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세상을 만나다(시게마츠 기요시)

 

이 책의 '화두'는 "중학생"이다. 특히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를 갓 졸업해 중학교에 첫발을 디디는 햇병아리 중학교 1학년도 아니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진로 선택을 결정해야 하는 중학교 3학년도 아닌, 관심의 사각지대 놓여있으면서도 뭔가 위태위태하고 골치 아픈 그런 아이들…….

'충동', '에너지', '뭔가 터져나올 것 같은 폭발 직전의 불안함'
이 불안한 경계에서 길 위의 악마가 돼 버린 다카얀이, 쿨한 척 노력하는 우등생 다모츠가, 착하지만 감정절제가 힘든 츠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는 에이지가 존재한다.
짧지만 그 빛나던 시절을 살았던 아이들에게 우리 ‘교사들’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겉도는 도야 선생님이나 요시다 선생님에 가깝지는 않은지……. 아이들을 '믿는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혼자만 상처받는 그런, 슬픈, 교사의 자화상…….

이 책 속에는 지금 일본의 교육현실이 거울처럼 펼쳐진다.
위태롭고, 심각하게 보이는 그네들의 현실이 우울하게도 우리의 교육현실과 너무도 흡사하게 닮아있다. 우리 아이들 중에서도 위태위태한 경계에서 자신의 충동을 절제하지 못하고 길위의 악마가 돼버린 다카얀들이 있다. 아니 모두가 다카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이지가 다카얀처럼 되지 못했던 이유가 따뜻한 가정, 특히 삶과 일에 열정적인 아버지(공립학교 실업계 교사다), 어머니, 그리고 포기 직전까지 갔던 농구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듯,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위태위태하지만, 아름답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장점 중 또 한 가지는 서술기법이다. 매우 비일상적인 사건을 일상적이게, 평범하면서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 본(에이지의 눈으로 보는), 가까이 있되 거리를 두는 서술기법은 복잡한 아이들의 심리 세계를 매우 섬세하게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정작 중학교 2학년들이 읽기에는 다소 무리일 수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1. 인상 깊은 구절

(61) 오스굿슈래터병은 중학생에게, 게다가 왜 그런진 몰라도 남학생에 많은 병이다. 의사선생님은 “간단히 말해서 몸은 자라는데 무릎뼈가 거기에 따라가질 못해서 그렇다”라고밖에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집에 있는 가정의학서에는 좀더 자세히 적혀 있었다. 중학생 시기의 정강이뼈는 아직 성인의 뼈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부러지기 쉽고 연약하다. 격한 운동을 하면 무릎을 펴는 대퇴사두근 힘줄이 정강이뼈를 세게 잡아당겨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정강이뼈가 완전히 성숙되면 통증은 사라진다. 최종적으로 성장이 끝나는 시기, 그러니까 다 자라면 그때 통증이 사라지는 거란다. 

 

(98)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는 이런 따돌림과 일반적인 집단 따돌림 사이에는 겉으로 드러나는지 아닌지의 여부 외에도 확실한 차이가 있다. 폭력이나 돈에 얽힌 따돌림은 폭행이나 상해, 공갈 같은 범죄에 속하지만 일본 법률에 ‘무시죄’라는 죄목은 없다. 언어폭력에 대해 “두 번 다시 그런 말은 하지 마라”라고 훈계하는 선생님도, 이렇게 완전히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따돌림에 대해 “그 사람을 무시하지 마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랑 말을 하든 하지 않든 그건 엄연히 개인의 자유니까.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건 따돌림의 ‘지존’이다. .. 정말 대단하다 그런 따돌림의 창시자를 존경한다, 정말로. 하지만 난 절대로 그 자식을 좋아할 수 없다.

 

(154) ‘좋은 아침 운동’이라는 호칭이 붙어 있었다. “수업 끝나고도 똑같이 할 거래.” 아버지가 학부모회의 학년 대표를 맡고 있는 무라다 아리사가 말했다. 방과 후는 ‘안녕히 운동’이란다. 주말에 열린 임시임원회에서 결정한 모양이다. 발안자는 교장선생님이었고, 만장일치로 통과. ...선생님들은 모를까? 어른들이 빤히 쳐다보거나 불쑥 말을 걸거나 했을 때 우리들이 얼마나 긴장하는지. 선생님들은 모두 매일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시선을 받고 있으니까 그런 게 전혀 신경 쓰지이 않는 걸까?...“‘교류’든 ‘커뮤티케이션’이든지 간에 그런 게 일방적으로 되는 거냐고?” 내가 말하자, 다모츠는 “자기만족으로 된 거 아니냐?”며 차갑게 웃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랑 똑같지. 등이나 머리를 어루만져 주면서 그게 ‘교류’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면으로 마주 보고 고양이와 서로 껴안는 사람은 난 여태까지 본 적이 없어.”

 

(327)  나는 늘 생각한다. ‘감정 폭발’이라는 말, 어른들이 생각하고 있는 의미는 다르지 않나? 참을성이라든가 인내라든가 자제라든가 그런 것이 한순간에 끊어져 나가는 게 아니다. 나와 상대를 잇고 있는 끈이 거추장스러워서 잘라버리는 게 바로 감정 폭발 아닐까? .. 끊어버리고 싶다. 폭발하고 싶다. 나중에 다시 연결해도 좋으니까 지금은, 내게 연결되어 있는 것 전부를 짤라내어 버리고 싶다. 나는 ‘중학생’이고, 엄마 아빠의 ‘아들’이고, 누나의 ‘동생’이고, 오카노 와 츠카와 다모츠의 ‘친구’이고, 메구미의 ‘남자친구’이고, 아이자와 시호에겐 ‘비겁한 놈’이고, 다카얀의 ‘동급생’이고, 농구부 3학년들의 ‘후배’이고, 1학년들의 ‘선배’이고, ‘열네 살’이고, ‘남자’이고, ‘나’이고……. 어디부터 잘라버릴까? 어디를 잘라내어 버릴 수 있을까?

 

2. 상황
-부모님은 나를 어린아이 취급한다 (구속하려 한다)
-선생님이 무능력해 보이고 존경스럽지 않다.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친구들을 때리면서 장난칠 대가 많고, 때리면 기분이 시원하다.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거짓말을 자주 한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해 괴롭다.
-남들에 비해 고민이 많다.
-미래가 불확실해서 두렵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한 가지 것에 빠지면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 가끔씩 생기는 충동(폭력 등)을 억제하기 힘들다.
** 가슴 속에 나도 알지 못하는 분노감이 있다.

3. 수준
- 중학교 3학년부터

 

4. 고민.

(1) "십대들의 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디고 아이들” 또 “소년, 세상을 만나다”는 기존 성인들의 시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책들이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특성과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공통적인 특성을 만들어 규정하려는 시도는 문제가 있으며, 그런데도 집단적인 특성을 규정하는 것은 성인들의 억압 욕구, 해석상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성인들이 비판하려고 하는 ‘요새 아이들’의 문화라는 것도 사실 성인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 아이들에 대한 성급한 규정과 함께 성인들의 행동변화를 지적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성인들의, 교사들의 억압 욕구나 지도상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규정하여 평가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2. 에이지가 길 위에 악마가 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얽혀있지만) 친구, 부모님, 끓어오는 열정에 대한 몰입에 있는 것 같다. 다시 집단적으로 아이들을 해석하는 것 같지만 우리 아이들을 보면, 무엇인가 하나에 빠져 끓어오르는 열정을 다 쏟아내 버릴 ‘몰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똑같은 상황에 처한 ‘동지의식’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몰입과 동지의식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소년, 세상을 만나다
국내도서
저자 : 시게마츠 기요시 / 오유리역
출판 : 양철북 2004.08.05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