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문경민)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25. 4. 6.
복어는 귀여운 이미지가 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크게 부풀린다거나, 단단한 이빨,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어 다부진 느낌도 준다. 서술자이자 주인공 두현은 학교가 동물의 왕국이라면 자신은 ‘복어’라고 이야기한다. 위의 이미지처럼.
그냥 학교를 동물의 왕국이라고 할 때 자신의 닮은 동물을 생각해 보는 질문인데 학교가 정글이라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두현이는 별명이 ‘청산가리’다. 단란한 가족이었지만 어머니는 건강 악화, 아버지의 사업 실패 등의 가정불화로 생을 마감한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졌던 두현이에게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 학교다. 조금 세게 받아친 것을 자신의 잘못은 감추고 언어폭력으로 처벌하는 곳이 학교이기도 하고.
한편 학교는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현장 실습을 통해 체험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 운영위원장이자 졸업생, 중소기업의 대표이기도 한 장귀녀 씨는 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는 희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을 ‘기린’에 빗댄 준수는 편의점 알바를 하며 공기업에 취직해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힘을 키우는 곳이다. 인문계를 다니다 뒤늦게 실업계로 전학 온 재경이 역시 현장실습 과정에서 다친 오빠의 사과를 받아내는 한편 기계를 깎으며 힘을 키운다. 두현이 역시 밀링머신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 문경민 작가의 “훌훌”, “나는 복어”, “브릿지” 세 편을 읽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청소년에 대한 믿음이 잘 전달된다. 또한 세 작품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참 이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정명진 선생님이 자신을 몰래 촬영한 강태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기자들이 취재하러 오면서, 당시 두현이 어머니 기사를 자극적으로 다루었던 기자를 만나게 되는 개연성을 생기기는 하지만 왜 갑자기 정명진 선생님과 강태가 싸우는지 상황을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했다.
*인상적인 구절
(81) 나는 특별하지 않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또 겹쳐 내게 닥치는 일 따위는 어지간해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기분을 바꿔야 했다. 과거로 치닫는 생각을 놔두면 결국 나는 매일 약 챙겨 먹던 예전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 엄마의 자살 이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상담 선생님에게 배운다. 이 분노가 그럴 만한 것인지 의심했고, 슬플 때는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렸다. 원하던 일을 이루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을 때는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무작정 미래를 낙관했다. 자기의 화를 풀어내는 이런 과정(연습)이 필요하겠다.
(107)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용광로에 사람을 떨어뜨리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사람이 끼여 죽게 만드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콜센터 직원을 자살에 내몰리도록 내버려두고, 현장 실습생이 배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허락해 주니 얼마나 고맙냐고 떠드는 거야. 뻔뻔하고 파렴치하게.”
✍모임 선생님은 작가의 목소리가 강하게 드러난 장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알려주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2016),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2018), 전주 콜센터 실습생 자살 사고(2017), 여수 마리나요트장 사망사고(2021). 책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니 현장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재경이가 오빠 사고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장귀녀 사장과 다투는 과정에서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란 말이 오랫동안 눈에 남는다.
(173) 엄마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도 잘 살고 싶었을 것이다. 마음처럼 안 돼서 절망했을 것이다.
✍두현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 부분
(186) 엄마의 삶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무거웠던 건 어쩌면 엄마의 건강이나 아버지의 선택 때문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준수의 부모님이 오랜 시간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건 두 분 탓이 아닐 수도 있었다. 재경도 그러지 않았던가. 이 세상이 너무 후져서 눈 뜨고 봐 줄 수가 없다고.
무엇을 하든 기대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일터에서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두어 명은 있었으면 했다. 억지로 근무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내 몫을 확실히 할 수 있으면 했다. 이것이 나의 욕심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세상을 밝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187)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두현이의 단단해지는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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