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 무 많이"란 제목을 떠올리면서 ‘치킨’을 떠올렸는데 맞았다. 이 책은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과 그때마다 민중을 살아가게 만든 음식을 소재로 당시 현실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결론은 삶이 힘들더라도 먹고 힘 내자는 이야기!(이야기가 재미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음식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생각해 보는 글이라 세대 공감을 위해서라도 중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모임 샘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모임 샘들과 나이 차이가 5년 이상 있기는 했지만 광주와 순천 출신이 샘들과 강진 병영 시골의 내 경험이 달랐다. 이를테면 80년대 ‘떡볶이’가 나에게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학창 시절을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차이를 이야기..
배우 차인표 씨의 책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필수 도서로 지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서 모임 샘들이 함께 읽어보자고 했다.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책의 끝부분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열여섯의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돼 캄보디아로 끌려가셨다가 1997년에 한국에 잠시 오셨던 훈 할머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라는 무겁고 비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위안부로 끌려가기 이전의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동화의 느낌과 우화의 느낌이 나면서도, 어려운 단어가 아닌 순우리말을 활용하고 사람이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글꼴마저도 그런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 주고, 가즈오가 ..
인류 종말 이후의 이야기다. 지상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인류는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무려 지하 120여 층, 4억 5천 헥타르라는 환산이 잘 안 되는 크기의 지하 세계를 만들고 인간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세상이 되었다. 주인공은 열다섯 살 아이들 6명(+1명)으로 지하 생활의 답답함, 부조리와의 갈등, 미래, 짙은 절망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스포일러가 있음).1부 ‘바다눈’ 부분에서는, 환경파괴로 인해 미래의 인류는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기에 출산, 주거 등을 통제받으며,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정신재활원 같은 곳으로 격리가 되는데 결국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서술자는 3인칭이지만 ‘마르코’를 초점화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직장 동료 커커..
‘노 휴먼스 랜스’란 제목과 ‘잠수교’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 그림에서 우리나라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을 예상하게 한다. 머지않은 미래, 적어도 대한민국을 ‘노 휴먼스 랜드’로 만들만한 사건은 북한의 위협이 아닌 ‘기후 위기’다. 아마 가까운 미래, 그래서 기성세대도 생존해 있을 미래에, 우리 후손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인식과 실천에 대해 맹비난을 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말의 ‘바보’의 어원을 ‘밥보’에서 찾기도 한다. 자기 생각만 한다는 점에서 그런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겠다. 이 소설은 ‘용산 공원’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소설에서 용산 공원은 미군 부대가 철수한 뒤 토양 오염이 심해 계획보다 더 늦게 개방되는 것으로 나온다. 한 번 망가진 환경을 복구하기가 ..
독서 모임에서 이희영 작가님의 “테스터”와 “소금 아이”를 읽기로 했을 때 추천한 동료 샘이 “테스터”를 먼저 읽고 “소금 아이”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듣지 못했는데, 읽어보니 서로 관련이 있기보다는 두 작품의 반전이 주는 충격과 여운을 고려해 “테스터”, “소금 아이” 순으로 읽어보라고 한 것 같다. 반전은 “테스터”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사실을 알고 나서 마지막 장면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반전의 여운은 “소금 아이”가 더 진했다. SF와 현실의 차이가 공감의 차이를 낳았던 것 같다. 여하튼 두 작품 모두 재밌다.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생각해 볼 것도 많고. “소금 아이”는 지난달 토론했던 문경민 작가님의 “훌훌”을 떠올리게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의 ..
깨진 거울에 소년의 얼굴이 반반 나뉘어 있다. 평범한 얼굴 반쪽과 실험 장비가 연결된 얼굴 반쪽, 그리고 “테스터”라는 제목에서 소설이 내용을 예측해 본다. 반전이 많은 이야기다. 반전이 있을 거라 예상하면서도 반전의 내용이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다. 이야기는 반전을 통해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인간의 이기심을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과학의 발전이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인간과 휴머노이드 사이의 차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마주치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과 과학의 폭력적인 욕망과 이에 대한 개인의 저항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중학교 1학년도 금방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인상 깊은 구절.(28) 아버지는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400쪽이 넘는 SF 대작.1961년 천재 폴란드 작가가 쓰고, 작가 생전에 영화도 3번이나 만들어졌다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토록 엄청난 작품임에도, 물음표만 가득 남기고, 줄거리를 요약하면 100쪽이 살짝 넘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다 더 적은 양이 되는 솔라리스>! 이번 10월 고행 읽을 책인데, 함께 이야기 나무면서 궁금한 점들을 풀어가고 싶다. 1. 왜 행성 이름이 솔라리스? 태양이 두 개인 것과 연관? (*‘솔라리’는 태양, *‘스’는 복수의 의미) 2. 하나의 생명체, 유기체인 두뇌로 이루어졌다는 설정이 상징하는 것? (성장하는 불완전한 모습의 미지의 존재, 신적인 상징일 수도 있고, 단순히 우리 주변의 타인 혹은 이웃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3. 지구에서 온 우주인들(스나우..
제목이 입에 잘 오르지 않았다. 제목에 익숙할 때쯤 다시 보니 그냥 희미한 빛도 아니고,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였다. 표지 사진은 힘이 빠져 책상에 턱을 걸고 엎드려 있는 모습인 것 같다. 왼손을 책상에 올리고. 그런데 일곱 개의 달걀이 있다. 좀 생뚱맞다. 다분히 연출된 느낌이 난다. 7편의 단편을 힘들게 썼다는 표현일까.청소년 소설을 읽다, 성인 소설을 읽으면 처음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심리 묘사가 더 복잡해지니까. 단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몇 번 읽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뒤의 ‘몫’부터는 금방 빠져들며 읽었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다면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1.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세상의 부조리에..
6월에 동료들과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읽다 이 책이 여러 번 언급돼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인간을 길게 바라보는 책들은 구성이 비슷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례를 보여주며 주장을 이끌어 가는 경향이. 이 책도 9개의 챕터 중에서 6장까지 더디게 읽혔다. 그런데 7~8장부터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어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었다.1시간 정도 동료들과 책 이야기를 하며 꼼꼼히 읽지 못했던 부분들, 현실로 연결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확실히 함께 읽어야 더 많이 읽을 수 있다.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이 책의 중요 개념인 ‘자기가축화’란 번역이 눈에 걸린다. ‘가축’보다는 ‘길들인' 쪽으로 번역하는게 더 맞겠다.-the fittest를 생존에 가장 좋은 것이라고 번역..
수학여행, 추석 연휴를 마치고 중간고사 문제츨 출제하려고 보니 모임이 3일 남았다. 금요일 급하게 학교에서 책을 빌려 퇴근했다. 시험문제도 내야 하는데 과연 읽을 수 있을까^^;토요일 오전 잠깐 책을 들었다가 이야기에 푹 빠져, 주말 이틀을 독서와 출제로 알차게 보냈다. 모임 샘들도 다들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고 하니 샘들이 놀라며 어디에서 그랬냐고 물어본다. 인상 깊은 구절은 눈물을 흘렸던 부분이다. 나이 숫자만큼 눈물도 는다. 작가님의 필력이 대단하다.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여성 작가가 쓰니 감정과 그 흐름이 섬세하게 잘 느껴진다. 증조모부터 나(서술자)에 이르기까지 4대 여자들의 힘겨운 삶이 그려진다.증조모는 백정이라는 신분으로 차별을 받으며 크면서도 호기심이 강했다. 그런..
체코 문학을 접할 때마다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었나 하고 놀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가시적인 분량은 매우 짧지만, 우울하고 불길하고 침울한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댈 줄 알았는데, 읽는 내내 한탸의 수다에 쏙 빠져 버렸다.매 장마다 반복되는 구절인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 두 도시 이야기>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서문이었다. 어쩌면 반복의 주술이랄까? 혹은 이십오 년째 시끄러운 아이들 속에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오로지 술과 책으로만 채워진 한탸의 삼십오 년의 삶은 비루하고 비참하지만, 스스로를 비하하면서도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18쪽)’라는 표현이 정말 어울릴 만큼 시궁창 속에서도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방학을 하고 책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담양공공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볼 것 많은 요즘 어른을 위해 핵심 요약한 과학 이야기, 최소한의 과학 공부”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방학 동안 세상의 변화를 조금은 따라잡을 수 있으려나. 차례를 보니 의학, 정치, 경제, 철학 4개 분야에서 과학이 이끈 세상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읽다 보니 과학책인 것 같기도 하고 인문 책 같기도 했다. 그만큼 과학의 변화가 인류에게 중요하다는 방증이겠다. 제목은 '최소한의 과학 공부'였지만 제대로 읽느라 공부 좀 했다. 읽으면서 메모했던 부분을 통해 이 책을 소개한다. 1. 의학: 과학은 어떻게 인류의 무기가 되었나.마취제, X선, 항생제, 백신 개발 등의 과학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통..
전임지였던 용봉중 교육복지사 선생님을 통해, 지역신문 활용교육 지원 사업으로 광주일보를 매일 30부씩 받아보게 되었다. 2월 새 학년 준비기 전에 알았다면 신문을 활용해 여러 가지 교육활동을 논의했을 법도 한데, 4월부터 지원을 받게 돼 학교 교육활동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사업을 가져온 사람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매일 학년실과 도서실로 신문을 배달했다. 동아리 활동에서는 신문을 읽고 피라미드 토론 방식으로 중학교 2학년의 시선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를 골라보거나, 국어수업 때에는 5분독서를 할 때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았거나 책을 다 읽은 학생들에게는 신문을 읽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신문을 읽을 기회를 넓히려고 했다. 그런 고민이 연결 돼 2학기에 역사신문만들기 지원 사업의 대상이 되었다. 광주..
지역 축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 출퇴근길 도로 위다. 버스 옆면에 붙어 있는 광고판을 통해 지역 축제소식도, 계절의 변화도 느낀다. 10월 중순과 하순은 꽃 축제가 한창이다. 어머니와 같이 걸을만한 축제 장소를 찾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정읍 구절초 꽃축제'에 다녀왔다. 가 보니, 비록 올여름 더위로 구절초 축제 기간 동안 구절초꽃이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오르락내리락, 다양하게 열린 오솔길과 산책로를 걸으며 만나는 풍경이 각양각색이어서 어머니와 걷기에 좋았다. 오히려 축제가 끝난 이번 주에 찾는 이가 덜한 공원에서 더 차분하게 만발한 구절초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아참 '구절초'는 한자 이름 그대로 9월에 꺾었을 때 약효가 가장 좋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대체로 부인병에 효과가..
작년 경남 사천의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둘러보다 '수궁'을 꾸며놓은 수족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싶었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이곳(초량도) 근처에 '별주부전'의 배경인 '비토섬'이 있어 그렇게 꾸민 것 같다. '토끼전', '별주부전'의 근원설화는 '구토지설'로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와 동맹을 맺기 위해 고구려에 갔다 억류되었을 때 고구려 신하가 들려준 '구토지설' 이야기를 듣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로만 보면 이곳과는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이야기(설화)가 무수히 많기도 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언제든 사천을 오게 되면 '비토섬'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다 올해 학부모독서회와 함께 사천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휴업일이라 하루 자유시간이 생겼다. 가을을 준비할 겸 집안을 정리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빛이 너무 좋아 배낭에 물과 간식을 챙겨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용궐산 하늘길'로 출발했다. '용궐산 치유의 숲'을 내비에 입력하고 옥과와 순창읍을 지나 장구목 근처로 접어들었다. 9시 무렵인데도 아침 기온이 13도다. 하지만 햇볕이 좋아 안개가 걷히고 있고 들판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자료를 검색하며서 보니 '용궐산 치유의 숲'은 꽤 유명한 곳이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주차장이 많이 비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동선을 따라 '용궐산 하늘길 매표소' 이정표를 발견하고 곧 따라 걸었다. 마지막 화장실이란 말에 휴양림 안 화장실을 들렀다. 돌을 다듬어 만든 계단을 따라 임도를 조금 걷자..
오랜만에 담임 샘, 비담임 샘들과 함께 수업여행 인솔을 했다. 2학년 수업을 전담하고 남교사가 나 외에는 없어 일찌감치 마음을 먹고 있었다. 수학여행 준비 및 진행은 학년부에서, 수행평가는 역사과와 도덕과에서 준비해, '호밀밭의 파수꾼' 정도를 내 역할로 생각하고 수학여행에 참여했다. 일정은 첫째날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극 관람, 덕수궁 야행, 둘째 날은 롯데월드와 서울스카이 관람, 셋째 날은 서대문형소무를 방문했다. 이 중 국립중앙박물관과 덕수궁, 서대문형무소 중심으로 여행을 추억을 남긴다. 1. 국립중앙박물관큰애가 서울에서 살기 전까지 서울에 갈 일이 많지 않아 마지막으로 중앙박물관을 찾았던 때가 '이집트 특별전' 때였던 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 옆 한글박문관은 그보다 더 가까운 시기에 다녀..
돌아가면서 맡는 역할이지만 올해 국어부장을 맡으면서 독서토론반도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활동 계획을 세우면서 밤샘 독서와 문학기행을 가보기로 했다. 1학기에 밤샘독서, 2학기에 문학기행을.. '밤샘 독서'는 활동명이 지나치게 드러나 '달빛독서'라고 이름 붙였다. 달 밝은 밤, 아이들과 책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책,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뒤뜰 야영의 성격도 더하면서.날짜는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무박 2일)로 잡았다. 학기 말이 마음의 여유도 있고, 책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방학 동안 책을 읽을 계기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고. 마침 광주 동구청에서 진행하는 독후감 대회에도 함께 참여하고, 지정 도서 중 "고요한 우연"이 달과 관련돼 있어 달 관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