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구가 떠올랐다. 드라마 속 김탁구 말이다. 장세풍을 보면서. 물론 세풍이는 재벌가의 숨겨진 사생아도 아니고, 가난을 이겨내고 회사를 물려받는 ‘어메이징’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탁구가 가진 건강성, 긍정성은 장세풍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생계를 홀로 지고 가는 어머니에, 지체 장애를 가진 누나와 형! 이 속에서 세풍은 방황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의 강호와 닮은 듯 하지만 다른 삶을 살아간다. 강호는 김세윤 선생님과 ‘파랑치타’ 멤버들, 그리고 도윤의 믿음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만, 세풍은 엄마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학교를 뛰쳐 나온다. 도윤과 같은 캐릭터인 마성준이라는 아이도 나오지만 자기 어깨 위에 놓인 짐을 이기지 못해 불행한 선택을 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책 속에서 어느 순간 ..
재미있다.이야기 초반부터 주인공 수선이 가족에 대한 반전이 있고,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있어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읽는이의 관심을 꾸준히 이끌어 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힘들고 어렵더라도 긍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꿈을 향해 뛰어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주된 사건이 지나치게 '픽션'이며,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개입이 지나치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학교의 모습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제공해 준다. 먼저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학교와 교사가 불편하게 등장한다. (26) 아무튼 그는 다른 선생들처럼 석차에 연연하는 좀생이는 아니었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자신이 삼십칠 년을 살아오며 깨달은 진실을 학생들에게 용기 있게 얘기해 주는 유일한 산 지식인이..
우리 지역에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고 나서 학교 모습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표출되고 있다. 그 시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가르칠 수 있는 제반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는 상태에서 ‘학생 인권 조례’ 같은 건 시기상조이며 지금도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려주다 중요한 시기에 놓치는 것이 많다는 입장과 그렇게 인격적으로 무시하면서까지 가르쳐야할 내용이 뭐가 있느냐 결국 수동적인 아이를 기르자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가 거세지는 이유는 진보 교육감의 당선과 함께 앞선 ‘바람’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다'는 아이에게 추천했다. 학교를 정리하고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에 다니면서 어떻게 생활해 나갈지 정리해보라..
작가 이름에 끌려 만난 . '어쩌자고' 라는 낱말이 갖는 안타까움을 책을 읽으며 여러 번 확인한다. 순지, 정애, 은영.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 벌로 온 서울 생활은 열일곱 소년들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힘들다. 그래도 아이들의 말처럼 '인생 한 번 제대로 살고 싶어' 낮에는 봉제 공장의 시다로, 밤에는 야간 고등학교 학생으로 열심히 생활한다. 그러나 열여덟을 며칠 앞두고 무허가 공장의 무허가 기숙사에서 전기누전으로 발생한 화재로 정애와 은영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순지는 충격과 함께 친구들을 봉제 공장으로 불렀다는 자책감에 빠져 말을 잃는다. 객지에서의 생활을 하나씩 풀어내면 순지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목소리를 찾는다. 이 소설의 ‘어쩌자고’는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드..
공부 못하고, 자격증도 없어 취업은 물론 실습조차 나가지 못해 지긋지긋한 시험을 치러야하는 아이들. 집안의 눈치 때문에 밖으로 돌고, 시간을 때우려 해도 돈이 없어 피씨방을 전전하다 밥 먹으로 학교에 오는 꼴찌들이 (횡성으로) 떴다. 그러나 우연은 필연의 또 다른 모습. 어디로 봐도 비주류인, 그러니까 못 배웠고 돈 없고 능력 없고 끈기 없고 게다가 자기 인생마저도 뜻하는 대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주인공들이 실습을 계기로 주체적인 자아로 떴다. 이경화의 "나의 그녀"처럼 복잡한 내면을 그리지도 않는다. 뭘 좋아하는지 찾기엔 실업계에 고3이란 상황에서 너무 멀리 왔다. "열네 살의 인턴십"처럼 좋아하는 일에 온몸을 바칠 수도 없다. 집에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 90만원 받는 월급을 60만원이라 속이는 삔질함..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감상하며 읽기'의 시작은 '공감하는 것'부터라 말한 적이 있다. 하연이의 선택과 결정,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묵직해지고 눈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무엇에 공감했는지 지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10대에게도 성적 호기심과 욕구가 있다. 그건 나 역시 경험했던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생명과 책임 등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에 이성적으로 통제하려했던 욕구이다. 하지만 이 책은 10대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고, 그 결과 갖게된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많은 부분을 풀어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묻기 마련이다. 하연이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나.사랑을 뭐라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연이와 채강이는 ..
자전거를 넘어 걷기가 유행이다. 속도에 대한 반발이다. 빛의 속도만큼 빠른 속도록 달려 왔으나 세상은 더 어둡고 절망적이라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서서히 걸으며 골몰하기 시작했다.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속도를 거스르는 이야기가 많다.아빠와 함께 함메르페스트를 향해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의 과거를 받아들이게 된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도 있고, 수배자가 된 친구의 형을 돕기 위해 떠난 여행에 여러 사람이 동행함으로써 여행 아닌 모험으로 성숙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도 있고, 오랜 가정 폭력의 결과 잔인한 가해자가 된 아이가 자신의 마음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의 마음까지 풀어주게 되는 "스프릿 베어"도 그렇다. 이들 책에 비하면 는 밋밋하게 걷는 이야기이다. 절도와 폭행의 가해자로, 사막의 도시를 벗어..
표지 그림이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코끼리 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지만 표정은 밝은 유쾌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 홀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회와 경제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거대한 역사의 상황을 중학생의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막상 펴기 시작하면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입담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큰 줄거리는 시국 사범으로 공안 당국의 수배 중인 친구 형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 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럽게 떠나는 여행 구조다. 거기에 여행의 시작이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선택한 일이 아닌 갑자기 집을 나간 아버지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