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2023년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이다. 학년말이라 업무가 쌓여 있었는데도 제쳐 두고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재미있게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바빠서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방학하고 작년에 읽었던 책 중 소감을 정리하지 못한 책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오히려 모임을 앞두고 읽었을 때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 이야기의 복선들을 충분히 생각해 보며 읽을 수 있었다. ‘해미’는 좋아하고 따르던 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고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하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고라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견디기 힘들었고 아빠는 직장을 부산으로 옮기고, 엄마를 비롯한 가족은 유학 겸 파독간호사 이모가 있는 독일로 떠난다. 엄마 역시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지구 끝의 온실"과 "청소년을 위한 SF단편소설 쓰기"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모임에서 읽기로 해 재미있게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이야기는 내 생각과 토론 내용이 겹쳐져 있다. 이 책을 고등학교에서 '비경쟁토론 도서'로 많이 추천하고 있다고 한다. 읽어보니 각 단편마다 토론 주제를 정할 거리가 많았다. SF소설답게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심리와 갈등을 더욱 선명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중학교 3학년은 돼야 책 내용을 이해하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일곱 편의 단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야기의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이 말은 소감을 적을 때에도 조심해야..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 주셨다. 만화책 같은 표지에, 분홍빛으로 진하게 “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란 제목이 눈에 띈다. 제목에 코팅이 돼, 독서등 아래에 읽으니 정말 빛나기도 했다. 박하령 작가님의 글은 두 편 읽었다. “기필코 서바이벌”과 “의자 뺏기” 두 책 모두 제목처럼 주인공의 힘 있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편집이 재미있다. 일기답게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또 책 구성이 친절하다. 내용에 잘 들어맞는 삽화, 내용 요약 및 핵심어가 들어 있는 해시태그. 중학생들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내용도 재미있다. 청소년 시기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친구 문제, 사랑 그리고 사람마다 경중은 다르게 느끼겠지만 나에겐 무엇보다 커다란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실감 나..
“마녀가 되는 주문”과 함께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앞뒤 표지를 훑어보며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세 시간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궁금하다. 게다가 이야기를 세 명의 작가가 협업을 통해 구성했다니... 호기심과 궁금함, 색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먼저 세 시간대(2000년 7월, 2018년 10월, 2029년 8월)의 한 장면과 삽화가 나오고, 각 시간대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 표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정보가 많아 긴장감이 길어졌다(나이 탓이다). 첫 번째 2000년 7월 이야기는 세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인 ‘그곳’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중에 서로의 안전을 ..
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잘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잘 그렸다. 1학기 때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4명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
올해 1월, 전국국어교사모임의 회지 “함께 여는 국어교육” 2023 봄호에 ‘내면의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청소년 소설’이란 글을 쓴(내용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편집팀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한 글이라 공유하지 못했다)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글을 보고 ‘책폴’ 출판사 편집자께서 연락을 주셨다. 1인 출판사로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읽고 소통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고 있는데 이번에 “마녀가 되는 주문”을 새로 출간했다고 추천해 주셨다. 보내 주신 소개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뒷감당할 생각도 못하고 책 욕심에 읽어보겠다고 했다. 금방 책이 도착했고 얼른 소감을 나누고 싶어 읽었지만 끝까지 읽지 못했다. 당시 아이들과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SF 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하고..
국어교사모임 계간지 중 '소설교육' 관련해서 두 번이나 추천을 받은 책이기에 기대가 컸다. 막상 받아보니 얇고, 동화책에 가까운 책이라 놀라웠다. 그리고 막상 읽어보니 글보다는 그림이, 이야기보다는 생각이 더 많거나 많아지는 책이었다. 왜 제목이 '긴긴밤'인지는 노든이 코끼리 고아원에서 시작한 선택에서부터 그 이유를 따라가야 한다. 비록 같은 종은 아니지만 가족같고 따뜻하고 안전한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는 선택,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잔인하게 잃고 인간에게 복수심을 품고 살아가다 앙가부를 만나 어렵게 속내를 드러내는 선택, 화마에 휩싸인 동물원을 탈출해 한쪽 눈이 먼 치쿠와 동행하는 선택...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어린 펭귄과 함께 바다로 가는 여정과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을 때 어린 펭귄을 ..
전국교사대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과 남산 근처에서 하루를 보냈다. 날마다 부쩍 커 있는 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조망하고 돈가스를 먹은 뒤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생각보다 일찍 용산역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기차 출발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용산역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아직은 오월이라 그늘은 제법 선선했다. 바람을 쐬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기 시작했다.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에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이 더해져 이야기는 불안 불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광주송정역까지, 집에 도착해서도 줄곧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책 속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
독서토론반 '다독다독'의 올해 첫 토론을 위해 고르고 고른 책이 바로 조금은 긴 제목의 다. SF소설로 정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국 현실의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니 학생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의미를 담고 있고, 첫 책이니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을 뒤져내 이 책을 찾아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틴 스토리 킹'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회가 벌써 3회나 되었다니! 100명의 학생들이 심사자가 되어 뽑는 책이니 의미는 물론 재미는 이미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니, 토론반 학생들 중 책 읽기가 더딘 학생까지도 다 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다음 주에 함께 토론할 예정인데, 시험기간임에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면 함께 나눌..
시교육청의 중학생 추천 도서에 이 책이 있다. 중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출 겸 책을 들었다. 작년 말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 “영웅”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책의 초반부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읽을수록 서술자의 담담한 목소리 속에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음이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주석을 읽으니 작가의 의도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안중근과 이토. 치밀하게 조선과 대륙을 삼키려는 이토, 그런 이토의 행동을 멈춰 동양과 조선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토를 제거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현해야겠다는 안중근 의사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개인의 분노한 감정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정당성을 바탕에 둔 의거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