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는 집(김하연)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25. 4. 20.
오디오북 추천으로 먼저 들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종이책을 찾았다. 앞표지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읽으며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내 블로그에서 작가명을 검색해 보니 최근에 읽었던 “너만 모르는 진실”의 작가님이었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2020년 발간, “너만 모르는 진실”은 2022년 작품. 두 작품 사이의 차이를 떠올리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판타지 소설이다. ‘평행우주’의 아이디어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 작품이다. 따라서 이야기하는 많은 내용을 ‘상징’으로 읽었다.
먼저 ‘하얀 운동화’를 신은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것은, 삶의 문제에 휩싸인 아이들에게 깨끗하게 새 출발할 기회를 준다는 것으로 읽혔다.
그런데 4명이 주 3회 이상 출석해야 하고, 네 명이 다 모일 때에는 시간이 멈춘다는 설정은,하얀 운동화를 신은 청소년들의 문제 해결에 또래, 친구의 역할이 중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과정 끝에 미래나 과거, 현재를 선택할 수 있고, 현재를 선택해 지금의 기억을 이어 나가는 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서로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나에게 선의를 베푸는 누군가와 인과 연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우리 역시 선의를 베푸는 삶의 중요함이 느껴졌다.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새 출발이 필요한 4명 아이들의 이야기라 각각의 사연이 있고 결말을 짐작할 수 없어 몰입감이 강하다.
심한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지만 신고할 용기도 내지 못하는 자영이,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의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수, 엄마의 암 치료로 갑작스럽게 전학한 학교에서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선미. 나이도, 성격도, 환경도 겹치지 않는 4명의 아이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도 재밌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현재도 충분히 행복한 강민이의 반전도. 이들 아이들은 어떤 미래나 과거, 또는 현재를 선택할까.
당연히 아이들의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어른들의 태도다. 이 시대 우리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다. 자식을 떠난 이수 엄마, 아이 양육보다는 게임에 몰두하는 이수 아빠, 아들이 아니라고 심하게 거리는 두는 자영이 할머니, 자영이의 상황보다 남편이 사실을 알까 걱정하는 자영이 엄마, 자영이와 소통하지 않는 아빠, 시한부의 삶을 아이와 의미 있게 보내기보다는 성적만 고민하며 보내는 선미 엄마, 치매기가 있다지만 며느리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새 여자를 소개하는 선미 할머니. 그리고 자영이의 학폭을 무마하려는 자영의 담임도. 그래서 ‘시간의 집’ 할머니와 미키마우스를 사랑하는 아저씨의 존재가 무엇을 상징할지 고민한다. 돌봄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정을 대신할 수 있는 ‘시간의 집’은 어디, 누구일까.
이야기의 힘을 믿기에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청소년들과 호흡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소설은 문제를 제기할 뿐, 해결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청소년들 먼저 자신의 고민을 나눌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겠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 줄, 성장의 ‘베이스 캠프’ 같은 곳이 아이들 곁에 좀 더 촘촘하게 형성되길 바란다.
*인상적인 구절
(88) 넉 달만이라도 이 집에서는 야따 박자영이 아닌 평범한 여중생으로 지내고 싶었다.
✍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
(106) 등교 거부.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자영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물론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은 날마다 들었다. 하지만 학교에 정말 가지 않으려면 엄마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설명해야 한다. 왕따를 당했다고 하면 엄마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성적도 별로고 얼굴도 못생겼으면서 왕따까지 당한다. 쓸모없는 게 태어났다는 할머니 말이 역시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121) “그래서 어머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가해자들 쪽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니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면 어떨까 싶어요. 소문이라는 게 굉장히 빨라서 자영이 때문에 학폭위가 열렸다는 사실이 계속 입에 오르내릴 수도 있어요. 어차피 이 동네 아이들, 거의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나요?”
✍ 이 소설에서 어른다운 어른이 별로 없다. 교사로서 이런 부분이 나올 때마다 억울한 면이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의 다음 편 “너만 모르는 진실”에서의 교사는 좀 더 노력하는 교사이므로 넘긴다.
(130) 이수는 다 함께 보려고 골라 둔 디브이디를 탁자에 던졌다. 혼자 볼 기분은 영 나지 않는다. 지난번에 봤던 스파이더맨 영화도 사실은 컴퓨터로 내려받아 집에서 혼자 봤던 영화였다. 이미 봤던 영화라는 게 무색할 만큼 재미있었다. 멤버들과 같이 봤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 멤버들의 힘.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 > 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이로아) (0) | 2025.04.22 |
---|---|
나는 복어(문경민) (0) | 2025.04.06 |
너만 모르는 진실(김하연) (0) | 2025.03.16 |
제니의 다락방(제니퍼 헌틀리) (1) | 2025.03.14 |
천 개의 파랑(천선란) (0) | 2025.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