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놀이는 교사들에게는 ‘진진가(진짜 진짜 가짜)’로 잘 알려진 자기소개 놀이이다. 새 학년이나 새 학기, 첫 시간에 자신에 대한 진술 중 한 가지 거짓을 만들어 그것을 설명하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놀이인데, 어느 하나가 거짓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계기가 되므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에 들어가게 되고 서로의 벽을 조금은 낮출 수 있다.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소설 자체가 소설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과 거짓을 가리는 과정에서 추측하게 되는 ‘비밀’,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을 통해 사실과 거짓 너머의 또는 그 속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이 소설이며, 진실에 다가갔을 때 더 서로 연결되는 더 큰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학교 도서실 신간 코너에서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책을 추천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작가님이 쓴 소설(페인트, 나나, 챌린지 블루,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테스터, 소금 아이)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앞뒤 표지가 에덴동산 같은 원시 자연을 나타내고 있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해 바로 대출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책을 읽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다.이야기는 ‘풍요의 땅’, ‘죽음의 숲’, ‘신의 나라’ 세 부로 이루어졌다. 이야기의 특성상 ‘풍요의 땅’에서는 역설적으로 위태로움을 걱정하기 마련이고 ‘죽음의 숲’은 인물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면서 주인공이 빌드업하는 공간이며, 그렇게 해서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서사의 마무리가 ‘신의 나라’에서 그려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야기의 구조는 예상에서 벗..
제목을 보고 비슷한 책이 떠올라 이 블로그에서 '열다섯'을 검색해 보았다. *열다섯 비밀의 방(장미, 조규미, 김한아, 심은경) https://danpung.tistory.com/586*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노경실) https://danpung.tistory.com/538 이렇게 두 권이 검색되었다. “열다섯 비밀의 방”은 학폭(방관자), 히키코모리, 동성애, 주체성을 각각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고, “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은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로 우울증에 빠진 주인공이 가족,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우울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보니 열다섯은 ‘친구와의 관계’가 큰 화두다. 이 책 “열다섯, 비밀의 온도”도 좋은 친구와의 관계 맺음으로 더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작년 12.3 불법 계엄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1980년 5.18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경험 덕분이었다. 매년 5.18을 맞이하면서 5.18 정신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국어과로서 책을 통해 5.18을 만나고 현재화하는 것 역시 계속 고민한다. 자료를 찾던 중 올해 5월 14일에 발간된 5.18 엔솔러지 “다시 피는 오월”를 만났다. 이 책은 고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이 광주에서 겪은 5월 17일까지의 상황(정명섭, ‘5월 17일’),광주 인근 농촌 지역 초등학생이 겪은 5월 20일까지의 상황(임지형, ‘양치기 소년’),광주 여고생이 겪은 5월 18일(일)~5월 22일(화)까지의 상황(유이영, ‘봄날, 송곳을 쥐다’)12.3 계엄을 겪은 현재 중학생의 상황(김민성, ‘투사의 탄생’..
이 책을 읽을 때가 세월호 추모 기간이었다. 이야기 속 참사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버스가 침수되고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작가가 충북 출신인 점을 고려하며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추모제 준비단 활동, 하수구 너머 왝왝이가 살고 있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를 담은 이미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참사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생각해 보게 한다. 먼저 생존자에 대한 태도. 이 소설의 1인칭 서술자 ‘연서’는 참사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참사 생존자인 연서에 대해, 자기들의 기준에서 배려(이해) 여부를 판단하며 불편하게 한다. 희생자의 가족 중에는 그래도 살아남지 않았냐며 잘 살아야 한다고 부담을 주기도 한다.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오디오북 추천으로 먼저 들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종이책을 찾았다. 앞표지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읽으며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내 블로그에서 작가명을 검색해 보니 최근에 읽었던 “너만 모르는 진실”의 작가님이었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2020년 발간, “너만 모르는 진실”은 2022년 작품. 두 작품 사이의 차이를 떠올리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판타지 소설이다. ‘평행우주’의 아이디어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 작품이다. 따라서 이야기하는 많은 내용을 ‘상징’으로 읽었다. 먼저 ‘하얀 운동화’를 신은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것은, 삶의 문제에 휩싸인 아이들에게 깨끗하게 새 출발할 기회를 준다는 것으로 읽혔다.그런데 4명이 주 3회 이상 출석해야 하고, 네 명..
국어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 매번 ‘언어폭력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하여 말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런 성취 기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말이 그 사람을 드러내며 말을 통해 사람이 형성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알기 때문이다. 갈수록 아이들의 말이 거칠어지고 혐오 표현까지 수시로 등장한다. 특히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이 성인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면서 이런 현장이 더 심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현장의 교사가 실제 수업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욕, 왜 하는 걸까? 욕, 잘 알고나 하는 걸까? 욕, 이대로 괜찮을까? 욕, 멈출 수 있을까?차례만으로도 현장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차분히 이야기하는 투라 중1에게 읽어보라고 하니 잘 읽는데 이 책..
4년 일기를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년 일기를 올해 내내 다시 한번 읽게 되는데, 2024년 8월 25일 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토요일 저녁 늦게 가족 영화 브레드 이발소>를 보고 헛헛한 마음에 쿠오바디스> 책을 밤늦게 뒤적거린 이야기. 그래, 그렇게 흥미진진했던 폴란드 소설도 있었는데,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는 건지 끝까지 숨바꼭질하는(그래서 정말 화가 나는) 소설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자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결단코 이건 고행에서 읽지 않았으면 절대 뚜껑도 열지 않았으리라.다 읽고 나니 ‘이런 미친!!!’이라는 분노가 절로 나온다. 심지어 해설을 통해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했는데, 오히려 첩첩산중이다. 이 소설이 나올 당시(1960년대) 젊은이들은 환호하고 기성세대는 비난이 폭주했다는데,..
인터넷 서점 서비스 중에 내가 선택한 책을 구입한 사람이 함께 구입한 책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AI와 교육’ 관련 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다 이 책이 여러 번 겹쳐 관심을 생겼다. 이번 여름 방학 때 읽은 책 중에 가장 여운이 짙었다. ‘듀얼 브레인’이란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제목 글씨 “DUAL BRAIN”에서 ‘AI’를 도드라지게 표현해 인간은 자신의 뇌(brain)와 인공지능(AI) 두 개의 뇌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 제목과 표지에서 잘 표현되었다. 본문의 글씨가 비교적 큰 편이라 읽기에 편했고 내용도 저자가 직접 AI를 활용한 결과도 포함돼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가볍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나는 누구든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
올 2월 새 학년 준비 연수 때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님을 모셔서 ‘AI 시대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께서 여러 이야기를 하시다 이 책을 추천하셨다. 자연스럽게 교사 독서 동아리에서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학교는 교사들의 시간 대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시간 대로 흘러가는 곳이라 막상 책을 가지고 이야기 나눌 때에는 절반 정도의 사람만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의 소감문에 동료들의 생각도 포함되어 있음을 먼저 밝힌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작가의 다른 책,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다루는 내용 면에서는 인류 역사의 전 과정을 살펴보며 인류의 힘의 근원이 무엇이고, 미래를 어떻게 진행될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또 ..
독서 모임에서 7월에 읽기로 한 책이다. 얼마 전 읽은 ““첫 여름, 완주”의 작가님이기도 해 반가웠다. 표지를 넘기면 작품 속 배경인 창경원 평면도가 나온다. 창경궁을 일제 때 동물원으로 만들고 창경‘원’으로 격하했다는 분노가 담긴 글을 읽기도 했는데 그것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일까 싶었다. 여하튼 대온실을 수리하면서 뭔가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며 두툼한 이야기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예상대로 대온실 수리 과정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이야기가 중심 이야기이기는 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니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일종의 상징으로 읽혔다. 서술자 영두가 대온실 수리 과정에서 여러 자료를 살펴보고, 여러 가지 부담이 있어 덮어버릴 수 있는 문제를 깊이 파고드..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할 때, 더 큰 희망>의 언어(시)를 선택하거나 제발트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솔직히 산문 지옥에 빠지는 줄 알았다. ‘의식의 흐름’ 대로 서술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공간에 대한 묘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본명이 아니라 낯선 ‘아우스터리츠’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갑자기 몰입의 정도가 달라졌다. 특히 아우스터리츠의 학창 시절 이야기,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된 특별호송기차 이야기를 통해 체코의 유모 베라를 만나 잃어버린 유년 시절과 부모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몰입도는 절정에 이르렀던 것 같다. 특히 표지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202쪽에서는 그야말로 전율을 느꼈던 것 같다. ‘자크 아우스터리츠, 장미 여왕의 시동’!이 책은 그..
전주 한옥마을도서관과 시립 '꽃심도서관'을 둘러보고 나서 우리 지역 도서관도 이어서 찾았다.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산수도서관'이다. 시립도서관이라 규모도 크고 어린이실과 종합자료실, 열람실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우리 학생들도 이용하는 곳이라 이곳보다는 조금 더 먼 '중흥도서관'을 찾았다. 학생들과 동아리 시간에 탐방 기사를 쓸 공간으로, 또는 지금 맡고 있는 학교 공간 재구조화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중흥도서관은 메가박스 전대점 뒤편의 중흥동, 우산동 재개발 과정에서 2022년에 건축되었다. 도서관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고 도서관이 있는 불록에 '중흥동행정복지센터', '동부교육지원청', '효동초', '효동유치원', '중흥하나어린이집' '다같이돌봄센터' 등 다..
국어교사들 사이에 전주로 도서관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학교의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사업을 맡게 되면서 전주 도서관을 몇 곳 둘러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었다. 주어진 시간이 한나절이라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마을도서관'과 시립도서관 '꽃심도서관'을 방문했다. 1. 한옥마을도서관 한옥마을 주차장에서 나와 라한호텔 쪽으로 '전주대사습청'을 지나면 바로 골목길 안쪽에 '한옥마을도서관'이 있다. 지도를 보고 걷다 입구를 놓쳤다. '전주대사습청' 지나 첫 번째 골목 입구의 '한옥마을도서관' 표지를 잘 확인하기 바란다.예쁜 흙담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한옥마을도서관' 현판이 보인다. 대문을 들어서서 바로 보이는 곳이 '채움공간', 대문 바로 오른쪽이 '마음곳간', 대문 왼쪽은 '대나무숲..
얼마 전 광주 동구 내남지구의 '책정원 도서관'을 가 볼 기회가 생겼다. 남광주에서 화순으로 넘어가는 오르막길 오른쪽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니며 도시 외곽까지 촘촘히 아파트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 안에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있다니.. 소개 겸 여러 군데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정원 도서관'을 소개한다. 책정원 도서관은 지한초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세워져 있다. 큰길(남문로)에서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넓지 않고 요양병원과 지한유치원, 지한초등학교를 통과하는 길이라 운전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도서관 앞 네 거리의 신호도 바라보는 방향이 살짝 맞지 않아 역시 주의해야 한다. 도서관 앞에 주차장이 있지만 넓지 않아 차를 넣고 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서관 앞 네거리에..
개학하기 전 큰아이를 보러 서울에 갔다. 큰아이가 매일 출근하는 지하철 2호선을 함께 탔다. 아이는 역삼역에서 내리고 큰아이가 일하는 동안 '별마당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찾았다. 1. 별마당 도서관삼성역에서 별마당 도서관이 있는 코엑스까지 통로가 바로 연결돼 있었다. 사람들 무리를 따라 휩쓸리듯 이동하다 보니 '별마당 도서관'에 도착했다. 정말 컸다.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이 도서관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진을 찍고, 외국인의 부탁으로 사진도 찍어 주었다.2층에서 도서관을 바라보았다. 서가가 너무 커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은 애매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에 있어 쉬면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기능이 큰 것 같았다. '별마당' 이름이 참 예쁘다 싶었는..
여행 둘째 날, 두 아들의 물놀이가 일찍 끝나 점심을 먹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천곡황금박쥐동굴'에 갔다. 여행 셋째 날, 쏠비치 삼척에서 40여 분 이동한 끝에 '하이원추추파크'를 찾았다.삼일 간의 여행을 동선을 따라 재구성하면서 '기타 등등'의 의미로 묶었다. 그런데 세 곳 모두 초등학생 아이와 가기 좋은 곳이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곳으로 먼저 묵호항 근처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를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다 자연스럽게 입구 건너편 바다에 설치된 ‘도째비골 해랑 전망대’를 찾았다. 바다를 향해 뻗어 바다 위에서 맑은 동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안내문을 읽으니 전망대 역시 '도깨비방망이' 모양으로 디자인했으며, 입구의 파란색 네모 프레임은 도깨비 영역으로 들어가는 진..
여행 둘째 날, 두 아들이 '오션 플레이'에서 물놀이하는 동안 맹방해수욕장을 찾았다. 쏠비치 삼척에서 15km,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맹방해수욕장맹방해수욕장은 백사장이 4km가량 펼쳐져 있어 명사십리로 불린다. 한재밑, 상맹방, 하맹방, 맹방 해수욕장 등 해변이 넓어 4개의 구역으로 나눠 활용하고 있다.빌린차를 '맹방해수욕장 주차장'에 세우고 '덕봉산 해안 생태탐방로'로 향했다. 덕봉산은(아마 덕봉도였을 것이다) 섬이었는데 퇴적물이 쌓여 육지와 하나가 된 육계도라고 한다. 하지만 맹방해수욕장과 덕봉산 쪽은 마읍천이 흐르고 있어 다리가 필요한데, 여기서 이곳만의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넓은 백사장과 마읍천 위로 두꺼운 나무판을 활용한 외나무다리가 보행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