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등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 법원과 검찰청 앞에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이 버젓이 서 있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의 속성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한 비닐하우스촌이기에 재미있는 추억이나 신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부인을 때리는 남편, 정신을 놓은 끝네 할머니, 자식을 두고 외국으로 떠난 혜미 엄마, 그래도 왕성했던 한때를 술잔 속에서 찾는 여러 아버지들, 준비물하나 챙길 수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윤제와 또래 친구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이 있겠는가. 가난에 쫓겨 서울까지 떠밀려 온 윤제는 그래도 강원도에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며 성적도 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비참한 가정환경에 변변히 준비물 하나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 수업에 ..
"넌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죽음의 기운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죽는 세세한 이유야 다르지만 결국, 돈, 명예가 때문 아닌가. ‘돈(자)’을 ‘본’으로 하는 사회이니 체제 이전에 이미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는 ‘자’의 본’이 절대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있다고 주장하니, 돈과 명예 때문에 죽는 것은 오히려 ‘사회 정의’를 실현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현대 사회의 생명은 ‘속도’다.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하다. 모두 앞만 보고 달려야 사회가 유지된다. 조금이라도 느리면 매트릭스는 파괴되고, 기득권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기대하고 고민하는 것은 그래서 죽어야 할 이유가 ..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특히 책의 내용이 4월 주제분과에서 추천한 '봄바람'과 비교해서 읽어볼 수도 있어 그 재미를 더할 수 있으리라 본다. 책 내용에는 다분히 발칙한 내용이 많다. 가출을 부추길 수도 있고,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고민스러워하는 부모들에게 반항하는 측면도 강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어머니의 소유물로 전락하고, 형제들을 비교대상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신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는 우리들에게 정말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절실한 만큼 대상을 특별하게 한정하고 싶지 않다. 부모의 욕심에,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든 우리 중·고등학생에게 필요한 내용이며, 굳이 특별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부모의 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를 파악하느라 무려 1주일이나 헤맸던 것 같다. 다시 새마음으로 끈기 있게 읽다보니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내용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설마 이런 소녀가, 이런 가정이 있을까 또는 일본이니까 이렇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뭔가 새로운 희망이 꿈틀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스리는 이혼한 부모를 둔 아이다. 어머니는 미대 교수이며 한 번의 재혼 경험이 있고, 재혼한 남편에게서 버림받고 또 다시 자식과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중이다. 아버지는 꽤 알려진 판화가이며 새로운 애인과 사귀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 다시 혼자 사는 중이다. 아버지인 만조씨와 어머니인 미네코는 생각의 차이로 헤어졌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스리를 사랑하며, 가스리의 성장..
이 책은 남자애의 일기이다. 여학생의 성장을 기록한 일기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남학생의 사사로운 글을 찾아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몽정기’를 겪어 낸 ‘반어른’ 쯤의 글들은 기성 작가들의 자전적 회고 성장소설에서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2학년 에 이르는 시기의 남자 아이의 심리와 생각을 알려주는 책은 흔치 않다. 그런 면에서 의의와 재미가 있는 책이다. 에이드리언 몰은 걱정이 많은 소년이다. 물론 존재의 문제 같은 철학적 고민도 많지만, 얼굴에 돋은 여드름 때문에도 걱정이 많다. 또 부모님의 불화도 에이드리언의 마음을 짓누르는 고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안거리는 있다. 여..
이 책과 를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장소설들이 작가의 삶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그렇고, 소설의 내용도 연결되는 점(선우나 훈필이가 나이 또래에 비해 웃자라 있다거나 그래서 똑같이 외로움을 느낀다거나, 주변 사람들의 문제 따위)이 많다. 에서 눈에 띄는 상황은 ‘염소를 통한’ 사랑과 희망, 좌절과 성공을 위한 가출, 가출이 실패하며 훌쩍 큰 정신적인 성장에 있다. 이때 염소는 훈필이의 꿈 자체(푸른 목장, 가축을 키우는 연습)일 수도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농고를 진학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희망은 봄바람처럼 갑자기 일렁이는 기운일 수도 있어 항상 좌절을 안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봄바람처럼 매번 돌아오고 우리는 좀더 구체적인 희망과 이상을 꿈꾸며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
이번 추석에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한 가지 생각을 했다.계속해서 어떻게 이 책을 검증할까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 않았던 터라 우리 반 학생에게 한 번 읽혀보고 그 느낌을 물어자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전부터 눈여겨 오던 ‘수지’로 바로 낙점했다. 평소 독서량이 다른 학생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고 집중력도 높기 때문에 이 책을 하루 동안에 읽히고 또 감상문까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수요일 하루 동안 읽혔는데(그날은 우리반이 기술가정 시범수업 하는 날이라서 반전체 아이들이 바빴음에도-청소하느라, 연극준비하느라) 오후 5시까지 한 권을 거뜬히 읽어내고 감상문까지 착실히 써서 내미는 것이었다.(다른 수업시간 중에 읽은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수지에게 책과 관련해서 ..
5월. 글 한 줄이나 읽을 여유가 이젠 생겨서일까? 아니면 최근에 선정한 도서목록이 적절하지 못해서일까? 지난주 모임이 끝나고 모처럼 배송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책을 샀다. 학기중에 그것도 읽고는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 읽지 못했던 책들을. 책을 사면 왜 이렇게 마음이 든든할까?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욕심, 다 먹지도 못하면서 술욕심, 그것이 나에겐 참 많다. 이번에 구입한 책들은 요새 나의 관심사인 '성장'과 '생태'다. 성장은 내가 맡은 주제이고, 생태는 빈약한 도서목록 때문인데 '성장' 도서로는 '19세'를 구입하고, '생태' 도서로는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와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골랐다. 그리고 지금 '19세'를 다 읽은 후 '솔로몬의 반지'를 아주 힘겹게 읽고 있다...
도서목록을 선정하는데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것일까? 올해 읽기로 한 책들은 분량이 많지 않고, 읽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전해주는 메시지가 참으로 많다. 또 책 읽는 대상을 잘 고려해서 선정한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읽었던 책은 ‘민물고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영화로 말하면 로드, 액션, 어드벤처, 멜로, 다큐멘터리, 대서사시의 성격이 합쳐져 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 아이들에게 읽히면 ‘오노’와 ‘F-15K’로 촉발된 반미감정을 잘 이용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접근하기 힘든 물 속의 생활을 그들의 시각에서 보여줘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함께 어떻게 공존해야하는지 또 잘 드러내준다. 사전을 찾아가며 읽듯 책앞머리 민물고기의 모습을 여러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