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리나무 위에는 초록바다가 있다(린 호셉)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06. 1. 21.
차라리 한 편의 서정시다. 주인공 안나 로사의 이야기는 마치 자신이 쓴 시처럼 아름답게 이 소설의 한 장 한 장을 채워 나간다. 꿈꾸는 소녀 안나 로사의 이야기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느낌만큼이나 알싸한 슬픔과 감동을 잔잔하게 전해 준다.
가난한 아빠와 자애로운 엄마, 그리고 믿음직한 구아리오 오빠, 첫사랑 엔젤, 이야기와 춤을 좋아하는 소수와 마을 사람들 속에서 '안나 로사'는 그리그리나무 위로 보이는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초록빛 바다와 시를 사랑하는 열세 살 소녀로 성장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재개발의 횡포 앞에 사랑하는 오빠를 잃지만 그 아픔을 극복하는 안나 로사에게 가슴으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몰래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풀어가는 안나 로사의 이야기를 읽는 우리 아이들이, 안나 로사와 같이 별처럼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23~24) 내가 어른이 되면 책을 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그게 특이한 소원이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주변에 작가가 한 사람도 없으니까. 사실 아빠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라고 말했었다..... “안나 로사, 어떤 일이든 제일 처음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단다.” 아마 엄마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아닌 최초의 작가가 되려고 노력하지 못할 이유도,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말하는 듯 했다. 아니면 나에게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당선되면 마음대로 책을 쓸 수 있을 테니까. 때로 엄마의 말은 수수께끼처럼 들렸다.
(164) 난 나무에 앉아서 오빠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오빠는 나를 보호하려고 했고 난 오빠를 돕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글쓰기를 포기하는 것이 하느님이나 구아리오 오빠에게 중요한지 어떤지조차 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거라곤 그것뿐이었고 이제 내겐 더 이상 글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삶에서 구아리오 오빠가 사라져버린 이후로, 강물이 단단한 바위를 타고 세차게 흐르는 어두운 초록빛 땅 위에 더 이상 내게 남은 건 없었다.
(169~170) 난 그것을 만져보았다. 내 손은 차가운 금속 위를 내달렸고 부드러운 흰 자판을 쓰다듬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카드가 한 장 있었고 그 안에는 모든 사람의 이름이 들어있었다. 뉴욕에 있는 엔젤, 엔젤라 언니, 로베르토 오빠, 아빠와 엄마, 가르시아 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읽기 힘들 정도의 작은 글씨로 구아리오 오빠의 이름이 있었다. “구아리오가 우리에게 말했단다. 네 미래를 위해선 이게 필요할 것이고 이걸 너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모두 함께 일해야 한다고.” 엄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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