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거울에 소년의 얼굴이 반반 나뉘어 있다. 평범한 얼굴 반쪽과 실험 장비가 연결된 얼굴 반쪽, 그리고 “테스터”라는 제목에서 소설이 내용을 예측해 본다. 반전이 많은 이야기다. 반전이 있을 거라 예상하면서도 반전의 내용이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다. 이야기는 반전을 통해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인간의 이기심을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과학의 발전이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인간과 휴머노이드 사이의 차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마주치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과 과학의 폭력적인 욕망과 이에 대한 개인의 저항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중학교 1학년도 금방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인상 깊은 구절.(28) 아버지는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5월 말 책폴출판사 사장님이 문자를 보내셨다. 청소년 책을 출간해 보내주신다고. "함께여는 국어교육"에 청소년 소설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새로 출간한 책을 보내 주신다. 매번 바로 읽고 소감을 남겨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하다 보면 시기를 놓치거나, 읽었어도 소감을 정리할 여유를 갖지 못해 마냥 미룰 때가 많아 매번 미안한 마음이다. 그런데 이번엔 책을 읽을 시간이 생겼다. 외조부모님 기일이 주말에 있어 어머니를 모시고 북한강공원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형제분들 대부분이 서울에 계시는데 혼자서는 집안 행사에 참여를 안 하신다. 그래서 주말에 행사가 생기면 모시고 올라간다. 어머니는 아끼자고 고속버스를 타자고 하시지만 내 체력이 버스를 버티지 못해 기차를 고집한다. 어머니란 이름의 시공간과 아들이..
‘훌훌’ 사전에는 미련 따위를 모두 털어 버리는 모양이라고 말한다. 그런 느낌이 짐작되는 ‘폰트’, 표지 그림에서 ‘훌훌’ 털어내고 싶은 상황이 상상된다. 그러나 결국은 ‘훌훌’ 털어낼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지지 않을까. 유리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난 엄마의 소식도 모른 채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그러나 유리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최소한의 교류만 있을 뿐이다. 한집에 살지만 삶의 공간이 철절하게 분리돼 각자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유리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런 생황에서 훌훌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과 함께 나이 어린 동생 ‘연우’가 맡겨진다. 유리와 연우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다. 유리가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생에게 아동학대의 상처가 보이고, 엄마의 죽음..
작가님과 만남을 앞두고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살펴본 책 중 표지가 인상 깊어 골랐다. '미스 손탁"처음에 '미스'와 '손탁'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는데 앞뒤 표지를 훑어보니 대한제국 시기의 외국인 '손탁' 여사를 중심으로한 역사소설이었다. 대한제국 시기는 나라를 팔아 먹었던 매국노도 있었고, 나라로부터 받은 혜택은 없었지만 그 나라를 지키려 일어섰던 민중들이 있었고, 우리 민족을 사랑했던 외국인들이 있었다. 제목 속에서 그러한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이겠다 싶었다. 생각해 보면 대한제국(구한말) 시기의 역사는 되돌아보기 부담스럽다. 국권 침탈을 목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지만 그때의 문제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사과는 요원하고, 오히려 ..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할 때 사무실 건물에 확진지가 발생하면서 며칠 격리된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으며 유품을 통해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읽고 메모했던 기억이 난다. 존엄한 삶을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여운이 길었던 책이다.학교에서 학년 프로젝트로 정명섭 작가님을 초대하면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살펴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조선 시대에도 '유품정리사'가 있었을까? 특히 부제 '연꽃 죽음의 비밀'을 보면서 유품을 통해 뭔가를 추리하는 역사소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께가 있어 보였지만 흥미가 생겼다. 일단 조선시대에 '유품정리사'란 직업은 없었다고 한다. 아마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작가가 상상해 낸 직업인듯 싶다.책을 읽다 보니 유품..
물꼬방 책 목록을 살펴보다 '진로' 관련 목록에서 "원더랜드 대모험", "아르주만드 뷰티살롱" 이진 작가님의 작품을 발견했다. 책 소개 내용이 흥미로워 읽기 시작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 군인들이 많고, 불량스러운 고등학생이 군인을 폭행했던 일도 있었다는 구절을 보면 강원도 양구쯤 될 것 같은 시골. 변하지 않는 산천처럼 자신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아이들이 우연찮게 비어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아지트를 만들었다가 친구들, 그리고 외지 사람들이 찾는 카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래서 읽다 보면, 창업 매뉴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 사람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돈에 호되게 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노력한다.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
제목과 표지로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고요한 우연’이라. 우연한 일은 대체로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고요하기 쉽지 않을 텐데 어떤 만남을 이야기할까. 표지를 가득 채운 초록빛 숲과 고양이 두 마리, 소녀의 모습에서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담은 내용일까, 그러다 차례를 보니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인가도 싶었다. 읽어보니 틀린 예상은 아니었고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주요 등장인물 4명은 모두 같은 반이다. 같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서로 친하지는 않다. 주인공 수현이는 정후를 좋아하고,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우연이 꿈속에 나타나며, 자신과 다르게 똑 부러진 성격에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친구들에게 배척받는 고요가 마음에 쓰인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우연이 접속한 비공개 SNS를 알게 되고 거..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도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으로 읽기 시작했다. 성우의 목소리에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 있어 금방 몰입하게 되었다. 듣다 보니 뒷이야기가 궁금해 바로 담양공공도서관으로 이동해 책을 빌려 중반부터는 줄글로 읽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띠지에 드러낼 만큼 이 책의 반전도 상당했다. 이야기는 두 명의 서술자를 통해 전달된다. 해록이와의 일이 사랑임을 주장하는 해주의 목소리에, 이야기 후반부에는 그것이 폭력이었음을 설명하는 경찰관의 목소리,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해주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과 폭력은 어떤 포함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임을 경험하게 된다. 반전이 큰 이야기라 소감 쓰기가 조심스럽다. 반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영향을 미칠 ..
색다르게 읽은 책이다. 전남공공도서관을 통해 '밀리의서재'를 3개월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부산' 관련 전자책을 두 권 정도 읽다, 요 며칠 내린 눈으로 차에 묻은 제설제를 씻으려 가는 길에 오디오북을 실행했다. 1학년들이 많이 읽었던 책 중 이 책이 오디오북으로 지원되고 있었다. 세차장 가는 길에서, 세차하는 동안, 다시 돌아오는 길에서 오디오북을 듣는데, 성우의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듣다 보니 소설의 내용이 잘 그려졌다. 그러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끊고, 전자책을 펼쳐 책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을 정리하기 위해 종이 책을 대출해 다시 훑었다. 이야기는 하지오와 유찬이 시점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하지오가 좀 더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제목도 그렇고. 지오는 미혼모 엄마의 ..
2학기에 학생 여럿이 이 책으로 서평을 썼다. "페인트", "나나", "챌린지 블루"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눈에 담아 두었는데, 방학을 맞아 찾은 담양공공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얼른 찜했다. 표지를 보아서는 남녀 고등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인 듯싶은데,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란 제목과 소제목을 살펴봐도 내용이 잘 짐작되지 않았다. 다만 소제목이 모두 3음절인데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이야기가 시작되자 이야기에 금방 몰입하게 되었다. 선우-혁의 형은 왜 죽었을까, 메타버스 '가우디'에 형의 집을 오랫동안 관리하고 있는 '곰솔'은 누구일까, 챕터의 끝이나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편지'는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일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예측한 게 맞기도 하고 빗나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