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지혜, 토의 수업(중1 수업 나눔)

작년 참교육실천 나눔 원고에는 혁신학교지원센터에서 실천했던 워크숍을 정리한 ‘워크숍 길라잡이’를 소개하고, 이들 중 국어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워크숍들을 안내했었다. 그러면서 “이 워크숍들은 대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코로나가 지금처럼 힘을 발휘한다면... 용봉중에서 실천해 보고 내년 나눔과 실천의 자리에서 말씀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번 원고는 보고 겸 후일담이다.

 

2학기 수업을 계획하면서 우리 학교 학생회 선거가 있는 11월에 ‘토의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우리 학교의 문제점 및 개선점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회 활동에 관심도 갖게 되고, 출마자들은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으며, 타당성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태도도 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평쓰기 수업이 길어지고 각종 적응교육이 교과 수업에 들어오면서 계획보다 2주 정도 늦은 11월 하순에 토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미 학생회 선거가 진행되고 있어 시기를 잘 맞추지 못했지만 다행이라면 우리 학년 부회장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하면서 차분히 토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1학년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토의이므로 원탁 토의를 포맷으로 주제3 ‘더불어 사는 지혜’ 수업을 디자인했다.

성취기준 및 단원명 수업 내용
11 3 [901-04]토의에서 의견을 교환하여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901-10]내용의 타당성을 판단하며 듣는다.
마음 열기-눈 감고 종이비행기 접기
우리 학교의 좋은 점 나누기
-‘브레인라이팅방법 익히기
행복한 배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 제안하기
-브레인라이팅 활용
제안된 내용 중 토의 주제 결정하기
-가중치 투표 활용
제안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토의하기
-‘월드카페활용
-토의 내용 공유
4
12 1

토의 수업은 그 자체로 공동체의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수업이며 그렇게 해서 산출된 결과가 아이들의 삶에 의미 있게 전달되어야 했기에, 내용에 따른 형식, 형식에 따른 내용을 매 시간 디자인하느라 머리가 뜨거웠다. 이제 다소 차가워진 머리로 토의 수업을 성찰한다.

 

1. 마음 열기

이 수업은 먼저 주제 설정 이유를 체험할 수 있도록 ‘눈 감고 종이비행기 접기’ 활동을 진행했다. 눈을 감고 대화와 한 손만으로 진행하며 협력할 때의 마음가짐을 성찰하는 활동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때도 접촉에 대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코로나 방역까지 연계돼 남녀 학생을 구별하는 등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다행히 협력 또는 토의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답답함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 우리 학교의 좋은 점 [브레인 라이팅]

다음으로 ‘살아보니 우리 학교의 좋은 점’을 브레인라이팅 방식으로 나누는 시간이었다. 우리 학교의 좋은 점을 찾아 공유하는 것이 수업 목표이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브레인라이팅 방법을 이해하는 것도 수업 목표였다. 우리 학교의 좋은 점으로 아이들은 복장 자율, 친절한 선생님, 다양한 교육활동,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설치 등을 꼽았다.

1반 2반 3반 4반 5반
-교복 자율⑧
-좋은 선생님⑧
-자유로운 교칙④
-종소리④
-맛있는 급식④
-다양한 행사③
-5분 독서②
-교복 자율⑩
-예쁜 교복⑦
-친절한 선생님⑥
-5분독서⑥
-여가시설확보④
-다양한 수업활동③
-자유학년제②
-교복 자율⑲
-다양한 활동⑧
-자율 동아리⑦
-좋은 선생님⑤
-좋은 시설④
-재밌는 수업③
-5분 독서②
-자유로운 복장⑨
-친절한 선생님⑧
-친구와 함께하는 공간⑦
-다양한 행사⑦
-진로체험활동⑦
-동아리활동 다양③
-좋은 교육시설⑨
-교복 자율⑦
-다양한 행사⑥
-좋은 선생님⑤
-자율 동아리④
-우리만의 공간③
-재미있는 샘②

 

3. 개선할 점 [브레인 라이팅+가중치 투표]

세 번째 시간에는 ‘그럼에도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것(개선할 것)’을 나누었다. 여기서부터 공동체의 문제를 파악하고 협력해 해결방안을 찾는 토의 수업이 시작된다. 의견의 확산과 수렴이 가능한 브레인라이팅으로 진행했으나 학생들은 요구 사항을 주로 제안했고, 요구 사항이 다양했으며, 주요한 문제로 수렴이 잘 되지 않았다.

 

돌아보니 토의 주제가 명확하지 않았다. 당시 첫 번째 활동-우리 학교의 좋은 점-이 잘 진행돼 ‘더 나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질문을 제시해도 무난할 것이라 생각했다. 첫 번째 반 수업을 하고 나서 질문을 문제점을 인식하고 우리 학교의 비전인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질문을 바꾸었지만 학생들은 ‘행복한 배움’이 아닌 ‘행복’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다 보니 요구 사항 위주로, 개인 입장에서 다양한 개선점을 제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중치 투표’ 활동이 더 중요해졌다. 가중치 투표는 1·2·3점으로 각각 점수가 다른 스티커 투표를 하면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두 사람을 한 팀으로 묶어 팀 단위로 스티커를 주어 투표하는 과정에서 주제와 공감이 가는 의견에 대해 서로 설득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행복한 배움’ 및 ‘타당성을 판단하며 토의’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 진행했다.

학생들이 제안한 개선점 및 가중치 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반 2반 3반 4반 5반
-휴대폰 소지
-개념 갖추기⑮
-맛있는 급식⑨
-학생을 위한 샘④
-시설교체(책걸상)③
-휴식 공간 추가②
-수업시간 단축②
-매점 설치
-선생님 교체⑱
-화장실 휴지배치⑧
-에어컨 교체⑦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다양화③
-교실에 놀거리배치②
-휴대폰 소지⑰
-끝종시각 엄수⑦
-물 공급⑦
-다양한 행사⑤
-차별하지 않기⑤
-학생 엘리베이터 사용④
-매점 설치⑭
-인테리어 개선⑨
-휴대폰 소지⑦
-도서 확충⑥
-쉬는시간 강당사용⑥
-분리수거함 설치⑥
-스쿨버스 운영⑥
-휴대폰 소지⑯
-시설개선(책걸상)⑩
-학생 엘리베이터 사용⑧
-휴식공간 확보⑦
-옷걸이 설치④
-지나친 장난 주의③

 

4. 토의 주제 선정 [가치 판단 그래프]

하지만 ‘행복한 배움’이라는 눈으로 보면 학생들의 선택에 여전히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네 번째 시간에는 학생들이 제시한 의견들이 ①공동체에서 토의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②실현 가능한가를 다시 따져 보는 ‘가치 판단 그래프’를 활동을 진행했다. 의견을 수렴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가중치 투표’와 비슷하지만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잘 바뀌지 않았다.

점수 1 2 3 4 5
25
(5,5)
-급식 개선 -선생님 교체
-화장실 휴지 배치
-선생님도 방역 지키기
-엘리베이터 이용
-차별하지 않기
-끝종시각 엄수
-휴식공간 확보
-학급규칙 준수

-휴대폰 소지
-엘리베이터 이용
-옷걸이 설치
20
(5,4)
(4,5)
-개념 찾기   -끝종 시각 지키기
-휴대폰 소지
-신 신고 계단 다니지 않기
-도서 확충
-분리수거함 설치
-옷걸이 설치
-휴대폰 소지
-엘리베이터 이용
-지나친 장난 주의

 

5개반 활동의 결과를 보며 ‘행복한’과 ‘행복한 배움’ 두 가지를 중심으로 최종 토의 주제 3개를 결정했다. 그리고 희망자 중심으로 호스트를 선정했다. 월드카페 토의에 대해 설명하고, 호스트들에게 역할을 안내했다. 최종 토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①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 있게 학교를 설득 방안은?

② 학생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를 설득하는 방안은?

③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 만들기 위해 우리들에게 필요한 마인드는?

 

5. 토의 [월드카페]

다섯 번째 시간은 월드카페를 진행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학급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자리를 비웠다. 호스트를 제외하고 테이블 당 6명 정도씩 앉았고, 10분씩 3번 테이블을 옮겼다. 토의가 끝난 후에는 토의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 측을 설득할만한 타당성 있는 논리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6. 토의 과정 성찰

여섯 번째 시간은 토의 과정에 대해 성찰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먼저 주제별로 월드카페 토의 과정에서 가장 타당성 있는 주장과 근거를 적어보도록 했다. 이번 토의 주제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학교에 건의할(협상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는데, 토의 주제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만을 제시하는 학생이 많았다. 예를 들어 주장은 ‘학생들이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소지하게 하자’이고 근거는 수업시간에 궁금한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 각종 위기 사항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스마트폰 보느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쉬워진다‘를 제시했다.

그런데 우리 토의는 스마트폰을 걷고 있는 학교 측에 제안할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공부에 방해된다면 쉬는 시간에 소지를 허용하고 수업 시간에는 학급 보관함에 둔다 등의 해결방안을 다양하게 찾지는 못했다. 오히려 토의해 보니 굳이 스마트폰을 소지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이 낫겠다고 정리한 학생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사용 문제도,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마인드 제안도 태도 위주의 제안만 주로 이야기 되었다. 이것이 큰 그림은 아니었는데...

 

‘브레인라이팅, 월드카페, 가중치 투표, 가치판단 그래프’를 사용했을 때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생각을 잘 정리했다. 예를 들어 브레인라이팅과 관련해서는 동등한 의견 제시, 발표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유목화 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비슷한 의견으로 볼 것인지 고민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상되는 어려움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다는 고민으로 들렸다.

 

치열하게 이야기판을 만들었다. 확실한 해결책을 만들지 못했지만 1학년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이야기 중에는 교사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 샘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도 적지 않았다. 또 학생회에서 사업을 계획할 때 학년 단위의 월드카페 운영이나, 내년 혁신학교 2기를 마무리할 즈음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어떤 학교를 꿈꾸는지 이야기판을 만들어도 좋겠다. 우리 1학년들이 호스트로 참여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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