 불편한 미술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2권을 읽고 학년부장 선생님이 출제한 퀴즈에 통과하면 모둠 단위로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해결하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격려하며 경쟁적으로 책을 읽고 활동에도 재미 있게 참여했다. 1학기를 돌아보는 글쓰기에서 많은 학생들이 독서맨 활동을 의미 있고 재미 있는 활동으로 꼽았다. 나 역시 차분하게 책 읽는 모습만 강조해 온 편이라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익숙한 옷을 하나 벗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독서 모임에서도 책을 읽어보자고 겸사겸사 읽었다.

인간 삶의 근간을 이루는 작물(, , 감자) 기호 작물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 작물 과거나 현재에도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13가지 식물에 대한 이야기인데 쉽게 읽힌다. 삽화와 중심문장을 따로 드러낸 편집도 읽는 부담을 줄여준다.

 

13가지 식물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 내용이 중복되는 측면도 있어 관심 있는 식물 중심으로 발췌해서 읽기에도 좋다. 그래서 모임 샘들은 요새 한창 논란이 '비문학' 요약하기를 가르쳐도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10 전에 읽었던 "식탁 위의 세계사" 떠오르기도 했다. 감자, 후추, 옥수수, 차가 겹치는데, "식탁 위의 세계사" 세계사에,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식물에 좀더 방점이 있지만 여하튼 재미 있는 책이다.

 

메모할 인상적인 식물 가지만 정리한다.

 

먼저 감자.

남미 안데스산이 주산지인 감자는 식탁에 오르기까지 편견에 상징이라 할만한다. 울퉁불퉁한 생김새가 한센병을 떠오르게 하고, 씨앗이 아닌 씨감자로 번식하며, 유럽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덩굴 뿌리 식물인데다, 독성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후에서도 자라고 다른 음식과도 어우러져 유럽의 대표적인 식량이 되었다.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미국으로의 이주, 이후 미국을 주름잡은 위인들 여럿이 이주한 아일랜드의 후손이라는 , 영국 음식 커리와의 결합, 논쟁이 되기도 했지만 '마리 왕투와네트' 말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식물이다.

 

그리고 토마토.

세계 작물 주식을 제외하면 생산량 1위인 토마토 역시 대항해 시대 남미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작물이다. 감사와 비슷하게 독초라는 오해, 빨간색의 열매로 거부감을 일으켰으나 결국 먹기 살기위한 파스타와 피자의 소스로 활용되면서 이탈리아의 대표음식이 된다. 그런데 토마토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케첩' 중국의 액젓을 뜻하는 어장에서 유래가 됐고 다양한 재료로 케첩이 만들어졌지만, 결정적으로 미국 사람들이 토마토를 케첩의 재료로 활용하면서 지금에 왔다고 한다. 음식이 삶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식물이다.

 

또한 실용적 목적보다 과시욕으로 금과 같은 반열에 '후추', 후추를 찾아 떠난 콜럼버스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강제로 후추라는 이름을 붙인 '고추' 이야기도 재미 있다. 작가가 일본 분인데 우리나라 역사나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책의 여러 부분에서 이야기하는 신선했다.

알뿌리인 알았으나 이파리의 일종으로 봐야하는 '양파', 세계 생산량 1위인 옥수수는 다른 식물이 야생종이 있어 기원을 있는데 반해 야생종이 없고 번식 방법도 특이해 '신이 내린 식물'이라고 불릴만 하다는 , 대표적인 기호품으로 중국, 미국에 영향을 끼친 '', 얼마 우리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이주민의 이야기를 다룬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서 있는 하와이에 여러 민족의 사람들이 모이게 이유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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