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3(조정래)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13. 9. 6.
재미있는 책은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야금야금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일은 제쳐주고 이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 며칠사이 책을 다 읽고나서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9월7일자 시사in에 "정글만리"와 조정래 선생님 인터뷰가 실렸다. 90권이 넘는 책을 읽고 5번이 넘게 취재하시는 등 5년동안 엄청난 준비를 하셨다. 그런데 캐릭터도 그려보고, 책속 묘사를 이미지화 할 겨를도 없이 이 책을 며칠 사이에 다 읽어버렸으니 참.
그래서 흡인력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약간 작위적이라는 생각이들만큼 인물의 대화가 많았다.
중국 주재 상사원들의 대화, 주재원과 중국관리의 대화, 중국인들 사이의 대화, 우리나라 관광객의 대화, 우리나라 주재원과 외국 주재원, 특히 일본, 프랑스 주재원의 대화들이 엄청났다. 대화는 중국에 대한 여러 시각을 사실적으로 알려준다는 느낌 그대로 실감을 더한다. 어찌보면 그들이 다 작가 조정래 선생님의 현실과 미래 인식을 알려주는 객관적 자료가 될 것이다.
소설에 따르면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중국은 가장 큰 교육의 대상국이 될 것이다. 아마 곧 미국을 제치고 G1이 될 것이다. 즉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가장 많이 엮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 중국인들의 말처럼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얻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완전히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처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민이 될 듯도 싶다.
결국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갈 것인가, 그렇게 하려면 중국을 알아야하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지가 문젠데, 작가는 전대광, 김현곤 같은 상사원을 통해, 그리고 강정규나 송재형 같은 젊은이들의 입과 태도를 통해 강하게 말하고 있다.
일단 중국은 ‘역설’의 나라다.
‘만만디’와 ‘콰이콰이’가 공존하고, ‘공산당 주도의 사회주의’와 ‘중국식 자본주의’가 공존하며, 관리의 부정부패를 용인한다거나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원칙" 등 이런 역설적인 표현들이 중국을 말해주고 있다.
역설이란 한두 가지 논리로 정리할 수 없을 때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중국처럼 땅덩어리도, 사람도, 말도, 문화도 다른 세상 속에선 논리적 모순으로밖에 진리에 다가갈 수 없을 않을까 싶다. 한 마디로 중국에 대한 이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밖에는 없겠다. 이미 서양화되었건 그렇지 않건 같에 우리 시각으로 중국을 볼 필요는 없겠다. 그것이 다른 나라 주재원과 우리나라 주재원 사이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알듯말듯한 나라와 우리는 역사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오랫동안 조공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발전하고 있었으며, 일본에게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 작가는 이 부분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제국주의의 속성을 버리지 못하는 일본에 대한 공동 대응을 말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은 마치 세 쌍둥이처럼 생김새부터 서양에 대한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그나마 중국은 민족적인 자존심이 있고, 그 자체로서 엄청난 시장이기에 외부의 시선을 내부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도 중국 내부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고.
중국은 블랙홀과 같은 곳이다. 생산이 됐든 소비가 됐든, 엄청난 사람 덕분에 시장 자체가 엄청나다. 인해전술, 박리다매라는 말은 상식을 초월했을 때 그 충격이 느껴지는 단어다. 그리고 중국 역대 역사상 공산당이 이룩한 많은 업적들 덕분에 중국은 상당기간 공산당 중심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알듯말듯한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다. 서양화된 기준으로 중국을 우리 맘대로 재단하는 것보다, 중국에 대한 관심 및 그들을 존중해주는 태도만이 살길이라는 말은 중국이라는 정글, 엄청난 크기라는 정글만리에서 우리가 살아갈 방도가 아닐까.
구수한 입담이 담겨진 이야기책이라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장편 보고서란 느낌이 든다. 작가의 전작 “허수아비춤”에서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나라는 우리 식대로, 중국은 중국식대로 그런게 작가의 의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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