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 작가 모리 에토의 초기작이다. 수채화처럼 풋풋한 글맛과 아이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응시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은 역시 모리 에토 답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책의 장점은 편집이 성글고 정갈해서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또 그림이 무척 예쁘다는 것이다. 내용도 너무 무겁지 않아 단 두 시간 만에 흠뻑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중학생 사유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사촌 오빠 신지도, 친엄마 아빠처럼 따랐던 큰아버지, 큰어머니도, 학급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데쓰로도 원하지 않지만 변해간다. 변해가는 그들 사이에서 사유키도 조금씩 성장하며 아직 펼쳐지지 않는 미래를 꿈꾼다. 사유키를 보면 가벼운 성장통 속에서 매일 한 뼘씩 자라는 우리 아이들을 보는..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까만기와’는 ‘빨간기와’의 후속편이며, 까만기와 빨간기와는 고등부와 중등부를 의미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겹치고 경험의 공유를 전제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까만기와에서 만나는 주인공 ‘임빙’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문제는 ‘빨간기와’에 대해 범위나 깊이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보게 된다.(‘빨간기와’를 읽을 때에는 다른 성장소설에 비춰 빨간기와만의 특징을 살펴보며 느끼면 됐는데, 까만기와가 읽을 때에는 다른 성장소설과의 차이점 외에, 전편 빨간기와와의 차이점까지 살피게 되는, 아니 눈치보게 된다. 하지만 이 공간은 까만기와를 위한 공간이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빨간기와는 잠시 잊고 싶다.) 이 차이가 까만기와를 덮고 나서 내마음을 서글프게 한 것 ..
"지나치게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아홉살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이다" "아홉은 동양에서는 의미있는 숫자이다. 십진법에서 전체, 완성을 의미하는 열에서 하나 모자라는 수! 그래서 완성을 향하고 있는 수이다." 나는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일종의 질투심과 좌절감을 함께 맛본다. 왜 나에겐 재미있게(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고향도, 사람들도, 사건도, 전설도 없는 것인지. 입담과 말재주가 없는 나에게 평생 이런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쓸 일은 없을 듯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충분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작가는 아홉살이란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위의 두 말은 작가의 그런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홉'이라는 숫자보다 여민이에게 주어진 '상황, 조건'..
1. 그땐 그랬었지!! 내 머릿속에 '원형'으로 남아있는 어린시절 학교생활에 대한 기억과 거의 일치해서인가. '빨간 기와'를 읽고나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한다면 '그때 그랬었지'라는 감탄사에 술이 금방 취할 법도 하다. 다만 내 어린시절을 관통했던 '군부독재'라는 시대와 주인공의 삶을 관통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물의 색깔이 좀 달랐다는 차이점만 느껴질 뿐. 그래서인지 나이와 주인공이 다르며, 운하를 배경으로 하는 그들의 삶과 땅을 배경으로하는 우리와 차이가 있지만 친구들과 '끼리끼리' 친해지고, 그들과 '일'을 치르고 작당모의를 하며, 어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으며, 괜시리 외로워지거나, 나만 왜 이런 곳에서 이런 부모 밑에 태어났을까라는 원망의 아픔도 같은 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비단 서..
차라리 한 편의 서정시다. 주인공 안나 로사의 이야기는 마치 자신이 쓴 시처럼 아름답게 이 소설의 한 장 한 장을 채워 나간다. 꿈꾸는 소녀 안나 로사의 이야기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느낌만큼이나 알싸한 슬픔과 감동을 잔잔하게 전해 준다. 가난한 아빠와 자애로운 엄마, 그리고 믿음직한 구아리오 오빠, 첫사랑 엔젤, 이야기와 춤을 좋아하는 소수와 마을 사람들 속에서 '안나 로사'는 그리그리나무 위로 보이는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초록빛 바다와 시를 사랑하는 열세 살 소녀로 성장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재개발의 횡포 앞에 사랑하는 오빠를 잃지만 그 아픔을 극복하는 안나 로사에게 가슴으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몰래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풀어가는 안나..
이 책의 '화두'는 "중학생"이다. 특히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를 갓 졸업해 중학교에 첫발을 디디는 햇병아리 중학교 1학년도 아니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진로 선택을 결정해야 하는 중학교 3학년도 아닌, 관심의 사각지대 놓여있으면서도 뭔가 위태위태하고 골치 아픈 그런 아이들……. '충동', '에너지', '뭔가 터져나올 것 같은 폭발 직전의 불안함' 이 불안한 경계에서 길 위의 악마가 돼 버린 다카얀이, 쿨한 척 노력하는 우등생 다모츠가, 착하지만 감정절제가 힘든 츠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는 에이지가 존재한다. 짧지만 그 빛나던 시절을 살았던 아이들에게 우리 ‘교사들’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겉도는 도야 선생님이나 요시다 선생님에 가깝지..
이 책은 남자애의 일기이다. 여학생의 성장을 기록한 일기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남학생의 사사로운 글을 찾아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몽정기’를 겪어 낸 ‘반어른’ 쯤의 글들은 기성 작가들의 자전적 회고 성장소설에서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2학년 에 이르는 시기의 남자 아이의 심리와 생각을 알려주는 책은 흔치 않다. 그런 면에서 의의와 재미가 있는 책이다. 에이드리언 몰은 걱정이 많은 소년이다. 물론 존재의 문제 같은 철학적 고민도 많지만, 얼굴에 돋은 여드름 때문에도 걱정이 많다. 또 부모님의 불화도 에이드리언의 마음을 짓누르는 고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안거리는 있다. 여..
이 책과 를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장소설들이 작가의 삶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그렇고, 소설의 내용도 연결되는 점(선우나 훈필이가 나이 또래에 비해 웃자라 있다거나 그래서 똑같이 외로움을 느낀다거나, 주변 사람들의 문제 따위)이 많다. 에서 눈에 띄는 상황은 ‘염소를 통한’ 사랑과 희망, 좌절과 성공을 위한 가출, 가출이 실패하며 훌쩍 큰 정신적인 성장에 있다. 이때 염소는 훈필이의 꿈 자체(푸른 목장, 가축을 키우는 연습)일 수도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농고를 진학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희망은 봄바람처럼 갑자기 일렁이는 기운일 수도 있어 항상 좌절을 안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봄바람처럼 매번 돌아오고 우리는 좀더 구체적인 희망과 이상을 꿈꾸며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
5월. 글 한 줄이나 읽을 여유가 이젠 생겨서일까? 아니면 최근에 선정한 도서목록이 적절하지 못해서일까? 지난주 모임이 끝나고 모처럼 배송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책을 샀다. 학기중에 그것도 읽고는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 읽지 못했던 책들을. 책을 사면 왜 이렇게 마음이 든든할까?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욕심, 다 먹지도 못하면서 술욕심, 그것이 나에겐 참 많다. 이번에 구입한 책들은 요새 나의 관심사인 '성장'과 '생태'다. 성장은 내가 맡은 주제이고, 생태는 빈약한 도서목록 때문인데 '성장' 도서로는 '19세'를 구입하고, '생태' 도서로는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와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골랐다. 그리고 지금 '19세'를 다 읽은 후 '솔로몬의 반지'를 아주 힘겹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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