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5일 국어 수업 디자인연수가 월곡중에서 있었다. 매년 개학을 2~3주 앞두고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학년을 지도하는 샘들과 새 학기 수업계획을 함께 세우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품사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공동으로 수업계획을 세웠다. 교과서 중심으로 개념을 확실하게 공부한 뒤, 도전 과제를 여러 개 제시하여, 탐구하며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수업을 계획했다. 그 외 진도가 서로 달라 각자 궁금한 내용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다 성장을 다룬 단편소설과 이를 연극 수업과 연계하는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나도 관련이 있어 중1 상황에 맞는 단편들을 이 블로그의 '단편집' 카테고리를 살펴보며 몇 편 선택한 뒤 다시 읽어보며 수준을 파악해 보려고 책장을 살펴보다 이 책을 ..
신간도서 서가의 진한 오렌지색 책등이 눈길을 끈다. 표지의 삽화도 눈을 잡는다. 세상을 나타내는듯한 정육면체에 남녀 청소년이 다부진 표정으로 모여 있고 정육면체는 공전하는 궤도와 연결돼 있다. 정육면체의 각 면은 여러 레이어가 중첩돼 있고 있고 내부의 풍경은 고전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조화가 보인다. 남매가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며 '진정한 남매'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일까. 이야기는 시작부터 바로 문제상황을 드러낸다. 그래서 금방 이야기에 몰입하며 주인공 백유진을 따라가게 된다. 외동인 백유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친오빠 '백도진'이 등장한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친오빠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백유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친오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실시한 유전자..
자주 이용하는 담양공공도서관에서 올해 '한 책 읽기'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이 책 "순례 주택"을 선정했다. 어떤 책일까, 청소년 독서 길라잡이로 살펴볼 수밖에^^ 표지는 빨간 벽돌 담벼락 바탕에, '순, 례, 주, 택' 네 글자가 원 안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 한 자 한 잔 글꼴이 조금씩 다르다. '순례'라는 주택을 배경으로 동글동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측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김순례 씨의 다세대 주택. 단순히 건물주의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순례'라는 이미지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순례자(관광객이 아닌)들의 따뜻한 공동체다. 그런데 이곳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형제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급..
2018년, 국어교사모임에서 중학생들에게 추천할 5.18 관련 문학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이 책을 소개받았다. 그간 여러 사정으로 읽지 못하다 이번에 중학교 1학년들과 함께 읽을 5·18 관련 작품을 살펴보다 이 책을 떠올렸다. 이 책에는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중 첫 번째 단편 ‘명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명령’은 중3 친구가 함께 중고서점에서도 놀다 먼저 서점을 나섰다 계엄군에게 시민군의 연락책이라는 오해를 받고 구타를 당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무서운 상황이었음에도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참을 시달리다 결국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친구가 생각날 때마다 친구가 떨어뜨린 ‘필승중학수학’을 들여다보다..
광주의 국어교사로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와 삶, 삶과 문학이라는 측면에서 지나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자 내면화를 통해 지속해야할 중요한 시대정신이다. 그동안은 주로 단편소설(공선옥의 ‘라일락 피면’ 등)을 읽고 오월 정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매번 수업이 비슷해 고민하고 있을 때 “저수지의 아이들”을 만났다. 부모 덕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한혁이 무리와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은 선욱이가 담임교사 및 전학생 민병이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다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그 죄를 모두 뒤집어쓴 선욱이 엄마의 고향, 광주의 후남마을에서 근신하다 5.18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고, 학교폭력의 진실도 밝히며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논쟁을 통해 광주민주화..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강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지주연과 박서은. 그런데 어느 날 박서은이 벽돌에 머리를 맞은 채 학교 뒤 공터 으슥한 곳에서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주연은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다. 가족, 주위 사람들, 변호인,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정황과 증거, 평소 둘의 관계, 주연의 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주연을 범인으로 단정한다. 그러다 최초 목격자가 나타나고 범인이 지주연으로 특정된다. 마지막 반전이 있지만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낀다. 소설의 제목 “죽이고 싶은 아이”는 관계 속에서 중의적으로 읽힌다.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주연은 ‘죽이고 싶은 아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어 간다. 이기적이..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주인공 레오니다스. 같은 이름의 스파르타 전쟁 영웅을 닮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지만,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등 예민한 성격이다. 게다가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할머니 보호 속에 살지만 할머니 마저 돌아가신다. 아버지와는 대화가 거의 없으며 아버지는 남자다움을 요구한다. 학교 매점 봉사활동을 하다 농구부 주장인 드레이크와 싸운다. 일방적으로 맞았지만 학교에서는 레오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일주일에 한 번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벌을 받는다. 게다가 호신용으로 격투기를 배우라는 아빠의 지시로 체육센터를 다녀야 하고. 격투기를 피해 들어간 곳이 ‘핫요가’이고 고조할아버지 이래로 원수 집안의 자손인 ‘이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요가를 하면서 레오는 마음의 ..
아내의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이 책을 첫 번째 토론 도서로 정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재미있다며 적극 권했다고. 우리 학교 1학년 여학생도 이 책을 ‘5분 독서’ 때 읽어도 되냐고 물었다. 아직 우리 학교 도서실에 없다며.그래서 담양공공도서관에서 책을 찾았다. 2권 소장하고 있다고 적혀 있는데 안내된 서가에는 없다. 포기하고 전남공공도서관에서 함께하고 있는 중1~2 라이브러리 스타트 코너를 살펴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반가웠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타임슬립을 소재로 했겠다 싶었다. 은유는 아빠와 함께한 2016년 새해맞이 여행지의 이벤트로 1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1982년 은유에게서 답장이 온다. 이렇게 이야기는 현재의 은유와 그 이전 시대를 사는 은유가 시공..
몇 차례 담양도서관에서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찾았으나 계속 대출 중이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작품을 살펴보다 이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가정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재’는 아빠의 화풀이 대상이다. 아빠는 일이 잘못되는 모든 원인이 은재에게 있다는 듯 수시로 때리고 감금한다. 그 속에서 은재는 자포자기하게 된다. ‘우영’은 엄마의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이다.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며 성적에 따라 끊임없이 언어 폭력을 당한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은재’에게 주변 사람은 조금 심하지만 가정 교육이라며 참견하지 않는다. 언어 폭력은 당하는 ‘우영’에게는 이것이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을 다룬 이야기들은 읽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