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는 날 친목회 성격의 행사를 준비하며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키워드는 '장어', '산책' 이 두 단어로 정리되었다. 고창의 장어식당들을 검색하다 몇 해 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주한미군 데이비드 가족이 방문했던 거북선 풍천장어식당이 눈에 띄었다. 겸사겸사 가족들과 먼저 찾았다. 비록 썰물 때라 너른 갯벌밖에 볼 수 없었지만 탁 트인 풍경에 음식도 맛있었다. 게다가 김연자의 "아모르파트"를 배경으로 천장(거북선 등)이 열리는 이벤트까지, 재미있었다. 주위에 구시포 해수욕장이 있으니, 해송림을 산책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밥 먹고 산책하려고 보니 구시포 해송림은 규모가 작았고, 그나마도 캠핑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걷기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머리만 더 무거워졌다..
우리 학교의 든든한 마을공동체 '문산온마을학교'에서는 매년 이맘 때 즈음, '마을길따라 오월인권길 걷기' 행사로 오월정신을 잇고 있다.주위 사람들에게 문산마을에서 국립5.18민주묘지(이하 5.18묘역)까지 오월인권길을 걷는다고 했더니 다들 놀란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있냐고. 나 역시 궁금했다. 차를 주로 이용하고, 길찾기도 내비게이션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도통 어떻게 연결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떤 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3학년부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오월인권길 걷기를 문산온마을학교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 답사도 할 겸, 3학년 담임샘 3명, 참가 희망 학생 2명, 학부모 1분과 함께 참여했다. 오월인권길 코스는 다음과 같다. 8시 40분까지 출발지인 '문산마을 당산나무'에서 모이기로 했..
셋째 날(5월 6일)셋째 날도 날이 좋다. 바람은 여전했지만 하늘과 바다 모두 눈부시게 푸르다(파랗다의 의미를 포함한 푸른빛).숙소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울릉도를 일주했다.사동에서 통구미 구간은 울릉공항 건설 등으로 각종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한 방향만 통행이 가능했다. 신호등이 설치돼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데 낯선 모습이다. 그런데 신호가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어도, 또 차가 없다 싶으면 진행을 계속하는 공사차량이나 현지 차들이 있었다. 현지 사정에 밝아서 그렇겠지만 기다리는 나는? 그것을 보고 있는 10살 아이는? 약간 마음이 닫혀 있을 때 갑자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큰 바위가 나타났다.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어 차를 세우고 도로를 건너가 보니 통구미 해안의 '거북바위와 가재바위'였다. '통구미'는 ..
울릉도를 크루즈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배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울릉도를,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다니 가족들도 모두 가고 싶다고 한다. 어린이날 연휴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다. 먼저 '울릉크루즈'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5월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선사에 연락했더니 3월 15일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약했고, 다행히 배표 예약도 성공했다(거의 5분 만에 4~6인실은 마감이 되었다). 이어 렌터카도 예약했고. 여행 떠나기 3주 전 "이번엔 울릉도.독도(장치은 외)"란 책을 구입해 틈나는 대로 여정을 짜보았다. 그런데 여행 2주 전, 첫째의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치료를 하게 되었다. 또 어머니는 코로나 확진이 되셨고.여행을 갈 수 있을지 ..
올해 혁신자치부를 맡았다. 우리 학교 혁신자치부는 혁신학교 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 학생 자치활동 지원, 마을교육공동체(온마을학교) 연계 사업 진행이 주업무이다. 그리고 부서의 특성 상 교직원회 회장을 추가로 맡았다. 그래도 소규모 학교임에도 함께 고민해 주는 기획 샘이 있고, 기획 샘이 학생 자치활동 지원을 전담하기로 해, 어느 업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잘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학생자치회 첫 사업으로는 부서별 1학년 차장을 선출했다. 그리고 3월 말에 학생회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 학생회는 회장단(회장 2,3학년 부회장)과 부서별로 3학년 부장, 1,2학년 차장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회장단 선거는 11월 말에 있고, 3학년 부장과 2학년 차장을 방학 ..
출근길 신호를 기다리다 시내버스 광고에 눈이 갔다. '임자도 튤립축제' 작년까지 2년 연속 코로나 방지를 위해 다 핀 수선화 꽃봉우리를 자른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드디어 봄이 오는가.사람들이 붐비기 전 둘러보려고 지난 주 임자도를 찾았으나 찾은 사람보다 핀 꽃이 더 적었다.한적하지만 깨끗한 대광해수욕장의 시원한 풍경, 조희룡미술관에 핀 매화를 눈에 가득 담고 돌아왔다.*하지만 이번에도 튤립축제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임자도는 담양보다 더 아래쪽이라 따뜻할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페이스북 "남도여행" 그룹에 올라온 봄꽃 사진들을 보다 바다를 배경으로 조성된 정원에 눈이 갔다. '쑥섬', 검색해 보니 섬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바로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에서 배부터 예약했다. 그리고 토..
매달 우리 지역의 삶을 이야기하는 "전라도닷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021년 10월 표지는 파란 하늘에 그려 놓은 꿈 꾸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청명한 가을 바다와 하늘을 똑같이 바라보고 싶었다. 10월 마지막 주가 돼서야 가족들과 여수 장도로 떠날 수 있었다. 더보기 *관련 기사 보러 가기 전라도닷컴 전라도 사람·자연·문화가 있습니다 jeonlado.com 나는 여수를 'ㅅ'자 형태로 기억하고 있다. 'ㅅ'자의 왼쪽 삐침 쪽은 '사도' 가는 배를 타는 '백야도'와 고흥으로 연결돼 있는 곳으로, 'ㅅ'자의 오른쪽 삐침 쪽은 여수엑스포가 열렸던 오동도, 그리고 돌산으로 연결돼 있는 곳으로 두 지역 모두 몇 번씩은 가보았던 곳이다. 그런데 'ㅅ'자의 사이 여수시청 쪽은 낯설다. 장도 여행은 새로운 길을..
작년 참교육실천 나눔 원고에는 혁신학교지원센터에서 실천했던 워크숍을 정리한 ‘워크숍 길라잡이’를 소개하고, 이들 중 국어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워크숍들을 안내했었다. 그러면서 “이 워크숍들은 대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코로나가 지금처럼 힘을 발휘한다면... 용봉중에서 실천해 보고 내년 나눔과 실천의 자리에서 말씀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번 원고는 보고 겸 후일담이다. 2학기 수업을 계획하면서 우리 학교 학생회 선거가 있는 11월에 ‘토의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우리 학교의 문제점 및 개선점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회 활동에 관심도 갖게 되고, 출마자들은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으며, 타당성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태도도 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작년 2학기 내내,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코로나로 언제든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다행히 대면수업을 진행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자가격리나 자율격리 등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언제든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다 구클을 활용하게 되었다. 마침 시교육청의 미래이음 선도학교에 공모해 태블릿을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크게 고려되었다. 그런데 태블릿을 활용하는 수업에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계정 문제. 미래이음선도학교로 지정돼 180대를 받았지만 이를 수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샘들이 많아, 학년별로 나누다 보니, 우리 학년은 60대 정도를 배정받았다. 결국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고, 수업 시간마다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코로나로 많은 일상이 제한받고 있지만 꼭 가봐야 할 결혼식이 있어 전북 익산으로 떠났다.아내의 운남중 제자이자 지금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대천의 박 선생의 결혼식이 천안아산역에서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내의 제자이지만 마을 '자연학교'의 선생님으로 자원봉사도 하고, 재작년에는 대천으로 초대받은 인연도 있어 동행했다. 다만 결혼식 참석만으로 천안아산역까지 가기는 아쉬워 익산을 경유지로 선택해, 익산을 여행한 뒤,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마음먹고. 익산은 거의 20여 년만이다.2000년 초 아내가 활동하는 답사모임을 따라 미륵사지를 다녀왔던 게 처음이다. 용화산 아래 넓은 대지에 새것의 냄새가 지나쳤던 동탑과 복원공사로 가려져 담벼락 그림으로 존재했던 서탑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즈음 전국국어교사모임 호남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