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립니다. 해가 바뀌어도 학년이 끝나지 않아, 2021년을 마무리하느라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2022년 새해가 더욱 반갑습니다. 3년만에 복귀한 학교에서 깜냥을 넘어서는 일을 맡아 고전했지만 잘 마무리해 홀가분하기도 하고, 호랑이띠인 제 해이기도 하고 40대의 마지막 해이기도 해서 좀더 열심히 움직여 보려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새해를 백아산에서 가족들과 마음 샘들과 함께 맞이했습니다. 새해의 기운 전하며, 2022년 활동을 시작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어머니 칠순을 맞아 추석 연휴를 여수에서 보냈다. 여정 중 하루를 낭도 섬 둘레길 산책으로 잡았다.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낭도(狼島)는 이름만 여러 번 들었다. 우연찮게 직장 동료들과 두 번 사도를 다녀왔는데 사도 가는 여객선 종착지가 낭도였다. 사도만으로도 섬을 찾는 즐거움이 충분해 낭도를 따로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여수와 고흥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조금 더 편리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여수에서 낭도 가는 길은 연륙교와 연도교가 이어지며 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져 시원스러웠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꺾어지는 섬마을 입구, 그리고 차 한 대가 지나다닐만한 비좁은 길을 지나면서부터는 잘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여러 가족과 함께 온 상황이라. 마을 분들의 안내에 따라 차를 옮기..
목포에 사는 누님에게 밑반찬과 새 이불을 전해주고 싶다고 어머니가 다녀오자고 하셨다. 마침 임자대교가 새로 개통되었고, 튤립 정원도 둘러볼 겸 토요일(4.17)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담양에 확진자가 여럿 발생하면서, 담양군의회에서는 주말 동안 군민들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를 보냈다. 야외에서 먹을 김밥과 누님에게 전달할 음식과 이불을 싣고, 보건소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은 뒤 목포로 떠났다. 진단 검사가 처음은 아닌데 이번 검사는 매웠다. 아프지는 않았는데 그냥 눈물이 나왔다. 광주에서 무안을 거쳐 목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통행량 증가로 곳곳에서 서행을 했다.아파트 주차장에서 누님과 매형, 조카 얼굴을 보고 음식을 전달했다. 임자대교는 많이 막히고 사람이 많으니, 자은도 분계..
봄날은 봄날이다. 아무리 맵찬 바람이 불어도 꽃들은 기어이 피어나고, 연둣빛 새싹은 빈틈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찾아오니 학교는 봄 그 자체다. 3월 2일 전교생이 등교하던 날의 가슴 벅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월도 3주를 보냈다. 교실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 모습도, 마스크 쓰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습도, 급식실에서 말없이 한 방향만 보고 식사를 하는 장면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수업을 하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오전 8시 전부터 등교 발열체크를 시작으로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학년별로 나뉜 3번의 점심시간 동안 2차 발열체크며 식사 준비, 급식실 거리두기, 소독 등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모든 시간, 모든 ..
*교육부 월간지 "행복한교육" 2021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링크] 2020년, 코로나19를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 1년이었습니다. 국가, 지역, 성별, 연령, 직업을 떠나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겪은 재난과 고통의 이야기들을 모두 책으로 엮는다면 전국 도서관을 모두 채우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학교를 새롭게 옮겼고, 오랜만에 담임교사가 아닌 행정지원팀에서 교무업무를 맡아 낯설고도 복잡한 미로의 첫 시작점에서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복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원격수업을 위한 수많은 연수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드디어 6월 8일 1학년 학생들의 얼굴을 ‘영..
*이 글은 광주국어교사모임의 참실 대회 원고로 공유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1. 워크숍 길라잡이 2년 동안 혁신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교사’ 역할을 맡았다. 시교육청과 혁신학교의 연결, 혁신학교 정책 연구, 혁신학교 평가, 혁신학교 컨설팅, 혁신학교 아카데미 연수, 혁신학교 네트워크 운영 그리고 일반학교와 타 지역의 강의 요청 등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느라 짝꿍 선생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회의와 실행, 평가로 보냈다. 항상 머리가 뜨거웠고 나이에 맞게 눈은 먼 곳에 초점이 맞춰졌다. 매 순간이 배움의 시간이었지만 큰 성장을 가져온 업무는 혁신학교 컨설팅이었다. 컨설팅(consulting)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고객을 상대로 상세하게 상담하고 도와주는 것.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의 정의대로 컨..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일어나 보니 동네 이곳저곳이 눈으로 덮여 있었다. 연휴라 눈 내린 풍경이 넉넉해 보였다.지난주 어머니, 민주와 함께 걷다 중간에 돌아온 만덕산 임도를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거리를 재 보니 입석 임도에서 청운 임도까지 약 7km 정도, 등고선을 보니 경사가 그리 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채우고 컵라면 2개와 간식, 혹시나 싶어 등산 스틱을 챙겨, 대덕면소재지 승강장으로 출발했다.입석으로 들어가는 군내버스는 창평 상삼천에서 10시에 출발한다. 10시 3분쯤 버스를 탔다. 작년 교육청으로 출근하면서 매일 이용했던 버스 기사님께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다. 5분 남짓 버스를 타니 입석에 도착했다. 임도 입구 양지바른 곳은 눈이 다 녹았다.임도 입구는 양지바른 곳이라 잘 ..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 아침 등교 맞이가 상당히 힘들어졌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패딩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아이들은 더더욱 얼굴 알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가장 힘든 것은 차가워진 공기 때문에 열화상 카메라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습기 찬 안경을 내리고 앞머리를 올리고서야 겨우 체온 체크가 가능하다. 더뎌진 체온 측정에 줄은 길게 늘어서고 찬바람에 오래 노출된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차가워진 손에 알콜성 손소독제 바르기를 무척이나 주저한다. 어쩔 수 없이 손소독제 앞에 서서 ‘손소독제 바르세요’, ‘손이 깨끗해야 좋아하는 사람 손도 잡을 수 있다’는 등 강압적이거나 말도 되지 않는 말로 학생들을 구슬린다. 급하게 짜낸 아이디어로 열화상 카메라가 있는 중앙 현관에 전기 히터를 3대 ..
2020년도 보름 남짓 남았다. 흘러가는 세월이 아깝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코로나 '19'도 제발 '19'란 이름답게 얼른, 좀 떠났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아쉬움이 많은 해였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아쉬움은 적잖이 남았을 터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했던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세월이 나이대의 제곱으로 흐른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익숙함을 추구하고 그렇게 편견도 생기다보니 '새로운' 경험이 적어진다. 당연히 하루하루의 일상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어젯일인지 그젯일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블로그에 쓴 글도 내 글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올해 기록한 만큼 내 삶이란 생각으로 일기를 열심히 썼다. 있었던 일을 시간 순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책을..
1. 고민의 출발 초임 교사 시절에는 국어교과에서 할 수 있는 계기교육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굳이 국어교과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지냈음. 그러다 5·18 4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한 수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함. 2. 그래서? 야심 차게 4권의 책을 돌려 읽으며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수업을 하고 싶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함. 동화, 시, 소설 등 다양한 텍스트를 온라인 상에서 제공하고 5.18을 접근하게 함. 그리고 성취기준과 접목시키려 노력함. 3. 과정 및 결과 한 줄 요약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학생들 반응이 좋았음. 온라인 수업의 작은 가능성 발견. 4. 계획은 야심 찼으나... (*대단원인 월별 프로젝트는 2월에 1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