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이순원)

 

5월. 

글 한 줄이나 읽을 여유가 이젠 생겨서일까? 아니면 최근에 선정한 도서목록이 적절하지 못해서일까? 지난주 모임이 끝나고 모처럼 배송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책을 샀다. 학기중에 그것도 읽고는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 읽지 못했던 책들을. 책을 사면 왜 이렇게 마음이 든든할까?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욕심, 다 먹지도 못하면서 술욕심, 그것이 나에겐 참 많다.

이번에 구입한 책들은 요새 나의 관심사인 '성장'과 '생태'다. 성장은 내가 맡은 주제이고, 생태는 빈약한 도서목록 때문인데 '성장' 도서로는 '19세'를 구입하고, '생태' 도서로는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와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골랐다. 그리고 지금 '19세'를 다 읽은 후 '솔로몬의 반지'를 아주 힘겹게 읽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책을 구입한 후 3일 내에 다 읽지 못하면 책 속에 빠진 것이 아니라고. 정말 그 말처럼 이순원의 13세부터 19세의 이야기를 내 추억처럼 떠올릴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이 첫 장부터 마음에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열세 살이 되기 전에 이미 앞으로 자신이 알아야 할 어른들 세계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그 나이로 성장이 멈추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삶에 대해 이제 더 알 것이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상 어느 구석에나 그런 조숙한 천재들과 그 천재들이 조숙하게 만드는 환경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고 시작한 첫 구절은, 나를 한동안 머리 아프게 했던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잘 지적해 준 말이다. 성장소설을 읽을 때마다 특별하게 살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또 속아지 없이 살아온 것만 같은 시절을 얼마나 탓했던가. 나에게도 구체화하거나 수준있는 과정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아픔이 있었고, 성장의 고비가 있었으며 그것을 넘어 성인이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어른'이라는 말이 '얼우다(부부관계를 맺다, 성관계를 맺다)'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결혼을 했다거나 그에 상응하는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결혼이 개인과의 만남보다는 사회구성원과의 만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보통 성인식이라는 통과의례를 통해 확인되는 것이지만)이 되었다는 의미가 될 것 같다.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 또 어떤 모습이 어른인가?

이정수. 강원도 영동 지방에 살고 있던 주인공은 '성인'을 대관령을 넘어가는 사람이며, 그들 중에서도 돈을 벌러 넘어가는 사람이라 보았다. 그리고 그런 성인이 되기 위해 특별한 노력(흔히들 일탈행위라고 하는 것. 상고로 진학했다거나 책과 교복을 불질러 학교를 그만두도록 한 일)을 거쳐 대규모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는다. 운좋게 거둔 엄청난 부로 그의 성인노릇은 최고조(술을 먹고, 다방에서 차를 시켜 먹으며,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가는)에 이르렀으나, 경험한 어른세계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모든 일에는 결국 때가 있음을 깨닫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19살'은 통념(법적으로, 나이로, 사회적 이해로)에서 보면 청소년기의 최정점이며 한 걸음만 내딛으면 성인이 될 수 있는 시기이다. 정수의 어른되기는 어른이 되고 나서 후회와 함께 다시 어른되기 전을 기대하며 청소년기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나이인 것이다.

성장소설을 읽어보거나 나, 그리고 친구들의 성장과정을 들어보면 참으로 다양하며 몸부림의 정도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두들 여기에 와 있고 나름의 무게를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 공부 외에도 수 만 가지 있듯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도 수만가지가 있는 듯 싶다.
다만 나와 같은 사람들(교사, 성인들)은 자신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무게를 느껴 헤매고 있거나, 함께 공동체 안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먼저 산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적절하게 제시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기
1. 왜 어른이 되고 싶은가?
2. 작가는 왜 제목을 '19세'로 지었을까?
3. 학교는 현재화된 '통과의례' 기관인가?

 

19세
국내도서
저자 : 이순원
출판 : 세계사 199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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