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대모험(이진)


1989년

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시절!

이 책의 주인공도 중학교 3학년으로 1989년을 보낸다. 
롯데월드를 연상시키는 원더랜드를 중심으로 자본주의 개발의 허상을 깨달아 가는 주인공과 궤를 조금 달리하여, 내게 1989년은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고 '참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시절이었다.(1989년 실제로 롯데월드가 개장했었다)

군사독재시절을 거쳐 서서히 민주화의 물결이 태동하던 1980년대 말엽은 그렇게 격동의 시기였던 것 같다. 요즘 노전 두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완납한다고 선언하기까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시대는 오히려 20년이 지난 지금이 더 후퇴하는 것 같다.
반칙을 일삼던 육군소령의 아들이 승협이에게 시합에서 질 것 같으니 내뱉은 '빨갱이'는 다시 '종북주의'로 환원되어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고, 잘나가던 부반장이 더 부자인 동네에 갔다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은 빈부격차의 심화와 중산층의 붕괴 등으로 더욱 세밀화되고 고착화되었다.

그래서 주인공의 원대랜드 모험기는 어찌 보면 우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 현실을, 미래를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투쟁을 외치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균열도 결국 독재자의 아내가 세금 도피처로 마련한 심장재단에서 아픈 동생 수술비를 80% 대기로 결정한 순간 시작된다. 어머니는 이제 투쟁할 목표를 상실하고, 더욱 물질과 삶에 더 충실한 인간이 되어 간다. 승협은 원더랜드에 환멸을 느끼지만 결국 부반장이나 백돼지가 가진 풍요로운 물질의 행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현대인들이 그런 거처럼.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1989년에 투영된 2013년의 모습이랄까?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우리에게 희망은 뭘까? 2012년 산산히 깨져 버린 걸까?
승협의 엄마처럼 나에게 이익을 주는 대상이면 무조건 관세음보살이 되는 세상 속에서  나도 서서히 40대를 넘겨가고 있는 것 같다.



원더랜드 대모험

저자
이진 지음
출판사
비룡소 | 2012-11-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원더랜드를 꿈꾸는 벌집촌 소년의 대모험!10대를 위한 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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