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진실(김하연)

 

서울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과 열차 안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읽고 들었다. 인상적인 구절을 확인하려 종이책을 살펴보니 종이책에 있는 강조 표시(진하게)가 전자책에는 없었다. 글자 한 자 한 자에도 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일 텐데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옮길 때 생각해 볼 부분이라 생각한다.

아참 전자책에는 카드뉴스 형식의 책 홍보 페이지가 먼저 나오고 본문이 나오는 것도 종이 책과 다른 점이다.

 

"너만 모르는 진실"은 학교 옥상에서 생을 마감한 제갈윤이 몇 개월 후 학교 오픈채팅방에 자신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엔지 시네마 부원들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메시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갈윤은 죽음은 누구 때문일까, 이런 편지를 오픈채팅방에 올린 사람은 제갈윤이 맞을까, 제갈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갈윤의 상황이 안타깝기에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흡인력이 강하다.

 

제갈윤이 서술자로 등장하는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이야기는 윤과 엔지 시네마 부원들의 담임이자 지도교사인 나현진의 눈을 따라 서술된다. 오픈 채팅방을 통해 4명의 학생에게 전달된 편지의 내용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 도입부의 의문들은 답을 서서히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른바 '누가 죄인인가?' 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후회가 더 부각된다. 그때 제갈윤에게 조금만 더 마음을 내어 주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 또한 결과론적인 생각이겠지만 교사로서 같은 책임감을 느끼며 읽었다. 그래서 사후약방문이겠지만 '뭐가 더 중한디'에 맞춰 학교의 분위기도 바뀐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네가 모르는 진실"에서 '너'는 누구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너'는 이야기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해당된다. 심지어 제갈윤 자신과 제갈윤의 외모나 분위기에서 차이나는 다름을 느낀 친구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다 결국 내 입장에서 생각해 버리고 나중에는 그것을 믿어버리는 우리들도 '너'에 포함된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 담임교사 현진에 초점화 돼 있던 이야기가 카메라가 줌아웃되듯 갑작스럽게 서술자가 개입하여 담임교사 현진의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은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하는 것 같은 조급함과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다시 강조하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타인을 쉽게 단정짓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인상 깊은 구절

(99) 남들과 다른 사람은 추앙받거나 배척당한. 그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윤의 학교생활은 어땠을까. 현진의 눈에는 언제나 차분하고 의젓했던 아이. 누구보다 조용했지만 교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았던 아이.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달리 그 애는 많은 아이들에게 기피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닐까. 너무나 반짝거려서 자신의 부족한 면을 절로 떠올리게 되는, 그래서 결국 밀어내고 싶은 아이. 윤은 분명 다른 아이들의 생각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둘러싼 사건들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얼마나 분하고 수치스러웠을까. 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도, 기댈 수 있는 부모도 선생님도 없었다. 그 애에게 나경 고등학교는 곧 지옥이었을 것이다.

(121) 윤은 성규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은 자신이 일을 바꿀 있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괴롭힌다고. 윤은 틀렸다. 윤의 엄마에게 벌어진 사고는 절대로 윤이 막을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경우는 다르다. 우진은 충분히 과거를 바꿀 있었다. 힘을 다해 성규가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면, 머릿속 안개를 쫓아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면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일만 없었다면 윤은 살아 있었을 것이다.

(125)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타인을 완전히 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우진이 성규의 잘못까지 덮어쓰고 있다면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미 사람을 도울 있는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우진에게까지 그래서는 된다.

(135) " 같은 실수는 하지 .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있고, 선택으로 나은 사람이 있어. 너에게 아직 진실을 말할 기회가 있는 것처럼. 세상은 어이없고 불공평한 일투성이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할 있는 기회는 누구도 빼앗지 못하는 거야."

(160) 교장 선생님은 말했다. 자리를 지킬 있다면 변하고 싶다고. 나는 있을까. 윤이가 잃어버렸던 희망을 그것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수는 없을까. 너희에게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다는 희망. 길을 잃은 아이에게 언젠가는 인생이 뒤집히고, 너만의 빛을 내뿜을 있을 거라고 속삭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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