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사대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과 남산 근처에서 하루를 보냈다. 날마다 부쩍 커 있는 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조망하고 돈가스를 먹은 뒤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생각보다 일찍 용산역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기차 출발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용산역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아직은 오월이라 그늘은 제법 선선했다. 바람을 쐬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기 시작했다.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에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이 더해져 이야기는 불안 불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광주송정역까지, 집에 도착해서도 줄곧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책 속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
독서토론반 '다독다독'의 올해 첫 토론을 위해 고르고 고른 책이 바로 조금은 긴 제목의 다. SF소설로 정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국 현실의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니 학생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의미를 담고 있고, 첫 책이니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을 뒤져내 이 책을 찾아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틴 스토리 킹'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회가 벌써 3회나 되었다니! 100명의 학생들이 심사자가 되어 뽑는 책이니 의미는 물론 재미는 이미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니, 토론반 학생들 중 책 읽기가 더딘 학생까지도 다 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다음 주에 함께 토론할 예정인데, 시험기간임에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면 함께 나눌..
시교육청의 중학생 추천 도서에 이 책이 있다. 중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출 겸 책을 들었다. 작년 말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 “영웅”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책의 초반부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읽을수록 서술자의 담담한 목소리 속에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음이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주석을 읽으니 작가의 의도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안중근과 이토. 치밀하게 조선과 대륙을 삼키려는 이토, 그런 이토의 행동을 멈춰 동양과 조선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토를 제거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현해야겠다는 안중근 의사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개인의 분노한 감정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정당성을 바탕에 둔 의거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
청소년 노동 인권을 다룬 첫 소설이라고 할까? 당시에는 이런 책이 나와서 애들 읽히기 좋다고 이야기가 돌았는데, 그때는 읽지 못하다가 수업을 하려고 보니 찾아서 읽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은 단순하고, 또 주제도 명확하다. 부모님의 사정이 힘들어지게 되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세상에 뛰어든 시은이 이야기다.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은이는 '저스트 어 모멘트'라는 된장라면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사장의 갑질과 기만으로 받아야 할 시급에 못미치는 주급을 받는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또 열심히 일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고 싶은 시은이는 속상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이어간다. 그러나 함께 일하던 정운으로부터 풋풋한 관심을 가지게 되..
올해 처음으로 2015개정 교육과정 중 3학년을 맡게 되었다. 수업도 평가도 새로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1학기 1권 읽기를 어떤 책으로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방향은 1학기는 청소년 노동인권 혹은 진로, 2학기는 고전읽기를 정했지만 좋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제도 잘 맞아야 하고, 수준도 맞아야 하는데, 주제를 다루는 것이 가볍거나 협소한 문제들이 많았고, 2학기 고전읽기는 수준에 맞을지가 고민이었다. 어쨌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학기에 학생들에게 읽힐 책들을 읽었는데, , , 마지막으로 을 읽었다. 그 중 을 가장 먼저 정리해 본다. 세 가지 책 중 어찌 보면 가장 지루할 수 있겠으나, 노동의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유학기 주제선택 수업으로 ‘SF 소설 쓰기’ 반을 개설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분석할 SF 단편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우리 학교 도서실에 “B612의 샘”이란 단편집이 여러 권 있었다. 작년에 국어 샘이 이 책으로 연극 수업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검증된 소설이라 편하게 읽었다. 미래 학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실제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책이 많지 않아 두 개 모둠은 이 책으로, 세 모둠은 “너만 모르는 엔딩”을 읽혔다. 둘 다 중1도 재미있게 읽었다. 간단한 책 소개. 1. 안세화, 다시 만나는 날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기계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더 멀어질 거라 예상된다. 이야기 속 미래 학교도 여건은 훨씬 좋아지지만 아이들 사이..
제목에서도, 표지에서도 언어폭력의 날카로움을 잘 느껴진다. 단편소설 5편 모두 재미있게 읽으며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되새겨 볼 수 있다. 1.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조영주) 계속된 따돌림이 트라우마가 되었고 자신의 상처를 소설을 읽고 쓰며 극복해 간다. 따돌림을 주도했던 아이도 다른 집단에서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할 줄은 모른다. 해환은 희선이 자신의 잘못을 알아챌 때까지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오히려 희선이 덕분에 천재 작가가 되었다며 통쾌해하며. 제목이나 주인공 이름 ‘해환’에서 윤동주 시인이 떠오른다. ‘서시’에 나타난 시인의 삶의 자세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 최근 학교폭력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옮긴 학교에서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이 한창이라 들여다보지 못하다 개학하고 나서야 읽었다. 새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네 글자’ 자기소개로 수업을 열었다.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특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활동인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수업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고 내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좀더 기다려야 했는데... 무언가를 명명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규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첫 수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름’에 대한 일본의 문화를 조금 알게 되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고 그것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이름에 대한 일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
이 책도 모임에서 이야기 나눈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청소년문학이란 타이틀을 가진 소설이지만 청소년보다는 자녀와 갈등하거나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부모를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주인공 호정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친척들과 살면서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남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토론과도 관련이 깊다. 나는 호정이의 예민하고 소극적인 성향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함’이라는 단어를 알기도 전에 마음으로 먼저 느꼈다는 말의 울림이 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긍정적인 결말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후천적이기에 소통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모임 샘들과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