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를 힘들게 읽은 뒤라 이 책은 쉽게 읽혔다. 오히려 단편소설이나 청소년소설로서 문학성을 어디에 두어야할까 고민하며 읽었다. 모임 샘들과 이야기 나누던 중 이 소설에서 ’환상동화‘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며 좋은 느낌이 여운으로 남았다. 주로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중1~2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갈등 상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보다는 그로 인한 외로움을 위로하는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SF를 잘 활용하여 표현했다. 생각해 보면 홀로 깊이 침전하는 사람들에게 안전과 위로가 먼저다. 그런 이야기를 중1~2도 읽을 수 있게 잘 담고 있다. 코로나로 가정에서든 교실에서든 외로운 청소년들이 많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외..
책을 읽고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었다. 생각만 했을 분인데 페이스북에서는 '아이슬란드로 여행가야 하는 이유'라는 광고가 자주 노출되고 있다. 재작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를 보며 아이슬란드와 후사비크에 대해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관심이 생겨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여하튼 오로라와 고래를 보기 위해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고래와 같은 지구적이고, 오로라와 같은 우주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그곳, 자연의 힘이 큰 시공간일수록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 느낌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작가의 이전 작품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을 떠올리게 한다.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이나 글꼴 등 스..
담양공공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전남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샘들이 매월 추천해 주는 책이 있다. 방학을 맞아 추천도서목록을 훑어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불편한 편의점"과 분위기가 비슷할 것 같았는데 청소년의 밝은 기운이 더해져 훨씬 따뜻한 책이었다. "불편한 편의점" 독후감에서 단어의 조합이 역설적이라는 느낌을 적었다. 편리함만을 추구할 것 같은 편의점에서 오히려 진한 사람의 냄새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 책도 그렇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는 짧은 시간에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먹거리와 쉼터까지 제공해 주는 편의점이 삶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를 이야기할 정도이니. 중3 '이루다'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나름 화목한 집에서 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상황을 만난다..
담양공공도서관 신간 코너를 살펴보다 익숙한 작가의 특이한 제목에 끌려 책을 들었다. “챌린지 블루”. 청소년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알기에 이 책도 청소년들의 도전을 다룬 책인가 싶었다. 흐릿한 바다를 배경으로 폭죽이 터지는 것도 관련 있는 것 같고. 차례부터 신선하다. 소제목이 색상명으로 돼 있다. 색상코드가 나와 있어 이를 입력해 색을 느끼고 색상의 이름을 검색했다. 여러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비슷한 계열의 색감의 차이나 선호 색에 대해 설명하는 글들이 많았다. '챌린지 블루'도 검색해 봤는데 이 책 소개만 나온 걸 보니, 작가의 새롭게 명명한 색인가 보다. 주인공 바림을 잘 알고 있는 ‘파란 티셔츠’가 누구일까 추측해 보는 것을 빼고는 큰 사건이 있지는 않다. 당연하게 여겨 왔던 미대 입시를 포기하기에..
국어교사들이 모인 단톡방에 이 책의 교사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았다. 작가의 전작 “열네 살의 인턴십”을 재미있게 읽고 그것으로 꿈, 또는 부모와의 갈등 상황을 주제로 수업했던 기억도 있어 응모했다. 운 좋게 선정되었고 9월 29일 책을 받았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끼며 즐겁게 책을 읽었고 그 소감을 나누고 싶었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제한하는 그 글자 수로 내용을 정리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 책 소감을 나누고 싶다. ‘Oh, boy’는 놀람과 감탄, 실망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어 감탄사라고 한다. 모블르방 삼 남매에게는 ‘오, 보이’를 백 번도 넘게 외칠만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아빠의 무책임한 가출, 엄마의 절망스러운 선택, 그로 인해 삼 남매는 흩어질 위기의 상황에 빠졌다. 다행히 이복형제들의..
오염 상황을 나타내는 듯한 붉은색 배경에 고글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인물, “항체의 딜레마”라는 제목에서 책 내용이 짐작된다. 그런데 항체가 어떻게 ‘딜레마’와 연결될까, 궁금했다. 읽어보니 먼저 이 책은 제7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으로 수상작 모음집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안녕, 베타”, “푸른 머리카락”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빌렸다. 책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기후 위기’를 소재로 한 단편 3편,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단편 3편이 실려 있었다.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작품도 있고, 읽고 나서 작가의 의도가 잘 정리되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작품의 해석의 독자의 몫이라지만 독서 역시 대화이니 이 책 읽은 아이들과 열린 대화를 해도 재미있겠다. 항체의 딜레마(임서진) 수상작으로 코로..
8월 4~5일 국어 수업 디자인연수가 월곡중에서 있었다. 매년 개학을 2~3주 앞두고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학년을 지도하는 샘들과 새 학기 수업계획을 함께 세우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품사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공동으로 수업계획을 세웠다. 교과서 중심으로 개념을 확실하게 공부한 뒤, 도전 과제를 여러 개 제시하여, 탐구하며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수업을 계획했다. 그 외 진도가 서로 달라 각자 궁금한 내용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다 성장을 다룬 단편소설과 이를 연극 수업과 연계하는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나도 관련이 있어 중1 상황에 맞는 단편들을 이 블로그의 '단편집' 카테고리를 살펴보며 몇 편 선택한 뒤 다시 읽어보며 수준을 파악해 보려고 책장을 살펴보다 이 책을 ..
신간도서 서가의 진한 오렌지색 책등이 눈길을 끈다. 표지의 삽화도 눈을 잡는다. 세상을 나타내는듯한 정육면체에 남녀 청소년이 다부진 표정으로 모여 있고 정육면체는 공전하는 궤도와 연결돼 있다. 정육면체의 각 면은 여러 레이어가 중첩돼 있고 있고 내부의 풍경은 고전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조화가 보인다. 남매가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며 '진정한 남매'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일까. 이야기는 시작부터 바로 문제상황을 드러낸다. 그래서 금방 이야기에 몰입하며 주인공 백유진을 따라가게 된다. 외동인 백유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친오빠 '백도진'이 등장한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친오빠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백유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친오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실시한 유전자..
자주 이용하는 담양공공도서관에서 올해 '한 책 읽기'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이 책 "순례 주택"을 선정했다. 어떤 책일까, 청소년 독서 길라잡이로 살펴볼 수밖에^^ 표지는 빨간 벽돌 담벼락 바탕에, '순, 례, 주, 택' 네 글자가 원 안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 한 자 한 잔 글꼴이 조금씩 다르다. '순례'라는 주택을 배경으로 동글동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측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김순례 씨의 다세대 주택. 단순히 건물주의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순례'라는 이미지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순례자(관광객이 아닌)들의 따뜻한 공동체다. 그런데 이곳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형제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급..
2018년, 국어교사모임에서 중학생들에게 추천할 5.18 관련 문학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이 책을 소개받았다. 그간 여러 사정으로 읽지 못하다 이번에 중학교 1학년들과 함께 읽을 5·18 관련 작품을 살펴보다 이 책을 떠올렸다. 이 책에는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중 첫 번째 단편 ‘명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명령’은 중3 친구가 함께 중고서점에서도 놀다 먼저 서점을 나섰다 계엄군에게 시민군의 연락책이라는 오해를 받고 구타를 당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무서운 상황이었음에도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참을 시달리다 결국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친구가 생각날 때마다 친구가 떨어뜨린 ‘필승중학수학’을 들여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