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언박싱(이정호)

 

1학기 말 수업평가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궁금한 주제를 물었을 때 ‘기후 위기’와 ‘메타버스’를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나 역시 이 부분이 궁금해 올 2월 ‘메타버스’ 관련 연수를 들으며, 게더타운, 제페토, 이프랜드를 경험해 보았다. 수업에 응용할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프로그램 마다 나름의 한계가 있어 아이디어를 확장하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게더타운'은 노트북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프랜드는 교육청에서 나눠준 태블릿에서 설치할 수 없는 문제로, 제페토는 22명 정도의 한 반 학생이 함께 할 수 없다는 한계 등이 있었다.(그뒤로 사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미처 확인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으로 메타버스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메타버스’ 관련 도서를 먼저 찾았다. 마침 우리 학교 도서실에 “메타버스 언박싱”이 있었다. 부제가 ‘10대를 위한 메타버스 완전 정복’이었는데, 읽어보니 '언박싱'이란 제목과 부제에 걸맞는 내용이었다. 

메타버스는 지금 개념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향하는 세상은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메타버스가 가져올 세상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완전히 다르며 20세기와 21세기의 범용기술이 총체적으로 접목되면서 빠른 속도로 현실화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 혁신학교 평가 때, 평가위원으로부터 코로나 이전과 이후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지 않냐며 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을 물었다. 어려운 문제였는데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코로나와 메타버스, 학교의 연결지점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학교 안이나 밖에서 암기교육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가올, 어쩌면 이와 와 버린 세상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보면 좋겠다.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을 메모했다.

1장. 떴다, 메타버스
(28) 현재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세상, 즉 메타버스의 4가지 영역.
-라이프 로깅 세계: 페이스북, 틱톡 같은 자신의 삶을 저장, 기록, 공유
-증강 현실 세계: 현실+3차원 이미지 덧붙임. 포켓몬 게임
-거울 세계: 구글의 스트리뷰. 세상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제공
-가상 현실 세계: 현실과 차단된 환경에서 또 다른 현실을 만남. 

(34) 위의 메타버스는 다음 4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픈 월드: 사용자가 자유롭게 탐험하고 바꿔 갈 수 있는 시스템.
-샌드 박스: 사용자에게 또 다른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아이템 제작 권한을 줌.
-창작자 경제: 시스템을 활용한 생산한 컨텐츠를 다른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수익이 발생함.
-아바타: 사용자를 대신하는 ‘나’. 본캐, 부캐 형성.

(45) 메타버스 세상은 디지털에 기반한 가상 세계로 오픈 월드와 샌드 박스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창조한 콘텐츠로 운영되는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4차산업혁명 기술이 함께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2장. 메타버스가 대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
(68) 질 들뢰즈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운동’이며 그 안에 ‘힘이 있다’고 한다. 즉, 플라톤의 말처럼 무언가를 본뜻 그림자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게끔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미지를 재구성해 많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크리에이터들의 수입, 영향력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시대에는 이미지의 힘이 더 커지고 크리에이터들의 힘과 지위도 높아질 것이다. 실험을 통해 이미지를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3장. 실감의 역사
-VR(가상현실): 또 다른 세상의 문이 열렸다. 실감나는 게 중요하며 페이스북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하면서 뜨거워짐.
-AR(증강현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현실 위로 가상을 덧붙여 보여 주며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함.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혼자 하지 말고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가상현실을 구현. 둘의 개념은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았음. 혼합현실은 증강현실을 공유한 혼합된 현실로 미군에서 홀로렌즈를 활용해 전장의 정보와 표적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예정. 확장현실은 현재도 생중계 가능한 세상.

4장. 메타버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모든 것
-더 질 좋은 체험을 위해 ‘스탠드 얼론 VR HMD’의 발전이 필수적임.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기기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더욱 실감나고 편리해져야 함.(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가상현실용 장갑, 사이버슈즈 같은 것.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구현된 것들)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즉각적으로 메타버스 세계가 반응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욱 필요함.

5장. 메타버스 학교로 등교하라
(160)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과거의 것으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음. 등수를 매기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음. 또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속도로 주입하고 있음. 그 과정에서 사회에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학력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의 성인으로 자랄 수 있음. 또한 수업을 통해 미래를 헤쳐 갈 수 있는 태도나 습관 같은 ‘역량’을 길러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적이지 않음. 이때 갖춰야 할 역량으로 6C. 풀어 쓰면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을 바탕으로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융합 역량(Convergence), 인성(Character)을 갖추야 함.

(176) 청소년은 만들어져 가는 시기입니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인지, 그리고 진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 가야 하는 나이죠. 그런데 라이프로깅 세계 안에는 자신만의 잣대로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거짓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무자비한 알고리즘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편협해지는 유독한 환경에서, 20억 명에 달하는 사람의 시선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것을 바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디지털에 익숙해질수록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는 '좋아요' 등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이를 강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특정 관점에 몰입하거나 관심 받길 원하며 중독, 우울증, 불안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의 장단점은 적절한 규제를 전제로 했을 때 더 건강하게 활성화될 것이다.

(193) 실감 나는 가상의 세계를 완성하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메타버스를 또 다른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여러분 앞에 무한대의 자유, 경제적 기회,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 등등 또 다른 삶의 터전으로 삼아도 좋을 신대륙이 우주만큼 넓게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할 계획인가?

긍정적인 마무리다. 결국은 가게될 세상이겠지만, 학교니까 긍정과 부정을 다 경험해 가며 메타버스 세상을 비판적으로 활용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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